우리의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흔히 공부는 살아가면서 질문을 통해 하는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길을 걸어 본 것이 아니기에 그 질문을 가장 제대로, 많이 해줄 수 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국가는 그렇게 말해왔고 우리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소용이 없다.
국어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 초등교육은 국어를 통해, 수학을 통해, 사회를 통해 인간을 교육하는 보편교육의 단계다. 그러나 초등교육은 전문교육을 위한 준비단계로 전락했고 우리는 제대로된 보편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
고병현 교수는 우리교육의 문제를 국가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학부모들도 한축을 담당한다. 아이들에게는 간디나 마더 테레사처럼 남을 위하는 삶을 살라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이 정말로 그렇게 살려고 하는 기미만 보이면 기겁을 한다.
경험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을 통제한다. 살아가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방법을 찾는데 우리는 현실의 경험에 익숙하다. 나를 지금의 지위까지 올려놓은 경험에 만족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나의 중요한 개념들이 현재의 사회 질서와 일치하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픔이 따른다. 이런 나의 개념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언런(UnLearn)’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DNA에 들어 있는 과거의 교육경험을 빼내야 한다. 내안에 들어있는 삶의 경험들을 없애기 위해 현재 자리 잡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한 삶을 살아봐야 해독이 되는 것이다.
특히나 그는 돈과 성공의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대안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동에 대한 천박성, 폄하가 우리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어 아이의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몸을 쓰는 일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교수의 한시간과 공공근로의 한시간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고병현 교수는 인간의 가치, 노동의 가치는 흔히 생각하는 투자대비 가격의 결과물로 매길 수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번밖에 없는 삶을 천박한 기준으로 가격을 메기지 말 것을 강조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경제적인 동물로만 기르려고 한다. 밀리면 죽는다. 지금 소비하면 더 큰 것을 놓친다 등 돈줄과 연줄을 잡도록 강요한다. 예술교실과 경제교실 중 어느곳에 사람이 몰릴까? ‘책 읽을 시간에 공부해’란 말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것들을 ‘언런’해야 한다. 돈줄과 연줄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아니다. 이것을 과감히 끊으라고 자녀에게 이야기해야 하지만 부모가 경험이 없기에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머릿속으로만 해보고 자녀에게 말하니 괴로움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텔레비전이 아닌 부모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경험한다. 오늘의 내가 변해서 집에 들어간다면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부모들은 불안하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한다. 자신의 못다한 자기 사랑을 자식을 통해 하려고 하니까 애들도 힘들고 부모도 힘들다. 자신은 중요한 문제를 가슴으로 생각하면서 아이에게는 머리로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지겨웠던 것에 대해 자식들은 그러지 않기를 주문한다. 인류역사상 단 한번도 검증되지 않았던 방법으로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산업사회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기성세대가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에게 자신있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성세대의 간섭이 오히려 청소년들이 세상에 발맞춰 가는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쏟아 내는 수많은 말에 대해 자신이 있을까? 인간에 대해, 행복에 대해 자신할까? 앞으로의 미래와 교육에 대해서는?
특히나 그는 ‘현실’을 떠날 것을 주문했다. 지금 조건에서 다르게 살려고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서 현실론을 들고 나오면 끝은 항상 비극이 된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힘든 현실을 재생산하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문제를 찾아 내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이 모습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때문에 내가 아는 가장 좋은 것,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교육은 결국 또다른 지금의 나를 만들 뿐이다. 나보다 아름답게 살길 원한다면 내가 해보지 못한 것,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와 학습이 필요하다. 지금 조건에서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과 힘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보다 우리가 바뀌는 것이 먼저다. 이 세상을 의미있게 바꾸는 법을 함께 학습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다르다. 산업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덕목에 머물렀다면 이제 이 덕목이 능력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관계 맺는 능력으로 인해 가난이 발생한다. 관계의 총합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또한 이제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의 시대다. 아이들이 보람있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도록 놓아둘 필요가 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살아가는 고비고비를 버틸 수 없다.
아이는 부모의 세상을 본다. 조금만 용기있게, 겸손하게 아이와 같은 방향으로 한발짝만 앞으로 나가보자.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이 시대의 젊고 꿈으로 가득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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