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학교 뉴스레터 ④] 강의스케치
'정의란 아빠가 엄마에게 커피를 타주는 것입니다!'
- 닉네임 'not for self' 님
한 해가 또 저무는 시기가 되면 가끔 아주 진지하게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자문하곤 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간 다는 것이 어느 때에는 성실함을 말할 때도 즐거움을 말할 때도 있지만 유독 2014년은 과연 정의롭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과연 정의롭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전성은 선생님의 강의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국가는 무엇입니까? 그럼 제도는 무엇입니까” 그저 막연한 질문이 아니라 함께 현장강의를 들으러 온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진짜 답을 듣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리고는 소신 있고 명확한 목소리로 단위 국가는 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국가가 없는 유토피아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나 적어도 국가주의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권력을 잡은 사람에게 충성하고 복종하는 것이 마치 忠의 정신인 것이라고 교육되어 왔다. 그러나 유교의 가르침은 仁, 義의 정신이다. 忠과 孝가 아닌 것이다. 올 한해 엄청난 관객을 모으며 인기를 모았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군인은 백성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충의 정신으로 왕과 국가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백성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이순신 장군의 정의로움은 왜 지금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 그토록 열광했는가를 말해준다.
전성은 선생님은 의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정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아버지가 힘을 갖지 못한 어머니에게 커피를 타주기 시작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의의 정신을 몸소 보여줄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셨다. 정의란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을 섬기고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을 섬기고 건강한 사람이 장애인을 섬기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섬기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적어도 아무리 나쁜 국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먹고 배우고 약간의 쉼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다.
현 교육의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함께 힘을 모아 가야 할 방향은 지금보다는 학교들이 각각 더욱더 자율성을 갖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교육부의 독립이다.
전성은 선생님은 교육부도 3권 분립(입법, 사법, 행정)처럼 행정부에서 독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시작으로 교육감협의회가 독립된 법적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럴 때 재능과 소질, 자신의 관심을 심도 있게 알고 준비해야 하는 초등교육이 가능하고, 어느 정책이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알아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즉 선거를 제대로 하는 지적능력을 배우게 되는 살아있는 중등교육도 가능해 진다. 그리고 지역과 학교에 가장 적합하고 현실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적어도 줄 세우고 학생 모두를 수능점수로 평가하는 지금의 교육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교육부의 독립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서 달려오신 전성은 선생님의 노력들이 현재 교육 제도에서 바뀌고 있고 앞으로 어쩌면 15년 후면 교육부의 독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가지고 계셨지만 정작 선생님 본인은 그 때까지 내가 살아 볼 수 있을까하고 말씀을 하실 때는 마음이 숙연해 졌다.
강의와 질문이 이어지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강력한 힘의 논리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이야기 하셨다. 권력, 경제, 학력, 언론집단의 소위 엘리트들이 얼마나 끈끈함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진 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발악하고 있으며, 그래서 지금의 국,영,수 체제의 입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 안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주 절망적이게도 느껴지지만 선생님은 오히려 단호하게 세상은 여전히 어둠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약한 빛이 되어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강한 희망을 이야기 하셨다.
마음이 조급해 질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찾아가는 등대지기지만 이번 강의는 평생의 인생을 교육을 위해 몸으로 살아낸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다음 세대들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참으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고 있는 스승을 만나니 절로 마음이 겸허해진다. 깊어가는 가을밤 참된 교육자를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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