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 조카 대학 가려고 수능 봤습니다. 구미에서 알아주는 여고에 다니는 미대 지망생입니다.
수능 끝나고 4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학원에서 실기 벼락치기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좀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애가 미대 가려고 공부하는데 학교가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겁니다.
미술을 지도해 주는 것도 아니고, 진학 상담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애가 진학 하는데 별다른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왜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상담을 안하냐고 하니, 학교 선생님들은 잘 모른다고...
학원 선생들은 대학교 찾아다니면서 정보 찾아다닌다고 한다든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또 애도, 부모도 학교가 잘 모르고, 할 줄도 모른다며 아예 기대도 안한다는 투의 말이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은 학교 안다니고 학원만 가니까 좋다고...
"그럼, 학교는 왜 다녀? " 라는 나의 질문은 어물쩡 넘어가지만... 나의 궁금증은 더해만 갑니다.
애들을 대학에 보낸다는 학교가 애들 진학 문제에 왜 이렇게 아무런 역할을 못할까?
작년에 내가 아는 아이도 진학 정보를 학교에서 얻지 못하고, 학원에 가야 하는데,
학원 상담 받는데 상담료가 80만원이 넘는다는 거예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엄두도 못내고,
애가 그냥 아주 애를 먹으면서 학교 원서 쓰고... 더 황당했던건 그 애가 전교 3등 안에 드는 아이였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추천서 하나를 제대로 써주지 못하고, 오히려 애보고 추천서 초안 잡아오라는거예요.
결국은 도장만 찍어주더라구요. 인천에서 이름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요. 진짜 그때도 욕 많이 했었는데...
도대체 학교는 왜 다니는건지, 그럴거면 왜 인문계라는 타이틀은 달고 있는건지...
사교육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소외를 당하는 건지,
아님, 교사들이 책임을 방기하는건지...
이런 상황을 교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건지...
부모들이 고혈을 짜내어 공부시켜 놓았는데, 자기 학교에서 어디어디에 애들 보냈다고 플랭카드만 거는거 ...이거 정말 화나는 일 아닌가요?
이런게 학교라면 아이들이 학교를 우습게 알 뿐더러 어디에서 교사의 권위가 서겠는지 참으로 암담하더라구요.
교사들이 정보도 없고, 열의도 없고, 책임도 안지려 한다면 결국 부모 능력이 되는 애들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인데...
학교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 살 수가 있을까요?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나더라구요. 대학에 안 가면 안될 것처럼 애들을 3년 내내 묶어 놓는 학교들이, 결국에 가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건지, 못하는건지... 이런 거라면 기만적인 행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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