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9월 28일 금요일 저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어김없이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고향가기 바빠 문화제가 썰렁해질까봐 그리고 비가 올 듯 말 듯 흐린 날씨라서 걱정했던 기우를 뒤로 하고 학생들 뿐 아니라 시민들이 오셔서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그러나 참석자 걱정, 날씨 걱정만 했던 스텝들에게 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어요...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데요, 하나하나 회상을 해보겠습니다. 오전부터 꽤 많은 양으로 내리던 비 때문에, ‘문화제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쉬지말고 최소한의 장비로라도 하자’ 는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종일 날씨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오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에 도착해 장비를 세울 시간이 되어서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맑아져 문화제를 무사히 할 수 있겠구나 안심했고, 추석 연휴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네 번째 문화제를 시작하려는 찰나였습니다. 스피커, 조명, 노트북, 빔 프로젝트 등 여러개의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던 발전기가 갑자기 멈추었습니다. 시작시간인 7시를 기다리며 밝혀두었던 조명이 어두워지고, 배경음악으로 나오던 <선행교육, 이제그만!> 주제가가 멈추고, 사회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순간, 스텝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발전기 앞으로 다들 뛰어들었습니다. 갑자기 등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6시 50분을 넘어가고 있고, 문화제의 시작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시민들은 영문을 모른채 마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종로 사거리의 도로 위 자동차 소음이 아주 심했던 터라, 조명없는 건 어떻게 견디더라도 스피커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스텝들이 한여름처럼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동화면세점 빌딩으로 뛰어들어가 요청해보고 싶었지만 거대한 빌딩은 꿈쩍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근처 노점상가들에 달려가 전기를 쓸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지하철 역안으로도 뛰어들어갔습니다. 집회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에게도 달려가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습니다. 이십여분을 그렇게 뛰어다니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을 실망시킨채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충전이 되어 있는 스피커 한쪽으로 마이크를 연결하고 채송아 선생님이 사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다급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사회를 보신 채송아 선생님 덕분에 조명없이 어두운 곳에서 다들 밝은 마음으로 문화제를 시작했습니다. 조명도 없고 음악도 틀수 없었지만, 상근자 예능팀의 율동에 맞춰 다같이 주제가를 불렀습니다. 음악이 없어도 한목소리로 모아 부르는 주제가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상근자 예능팀도 밝은 조명 앞에서 괜히 쑥스러워 실수도 하고 경직되곤 했었는데, 조명이 없어 그랬는지 오히려 밝은 얼굴로 무사히 주제가 율동을 해냈습니다. 모인 시민들 앞에서 구김살 없이 웃으면서 율동을 할 수 있었던 그 여유는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 그렇게 스피커 하나만 의존한 채 문화제를 시작하고 10여분이 지나서인가 전기가 들어오고 조명에 불이 켜지고 영상을 틀어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것도 우리의 의지를 막을수는 없겠죠!! 모든 것이 다 제자리를 찾고 문화제는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전기를 어떻게 끌어왔는지는 비밀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것으로 해두려구요... 만약 다음에 또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비밀스럽게 조치를 취해야겠죠! 밝아진 조명 앞에서 윤지희 대표님의 경과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주간에 이슈가 되었던, 선행교육 유발 기관을 고발했던 일을 보고하는 것을 들으며 ‘선행교육 금지법’이 하루라도 빨리 실현되어야 함을 다시한번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이어서 이정필 선생님의 고백을 듣고 남용식 선생님 부자의 ‘아빠와 아들’ 공연이 있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인 이정필 선생님의 고백은 이러하였습니다.“아이들의 교육환경은 바뀌지 않았지만, 부모인 제가 아이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아이들이 행복해합니다. 가끔 아직까지도 불안한 마음이 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기도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수학문제 하나를 더 풀고, 영어 단어 한 개를 더 외우는 것으로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보다, 보다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게 뛰어노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이만한 준비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자부합니다. 나는 훌륭하진 않지만, 부끄럽지 않은 아빠라고...” 마지막으로 부모의 다짐을 다함께 외치며 문화제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날 문화제에서 가장 고생한 두사람을 소개하고 싶네요. 초반의 사고를 재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심태선 선생님과 이종혁 간사의 찰떡궁합 덕분이었거든요. 심태선 선생님은 백선숙 회원의 남편으로(본인은 아직도 ‘나는 회원이 아니다, 회원의 가족일 뿐이다’고 하십니다^^) 이번 문화제에서 기둥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어떤 기둥 역할이냐구요? 오랜기간 연극무대에서 무대공연을 한 경험을 살려 이번 문화제가 한편의 공연이 되도록 절제의 미를 살리고 완성도를 갖추도록 함께 기획하고 현장 스텝으로 수고를 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심태선 선생님과 손발을 잘 맞추고 있는 이종혁 간사님의 발빠른 대처로 문화제의 구멍들이 메워지고 무사히 치러지고 있는데요, 심태선 선생님과 ‘호형호제’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두분의 호탕한 성격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까요? ^^ 심태선, 이종혁 두 사람의 훌륭한 파트너십이 문화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답니다.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해 내 일처럼 발벗고 나선 시민들이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문화제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재능을 쏟아부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어른들이 광화문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소수의 행사이고 무관심한 시민들이 모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싹'이 이곳에서 분명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이상 아이들을 고통스런 상황에 방치해 두지 않겠다는 성찰과 고백만큼 '강력한 변화의 동력'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 진실을 믿습니다. 더이상 어두운 문화는 견딜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자기의 자리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밝게 웃으며 이 시간들을 고맙게 추억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문화제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로서 '선행교육 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고 그 곁을 지키는 단단한 시민들이 결집될 것입니다.
■ 행 사 : 『선행 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문화제』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위한 부모의 다짐 △로고송 부르기 및 공연 등 ※ 참여하실 때는 가족 및 이웃들과 함께 참여해 주셔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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