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통합당의 '국립대 연합체제' 방안에 묻습니다 지난 1일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른바 ‘서울대 폐지론’을 포함하는 ‘국립대 연합체제’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이와 관련된 논쟁이 뜨겁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우선 민주통합당의 이번 발표가 우리 교육문제의 가장 핵심인 대학서열과 학벌문제에 대해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합니다. 또한 일부 언론은 민주통합당의 이번 제안을 ‘서울대를 없애자’는 이야기 정도로 의미와 내용을 축소하여 비판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장에 일방적으로 맡겨놓았던 대학체제를 국립대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개편하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등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합니다. 민주통합당의 제안으로 촉발된 이번 논쟁이 ‘서울대 폐지’와 관련된 좁은 틀에 갇혀 과거의 논쟁을 반복하는 소모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학체제 개편이라는 큰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과 정책의 내용적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이번에 민주통합당이 제안한 ‘국립대 연합체제’ 방안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첫째, 전국의 30개 국공립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국립대 연합체제’가 지향하는 바가 불명확해보입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광역 거점별로 대표적인 국립대를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은 특성화를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30개 대학을 동일한 하나의 연합체제로 묶는 것이 아니라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체제와 그 이외의 국공립대학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용섭 의장은 “기존의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등 국립대를 하나의 연합체제로 묶어 강의와 학점, 교수의 교류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졸업장도 공동으로 주자는 것”이라고 언급하여, 서울대를 포함해 전국의 국공립대 30곳을 하나의 거대 대학체제로 통합함으로써 사실상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주장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전자의 경우라면, 지방 거점국립대의 위상과 경쟁력은 상당한 정도로 향상되는(서울대 수준의 지방대학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점국립대 이외의 국공립대학 교육의 질과 경쟁력, 그리고 이들 대학의 연합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남습니다. 이와 관련된 정책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거점국립대 이외의 국공립대의 지위는 지금보다도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지역의 대학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편 후자의 경우라면,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사실상 대학평준화를 추진하는 것인데, 그럴 경우 대학교육의 경쟁력 약화와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는 타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등교육의 기회와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전이 확대되면서 대학교육에 바라는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요구는 더 이상 학문 중심의 엘리트 교육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이러한 다양한 개인과 사회의 요구에 맞춰서 특성화‧전문화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입학생의 선발과 커리큘럼의 구성, 졸업 이후의 진로연계 등에서 현재의 획일성을 극복하고 훨씬 다양성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거스르면서, 전국의 모든 국공립대를 하나의 거대 대학체제로 통합해 신입생을 통합 선발하고 공동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의 ‘국립대 연합체제’를 운영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설사 실현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육의 경쟁력과 하향평준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립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애초의 핵심목표인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둘째, 국공립대 중심의 대학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립대학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발전 과정을 보면, 국공립과 사립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립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으며, 그 결과 전체 고등교육 기관에서 사립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8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체제 개편을 위해 국공립대학에 배타적 또는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정당성과 실효성 모두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앞에서 제기한 두 가지 문제와 관련하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대학체제 개편을 바라는 70여개 단체와 함께 발표한 대학체제 개편 대안인 ‘좋은대학 100플랜’에서는, 공모를 통해 국공립대학은 물론이고 사립대학까지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좋은대학’ 100개를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때 공모에 선정된 대학은 지역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좋은대학’ 간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되, 각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다양화,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 간에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경쟁하는 중복과 낭비를 조정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체제 개편을 추진합니다. 또한 국공립대학만이 아니라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학교육 혁신의 의지와 실천역량을 가진 대학이라면, 국공립과 사립을 차별하지 않고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하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공립 대학이 우선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고, 정책 추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원을 받게 되는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기존 국공립대 수준의 재정을 투여하고 사립대학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거버넌스 등을 변화하여 최근 논의가 많이 되고 있는 ‘정부 지원형 사립대학’ 육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민주통합당의 이번 제안을 환영하며, 새누리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에서도 대학체제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대안 제시가 이어져 대학교육을 전면적으로 성찰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아나가는 합리적 토론과 논쟁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작년 말에 ‘좋은대학 100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대학체제 개편 대안의 시안 내용을 파일로 첨부합니다.) 2012. 7. 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대학100플랜 (PDF) 보도자료 (HWP) 보도자료 (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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