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어하는 우리 딸 ('haejimom'님의 고민) 


저는 직장맘으로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매일 노트에 오늘 해야 할 일과 공부를 써놓고 출근을 하지요 그런데 중간에 개입이 없으면 늘 안하고 놀고 있습니다. 저녁마다 하는 잔소리가 일과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것마저 효과가 없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인데 말입니다. 어제는 크게 혼냈는데 아이 말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루고 싶은 꿈도 없답니다. 저학년일 때는 시키면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안 통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엄마의 체크리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 ('샤바누'님의 답변)

직장맘으로 많은 신경을 써 주실 수 없다고 쓰신 첫 머리 글이 맘에 많이 와 닿습니다. 대부분의 어머님들 고민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하는 엄마의 하루는 퇴근하자마자 저녁밥 짓고 치우고 세탁물 몇 개 챙기다 보면 어느새 잠 잘 시간입니다. 겨우 주말이나 되야 아이들 얼굴에 눈, 코, 입 제대로 달렸나 볼 수 있지요. 직장 다녀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가 6학년이라 학교에서 밀려드는 숙제, 시험 등에 대한 부담까지 떠맡아 가려면 정말 하루 하루가 지옥이고 시간에 쫒겨 정신없이 살고 계시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기말 고사 끝나면 한자 시험, 한자 시험 끝나면 일제 고사... 그 결과들이 하나 하나 나올 때면 아이와 싸우면서 속 뒤집어질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닐거구요. 시험 전 나오는 단원평가는 또 왜 이리 어렵고 점수도 안 나오는지... 부랴 부랴 준비 시키려고 아이만 잡는 상황들이 수도 없이 생기죠. 아이들이 알아서 해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이니 어렸을 때처럼 고분고분 엄마 말을 잘 듣지도 않으니 더 속상하실거에요.

하지만 여기까지는 어머님의 입장입니다. 이제는 아이의 입장을 살펴볼까요?

아이가 학교에서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은 3시입니다. 청소 당번이거나 알림장을 늦게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오면 순식간에 4시가 되지요.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참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속상했던 일, 기억에 남았던 일, 뭔가 재밌었던 일을 엄마, 아빠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퇴근한 엄마는 해야 할 일과 공부를 잘 했는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오늘 공부 하면서 어떤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어떤 과목이 어려웠는지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해결하고 싶은데 학원이든 엄마든 ‘문제 풀어라, 시간 지나간다, 이거 배운건데 왜 틀렸냐’고 야단부터 치기 시작합니다. 학원이나 엄마가 하라고 하는 대부분의 공부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준 학습지 분량입니다. 내가 어떤 과목이 어떤 이유로 부족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묻지 않고 관심 가져주지 않습니다.

꿈이 무엇이고 어떤 꿈과 직업과 내용이 있는지 들은 적이 없고, 세상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받은 자극도 없고 인물도 없고 내 맘에 와 닿는 사람도 없는데 넌 왜 꿈도 없니, 라고 말합니다. 설령 있다 해도 말하지 않지요, 말해봐야 그 꿈과 목표를 앞에 세우고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는 결론을 만들어 낼테니까요. 이것이 아이의 입장에서 겪는 상황입니다.

저는 공부나 학습이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결과물로 학습 과정에서 생기는 좋은 마음이 이루어낸 습관이라고 봅니다. 그 어떤 학습이나 공부도 잔소리와 야단, 엄격한 훈련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학습환경이 좋은 곳에 아이를 데려다놔도 아이 스스로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동기유발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동기 유발이 참으로 신기한 마법과 같은 기폭제입니다. ‘하고 싶다, 잘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 칭찬받고 싶다, 하면 될 것 같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뭔가 뿌듯하다...’라는 복합적인 감정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바쁘게 나가는 엄마가 써 놓은 공책이 이런 것들을 대신할 리 없겠지요. 만나자 마자 검사받고 야단 들으면서 이런 감정과 공부에 대한 동기가 생기기도 어려울 거구요.

어머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아침에 공책에 할일을 써 놓고 갈 일이 아니라 공부를 잠시 멈추더라도 아이 이야기를 먼저 들어 주고 아이 생활에 먼저 공감하는 부모님의 자세를 가지도록 노력하시라는 것입니다. 맞벌이로 내 몸이 몹시 힘들어도 일단 들어와서 아이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학교 이야기나 주변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공감하며 아이와의 라포(Rapport, 친밀감)를 형성해 주어야 합니다. 학습지 몇 장 풀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관계 성립을 먼저 해주셔야 아이의 학습 의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공부에 대해 대화하는 방법을 바꿔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이가 독서를 잘 한다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 우선 아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살펴보시고 그 책을 같이 읽고 어머님의 느낌도 이야기 해 주시고, 또 비판할 영역도 같이 이야기 나누시면 더 풍성한 독서가 되겠지요. 학습은 그 다음에 이루어져도 괜찮습니다. 또 학교 공부에 대해서도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어떤 과목을 어려워하는지 대화하고, 어떤 교재를 얼마의 분량으로 공부 할 것인지를 아이와 평등한 관계에서 이야기 나눈 뒤 선택하고 정하면 좋습니다. 더불어 검사가 아닌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시면 더 좋겠구요.

"네가 정한 약속을 잘 지켰구나. 어제는 이 부분을 어려워 하더니 일주일간 이 부분을 공부해 알아낸 듯 하여 다행이다. 넌 이것을 어떻게 알아냈니? "

"~~게 하니까 되던걸?"

"좋은 방법이네.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우리 산책할까? 게임 하나 할까?"

이런 대화 과정에서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기쁨을 산책이나 게임을 통해 부모와 함께 보상받는 행복도 느낄 것입니다. 자기 주도는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쌓인 기쁨이 더해져 이루어지는 성입니다. 맞벌이를 하시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시간과 상황에 쫓겨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아이가 성취의 줄을 완전히 놓지 않도록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인정과 긍정, 자신의 계획한 내용에 대한 실행의 기쁨을 알 수 있도록 격려의 대화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기반이 되어야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양을 해내야 하는 시간을 버텨낼 의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고학년이 되면 자아가 생겨나는 시기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공부를 잘 시킬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아이의 의지를 끌어내고 도울 수 있는 부모의 몫을 잘 해낼까?’라고 생각하시면 아이는 기쁨 마음으로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대화와 격려부터 다시금 차근차근 쌓아가시면서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한 길을 걸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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