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여름에 만난 조카

갑자기 시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고3인 딸을 멀기도 먼 우리 집에 보내겠다는 겁니다.

"공부는 어쩌고 여길 오냐?" 했더니 공부는 이제 필요없답니다.  정신차리게 일이나 시키랍니다.

대충 분위기를 알 것 같아 알았다고...


애가 왔습니다.  얼굴에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하루종일 휴대폰에만 매달려 삽니다.

그놈의 휴대폰을 어쩜 그렇게 오래도 쓰는지...  그 애 눈에는 우리는 사람도 아닌듯 합니다.

휴대폰 소리만 울리면 사라지고, 함께 있어도 휴대폰만 보고 있습니다.

애를 보내면서 휴대폰을 뺏어버리라고 했지만 부모도 못 뺏는 휴대폰을 우리가 어찌 빼았겠습니까?

애가 눈을 뜨고 있으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애가 어디로 내뺄까봐 함께 온 시어머니는 애를 버려놨다고 딸이 불쌍하다 합니다.

우리 조카 아주 모범적으로 부모가 시키는 사교육 충실히 받은 아입니다.

피아노, 발레, 학습지, 논술, 과외, 학원, 수영, 컴퓨터, 미술...  안 배운게 없습니다.

어쩌다 집에 가도 학원 스케줄 따라 가느라 애 얼굴도 못 보고...

초등학생인데도 저녁 9시에 들어와 또 학원 숙제 하고, '소년조선'에 나오는 한자까지 다 끝내고 잠이 들고 했는데...

고등학교도 비평준화인 그 지역에서는 최고로 좋다는 여고에 들어가 고1 때는 반에서 1등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애가 성적이 떨어지고, 성적이 떨어지니 부모에게 자주 혼이 나고,

혼이 나니 집에 잘 안 들어오려고 하고, 그러니 마침내는 아빠에게 매까지 맞고...

성적이 떨어지니 새벽 2시까지 학원에 다녀오고, 그래도 성적이 안 오르니 주말에는 과외 붙이고,

그래도 성적이 안 오르니 아빠는 엄마를 닥달하고, 애를 보면 화를 내고,

그러다보니, 애가 자포자기를 했는지 이제는 학원에도 안 나가고, 아예 공부도 안합니다.


외삼촌인 우리 남편에게는 영어단어 외우기가 싫어서 영어가 하기 싫다 하고,

주말에 집에 데리고 갔는데, 아빠가 있는게 싫어서인지 또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다른 집 가서 잠을 잡니다.


어릴 때, 어쩜 저렇게 많은 사교육을 저리도 충실히 받을 수가 있을까?

저런 아이도 있구나!!!  하면서 참 놀랐는데...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부모를 배신하네요.

많은 돈을 들여, 기대도 큰 딸이었는데, 부모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기자신에게 제일 실망이 크겠죠.


안타깝고 이 미친놈의 교육을 뒤집어 엎어버려야지... 부모자식 사이도 다 갈라 놓고

19살 꽃다운 나이에 애를 다 죽여 놓았으니... 

자기 자신이 정상적인 고3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을 슬슬 피해다니고,

무슨 죄를 지었다고 집안에서도 쉬쉬하고... 증말 깝깝한 세상입니다.


이 놈의 미친교육...  정말 우리 국민 미치지 않고서야 이대로 따라간다는게 말이 됩니까?

내 자식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에 참으로 부모로써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파란하늘 회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