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에 이어 또 한명의 경제학자에게서 듣는 노동시장 이야기.
경제학이라고 하면 수학공식과 복잡한 그래프를
봐야 한다는 부담이 큰데요. 우석훈 선생님이나 김희삼 선생님은
그런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셨습니다.
우리에게 현실을 보여주시면서도 살아갈 길은 있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셨거든요. ^ ^
사실, 김희삼 선생님이 강의실에 딱 들어오셨을때
'꽃미남!!'이라며 약간의 수런거림이 있었답니다.
게다가 강의준비를 열심히 하셨다는게 눈에 보이고
진로고민을 하는 우리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만족도 99점이었던 강의,
맨발각시 정수경님의 강의스케치를 읽으며 다시 한번 떠올려 볼까요?
강의 시작하면서 나오는 몇 %로 딱딱 정리된 통계 수치들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 시대별 대학진학율 추이
- 진학경로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현황
- 대학 가는 이유의 변천사
- 대학 진학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 분석
- 입시성적, 학과서열, 시간당 임금의 함수관계 등등은
대충 감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 현실로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제 눈길을 끌었던 재미있는 자료로는
- 국제비교 관점에서 본 교육수준별, 성별 고용률과 상대임금
- 1년 추가교육이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비율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학력자가 받는 상대임금이 우리보다 훨씬 더 높은데도
왜 그 나라는 대학가는 비율이 적은지,
1년 추가 교육시 수익율 역시 미국이 우리보다 더 높은데
왜 그 나라 학생들은 대학진학율이 낮은지,
그 이유가 90년대 중반 이후 대학의 초과공급으로 대학생이 양산되었고
이로 인해 취업시장에서 기업 우위의 상황이 초래돼
결국 대졸임금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부 좋아하셨던 대통령님은 '지식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선의와 확신을 가지고 대학을 마구 늘리셨겠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올 줄은 모르셨겠지요? ㅜㅜ
'사람값이 높은 사회'로 가야 선진국이라 하는데
사람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무지 비싸고
정작 값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이 불합리한 구조를
어떻게 타개해야 옳을지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지더군요.
이 문제는 나중에 질의응답시간에 한번 나왔는데
우리의 핸섬가이 박사님은
"구조조정도 해야하지만, 이미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대학의 품질관리를 높이고, 실업계고 같은 직업 트랙이 다 죽었는데
소수의 모범사례를 살려 다수의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대학교육과 노동시장, 전공과 직업에 대한 분석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제 머리는 점점 무거워지더군요.
갈수록 심화되는 교육의 양극화와
암담하리만치 냉혹한 노동시장의 현실에
한껏 주눅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근데 '알 것'에 대한 설명에 이어 '바꿀 것'을 말씀하시는 대목에선
앞의 기조와는 완전히 다른 희망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초중딩 시기에는 학생과 교사, 부모가 재능과 관심사를 탐색하는 시기로
설계하고 고딩과정에선 핵심역량위주로 학점제를 도입,
미국의 AP제도처럼 대학에서 전공할 학과에 필요한 지식을
사전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언젠가 TV 다큐에서 소개된 아일랜드의 transition year을 거론하며
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자고 하셨지요.
개인적으로 이건 정말로 국가차원에서 강제로라도 도입하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해보면 1년간 애들 학교 안가고
학원에만 처박혀 있는 살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게 안봐도 비디오지요.
대학은 학과별 평과와 우수학과 인증제를
기업은 구체적 직무능력 위주의 채용방식과 기명 추천서 등의 개선을 거론하셨는데
김쌤이 말씀하신 내용이 정말 현실화될 수 있다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려 세 시간이 넘는 강연을 쉬지 않고 듣는 동안
정말 "오늘 책 한권 읽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꽉찬 정보, 생각할 거리가 많은 강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강의보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 많은 통계자료와 분석들이
하나로 일목요연하게 엮여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교육의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크게 불평등성과 비효율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간 '불평등'의 문제는 자주 거론되었고
그 심각성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특목고에 들어가고 누가 서울대를 들어가는지,
아버지의 학벌과 수입이 자녀교육에 어떻게 전이되는지,
강남과 목동, 중계동의 집값은 왜 천정부지로 치솟는지,
소문으로만 듣던 그런 정보가 사실로 입증되고 확인될수록
자괴감과 패배의식만 더 커지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차피 있는 놈 자식이 공부도 잘하게 된다니
돈 많은 부모 만나는 수밖에 길이 없다...뭐 이런 결론이지요.
그래서 저는 '불평등'을 확인하기보다
'비효율성'을 캐내고 싶었습니다.
사교육비를 투입해서 얻는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부모의 예상수익율과 실질수익률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사교육으로 얻는 것이 실제 인생에서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한 아이에게 20년간 투입되는 사교육비를
펀드나 다른 재테크로 돌리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는지 등등
제가 김박사님께 듣고 싶은 정보는 사실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안다면
아이도, 엄마도 불행해지는 그런 소비를 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어서요.
전체적으로 종합하자면, 이번 강의에서 보여주신 정보를 살펴보면
앞에서 현실을 진단하실 때는 교육의 '불평등성'을 주로 거론하신 것 같고
뒤에 대안을 말씀하실 때는 '비효율성'을 염두에 둔 제안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눈에 정리하기가 더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일반인으로서는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분석들을
흔쾌히 찾아주시고 설명해주신 김희삼 박사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김희삼 박사님께서 강의 말미에 진로의 의미를
'진로는 나를 나답게하는 참된 길을 가는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이어지는 진로학교에서 그 참된 길을 보고 걷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로학교 강의가 진행될수록 선명해지는 현실, 그리고 각자에게 던져지는
고민은 무게를 더해가는 듯합니다.
강의실 밖의 사람들과 별 다를 것 없이 비슷하게 살아가지만
'다른 동기'의 '다른 선택'을 하고자 끙끙거리는 우리는,
기우뚱하면서도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를 흔들기도 하고 잡아주기도 하면서 진로학교는
2강 시청하신 후, 소감문 남기시고 함께 나누는거 있지 않으셨죠? ^ ^
엄선한 소감문 읽어보시고 적으시며, 강의를 정리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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