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광주 - 나정승(피스메이커30)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교를 고민하기에 앞서 학교에 대해 나에게 각인된 코드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학교에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오지의 사람에게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다.
누군가와 경쟁하는 곳이다.
꼭 평가를 받는 곳이다.
한 줄로 세우기를 수없이 당한다.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리고 학교하면 선생님이 떠오른다.
왠지 두려움이 의식의 전면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무엇인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요구사항대로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지시를 받는 곳이랄까
학교에서는 나 자신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오로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고민할 일이었다.
그럼 딸이 다니는 학교는 딸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진다.
어떤 의미있는 학교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공공하는 학교로 삶을 함께 나누고 친구들과 부대끼며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곳으로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관료형 통제 체제안에서 수동적으로 그리고 방어적으로 대하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부모로서 새로운 소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 본다.
세부 평가기준까지도 단위학교에 너무 상세하게 지침을 주는 대한민국 국가수준의 교육계획을 내려주고 세세하게 감독하는 현 체제안에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진다.
워낙 교육정책이 정권 바뀔 때마다 바뀌니 교장공모제니 수석교사제니 학교자율화방안, 교원능력개발평가등에 대해 일선학교 선생님의 대체적인 반응은 냉담하기도 하고 그 많은 변화에 난감해 하기도 한다. 내가 교사라도 또 정권 바뀔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딸 아이 담임교사를 아내와 함께 찾아 면담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참 신선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타고난 스승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딸 아이 맡겨놓고 고개 조아리며 잘 부탁합니다 하면 부모 역할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쉽지 않은 발걸음을 떼어 놓고 보니 일단 한번 만나 봐야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고 다가갈 때 상처 받을수도 있지만 학부모와 교사가 신뢰를 얻는 길은 신뢰 추정의 원칙을 우선적으로 갖고 다가가 보는 것이라 생각된다.
공공하는 학교, 협치하는 학교, 배우는 즐거움이 있는 학교, 핵심역량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학부모가 바라는 학교상에 대해 면밀한 교감이 필요할 것 같다. 방대한 학교 교육계획서를 읽고 비 전문가인 학부모가 이해하고 좋은 학교를 제안하기에는 개인적인 경험측상 고백하자면 겁부터 났다. 왠지 빨레판에 앞에서 주름 잡는 것 같은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무지가 참 배움의 스승이듯이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좋은 학교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문제도 보이고 대책도 나름대로 일천하지만 학교에 제안을 해보았다. 그러고 나니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관심이 가고, 새로 사귄 친구는 누구인지, 뭐가 재일 재밌는 일인지 질문도 하게되고, 결과적으로 딸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딸아이에게는 이제 학교가 빙그레 미소 짓는 학교의 각인코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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