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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 체제 개편 발표에 즈음한 특별 호소문
“적당히 고치는 외고 체제 개편
으로는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잠재울 수 없습니다”
외고 존폐 문제가 지금 뜨거운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해 4월부터 시작한 외고 개선 5차 토론회를 계기로 외고 존폐 논란이 사회적 여론을 넘어 정치권으로 넘어가고, 정부 여당에서조차 외고 폐지에 대한 주장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리게 되었고, 급기야 교과부는 공청회를 통해 외고 폐지가 포함된 선택지를 제시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에 당황한 외고 측의 대응이 거세고 외고 소속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최종적 외고 정책 발표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별 성명서를 채택하여, 정부와 정치권, 외고에 특별한 호소를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호소는 간단합니다. 즉 “정부와 외고가 외고 체제를 이대로 아무리 두려 해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 물줄기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이 역사적 대세를 거스려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외고 체제 개편과 관련, 최근 정부 여당이나 정치권에서 나오는 여러 주장을 접하며, 국민들은 현재 상황을 매우 의아하게 여길 것입니다. 외고를 폐지한다는 주장은 과거 소위 ‘좌파’ 정부라고 불리우던 참여정부 때나 있을 법한 주장인데, 그때조차 건드리지 못했던 외고의 존폐 문제가, 오히려 외고에 친화적인 현 정부 들어, 그것도 여당 의원들이 의해 제기되니 말입니다. 이런 의외의 현실에 교과부에서 오랜 동안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관료들조차 매우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물론, 외고 학교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참여 정부 때 외고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때로 터질 때마다 힘으로 이를 잠재웠는데, 형편이 나아질 것 같은 정치 현실에서 오히려 훨씬 냉혹한 요구가 밀고 들어오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단체들과 정치권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 또한 깊을 것이라 예측합니다.
■ 외고 (입시) 체제, 국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
그러나 싫던 좋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대세이고 국민적 요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외고 폐지 요구가 거세진 것은, 정치권이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같은 곳이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불만과 요구가 그렇게 차올랐다는 반증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입 환경 속에서 고등학교 체제에 외국어고 같은 특별한 학교를 유지하게 될 경우 외고와 같은 ‘특별한 고교’를 둘러싼 문제는 언제든지 터질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막으려 해도 이런 사회적 대세는 거스릴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외고 입시 경쟁과 사교육 지출 부담은 이미 국민들이 참을 수 있는 한계 지점을 넘었습니다. 지금의 대입시 체제 속에 외고 체제를 존속시킴으로, 입시 고통은 고등학교 3년간이 아니라 초등학교 3-4학년을 기준으로 무려 3배(9-10년) 이상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입시 고통의 강도도 강화되었습니다. 외고에 진학하기 위한 아이들이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학원 사교육으로 밤 10-11시에 귀가하는 입시기계의 삶은 운명과 같은 현실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사교육비 부담은 어떻구요. 과거 입시 사교육의 무풍지대였던 중학교가 외고, 과학고, 자사고 같은 특별한 고교가 생기고, 그런 소위 ‘전기 고교’들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가 시작되면서, 중학생들의 입시 사교육비 부담이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지출 비용을 추월했습니다.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합격권에 드는 중학교 내신 성적 5% 학생은 물론 20-30% 학생들조차 이 입시에 목메며 이 고통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그렇게 해서 외고에 들어간 학생들은 행복합니까? 우리 사회에서 종종 들리는 고교생들의 성적 비관 자살의 소식은 소위 ‘좋은 학교’에 다닌다는 학생들에 집중되어 있으니, 외고생들 역시 지금의 입시체제 피해로부터 자유롭다고 누가 말하겠습니까?
이런 국민적 고통은 이미 한계를 넘었습니다. “수월성 교육을 하는 학교들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명분으로 누를 수 있는 불만이 아닙니다. 도처에 그 불만과 고통의 불길이 마른 풀섶에 불을 지핀 듯한 기세로 이글거리는데, 어찌 정치권이 이를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아이들의 삶을 걱정하는 단체들이 이를 나 몰라라 하겠습니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서 오히려 더욱 거세어진 외고 개편의 바람을 지켜보면서, 외고 관계자들조차, 외고 체제 개편의 문제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는 사실을 인정하실 것입니다.
■ 교과부가 문제를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어... 이번에 넘어가면 조만간 더 거센 사회적 요구 찾아올 것...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정부가 지금 전망으로는 당장 외고 체제를 없애지 않을 것입니다. 외고 체제 개편 이야기를 한 대안으로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여론 감지용 풍선일 뿐입니다. 지금 분석으로 정부는 외고 시험 선발제도를 고치는 정도로 그치는 것에서 출발해서, 많이 나가봐야 외고 체제를 존속시키고 다소 슬림화시키는 수준으로 다듬고 다른 학교 체제(국제고 등)를 넣어 학교체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정도로 가닥을 잡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는 외고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들의 불만과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교과부 정책 결정자 본인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초중학생 입시 사교육 고통이 외고 같은 특수한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 시험 그 자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점을 왜 모르겠습니까? 그분들도, 그 선발 시험을 존치하는 한 어떤 방책을 써도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교과부가 손을 대지 않겠습니까? 외고를 개편하는 것은, 교과부를 넘어서는 ‘정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육)부는 청와대, 국회, 여야 정치세력 관계 속에서 어떤 흐름이 결정되면 그 흐름을 뒤쫓아가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왔습니다. 또한 정치적 흐름과 다소 어긋나더라도 아이들과 부모들의 유익을 고려하여 정책의 방향을 잡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상황은 변함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권 역시, 이번에 대충 고치고 가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대충 덮어서 가도 좋을 만큼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통이 가벼웠다면, 외고 체제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변화의 요구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덮으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국민들은 정치권을 압박할 것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더욱 거센 저항으로, 정치의 판도를 갈아치울 심판의 형태로 국민들에 정치권에 선택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외고 체제 개편 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식으로 결집될 것입니다. 정부는 미봉책이 아닌, 실제 효과를 보는 근본 처방에 손을 대고야 말 것입니다. 외고는 폐지되고, 선발 시험은 사라지며, 중학교 입시사교육 부담이 없는 고교 체제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입니다. 그런 근본 처방이 무리한 정책입니까? 고등학생은 차치하고라도, 파르라한 생명의 기운으로 마음껏 살아가야 할 어린 아이들을 고교 입시 고통으로 짓밟는 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미국입니까? 독일입니까? 핀란드입니까? 방글라데시입니까? 아니 북한입니까?
■ 외고, 성적 우수학생 모아 입시 명문고 지위를 유지하려는 마음을 포기하고, 주어진 학생을 잘 가르치는 학교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아야
변화를 위한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그 준엄한 요청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답하여 주장할 뿐입니다. 4,800만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외고생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졸업생들이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상황을 모면하고자 미봉책으로 넘어가려는 정치권의 외면도, 막다른 골목에 버티고 서서 변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시선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정치권의 요구 앞에 행정당국도 버텨낼 수 없습니다.
결론이 명확하고, 갈 길이 분명한데, 국민의 고통만 지속시키며 시간을 끌 이유가 무엇입니까? 갈등을 반복하고, 외국어고등학교에 변화를 위한 큰 요구를 한번 제대로 하면 그만일 것을, 외국어고에도 상처와 모멸감만 안겨줄 이 불필요한 과정을 연장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외고 관계자들이 도덕적으로 흠이 있어 오늘의 외고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외고 관계자들의 불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주장할 때, 특히 교육자라면 전체 국민들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나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내려놓아야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외고가 폐지되고 외국어 특성화학교로 변모되며, 시험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이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의 학력 수준은 지금 외고 재학생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슬픈 운명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좋은 학교와 좋은 병원이 다를 바 무엇이 있습니까? 좋은 병원은 환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나 감기 환자만 받아 손쉽게 환자를 치유하는 병원에는 깊은 병을 가진 환자는 가지 않습니다. 좋은 병원은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를 받아, 건강한 자로 회복시키는 능력에서 탁월한 곳입니다. 좋은 학교라 해서 다를 바 무엇입니까? 학교는 학생을 구별할 자격이 없습니다. 학교는 단지 자신의 학교가 표방하는 학교 교육 이념과 목표, 교육 내용만 정확하게 설정하고, 오는 학생 수준을 불평하지 않고, 그들을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인재, 그 학생의 과거보다 현저하게 나은 사람들로 길러내는 것이 본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를 위한 능력에 탁월한 학교를 사회와 국민은 주목하며, 박수칠 것입니다. 입시 명문고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댓가로 온 국민의 입시와 사교육 부담을 주느니, 우리의 지위를 포기하자고 말하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학교를 세상은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고체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은, 외고로 하여금 그런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새 길, 참된 명문학교로 가자는 말입니다. 무릇, 정치가이든, 정책 결정자이든, 외고 당국자이든, 국민의 편, 공익의 편에 서서 자기 이해관계를 버리고 바른 결정을 하는 곳과 사람만이, 오랜 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역사 속에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
1.교과부는 12월 중순 외고 체제 개편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때 외고 체제를 존속시키고 외고 입시제도만 다듬는 미봉책을 선택해서는 안됩니다. 이번에 고쳐지지 않으면 개정의 요구는 또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다음을 반드시 반영해야할 것입니다.
-교과부 외고 대책팀의 자료(책임 : 박부권 교수)에서도 지적했듯이, 외고는 특수목적고교로서의 학문적 실제적 근거가 없으므로, 이를 폐지하고, 특성화고교로 전환한 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 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선발 방식을 바꾸어야합니다. 일체의 시험은 불필요하며, 입학사정관제는 지금보다 더 혹독한 입시 사교육 고통을 유발하기에,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자율학교 등 ‘전기 고교’ 역시 특목고와 아울러, 별도의 시험을 치루지 않고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전환해야합니다. 학생은 학교를 선택하나, 학교는 학생을 선택하지 않고 교육과정을 자율화시킴으로, 학교의 설립 목적에 충실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외고를 포함, 전기 고교의 선발체제를 사교육이 붙지 않는 형태(선지원, 후추첨)로 전환한 후, 중학교 입시 사교육 부담의 변화를 살펴 본 후에 지나치게 복잡한 고교체제도 추후 손을 대야합니다.
2.정치권은 외국어 고등학교 입시체제로 인해 유발되는 초중학생 입시고통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외국어 고등학교 체제 전환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할 것입니다. 외고 문제를 교과부 시행령 개정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교육법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이 낫고, 교육법 개정은 정부 입법보다는 의원입법이 훨씬 간소하므로 의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합니다. 고교입시체제 법령 개정의 핵심은 교과부에 위에서 요구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3.외고 관계자들은 외고 체제 특히 외고 입학시험 체제(입학사정관제 포함)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고 폐지와 특성화 고교 전환, 선발시험 제도 폐지 및 선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의 개편 방안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200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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