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
얼마 후면 출산인 예비 엄마 N씨는 나름 소신을 가진 부모다.
결혼 전부터 학원이며 학습지에 치이는 조카들의 모습을 보며 자기는 아이에게 공부만 강조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을 한 바 있다. 책임감 있고 주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어릴 때부터 환경을 만들어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2세>
매일 아이와 단 둘이 집에서 지내는 일상. 너무 답답하다.
옆집 엄마와 수다도 한 두번이고 뭔가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록한 문화센터 음악 프로그램...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감성을 가지는 게
중요할 거 같아 신청했다. 더불어 외출 핑계 거리가 생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센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간단하게 점심도 같이 먹고 찬거리도 사오는 수업날이 즐겁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이 고민 된다. 하루종일 아이와 무얼 하고 놀지가 어렵다.
이럴 때 옆집 엄마 소개를 통해 출판사 영업사원을 만났다.
예쁜 동화책과 여러가지 카드, 인형, 교구들로 구성된 베이비세트에 꽂혔다.
너무 이쁘다. 저것만 있으면 애랑 둘이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거 같아 10개월 할부로 질렀다!!
관심 없는 아이에게 열심히 책을 보여주고 교구도 나름 활용하면서 놀고 있다.
책은 자꾸 찢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뭐....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3세>
요즘은 음악 프로그램과 더불어 엄마랑 영어놀이 수업도 같이 듣는다. 율동도 하고
영어노래도 배울 수 있어서 나름 즐겁다. 언제쯤 아이가 영어를 한마디 해줄까 기대도 된다.
돌 무렵부터 인연이 된 영사를 통해 창작동화 전집도 하나 들이고 지난번 교구를 활용한
홈스쿨도 진행 중이다. 이틀은 문화센터, 하루는 홈스쿨 선생님 방문...나름 바쁘고 보람차다.
<4세>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다체로운 오감활동을 할 수 있는 간보리를 등록했다. 문화센터보다
비싸지만 그래도 소수정예고 교구며 놀이감들이 비교도 안 되게 좋아보인다. 영사가 자꾸
은물을 들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좀 무리인 거 같아 자석가베만 하나 장만했다. 그냥 가베를
가지고 놀기만 하는 건 아쉬워서 홈스쿨 선생님을 붙여서 가베놀이도 해보기로 했다. 아이를
책만 읽혀서 영재를 만들었다는 어떤 아빠의 수기를 읽고 빨리 한글을 깨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당장 큰솔의 '신비한 한글나라'를 등록했다. 읽기 독립의 그날을
기대하며 홈스쿨을 시작한다.
<5세>
이제 아이는 한글을 또박또박 잘 읽는다. 나름 만족한다. 수개념을 일찍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수학동화도 들이고 수학 교구놀이인 '내리다'도 홈스쿨 진행 중이다.
영어에 대해 일찍부터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인풋대비 아웃풋이 좋다는 입소문의 '비실비실'
영어교재도 가입하고 홈스쿨도 시작했다. 열심히 집에서 교재도 읽어주고 아이랑 워크북도
하면서 영어의 세계에 빠져볼 생각이다. 빨리 우리 아이도 동영상에 나오는 아이처럼 영어그림
책을 술술 읽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 국어, 영어, 수학 분야에서는 나름 기초를 다져
가는 거 같아 뿌듯하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기초를 다지면 주체적으로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발표력을 위해 문화센터 구연동화도 하고 미술놀이 학습도
병행 중이다. 좀 바쁜 거 같지만 그래도 초등 가기 전까지 다양하게 경험을 하고 재능을
개발해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6세>
'비실비실영어'도 하고 따로 영어놀이 학교도 다닌다. 요즘은 파닉스를 집에서도 지도하고
있는 중이다. 수학은 덧셈, 뺄셈은 나름 2자리 수까지 척척 잘 해결한다. 수학 구구단을 미리
외워두면 좋다고 해서 연습을 꾸준히 시키고 있다.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엄마, 나 놀고 싶어요."라고 힘없이 말한다. 가급적 딱딱한 공부가
아니라 놀이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서 이끌었다고 생각했었는데.....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기초를 확실히 다져둬야 초등 가서 헤매지 않고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연산훈련은 좀 쉬엄쉬엄 하는 대신 가베를 들였다. 블록 장난감처럼 놀면서 할
수 있으니까 아이도 좋아한다. 놀이 친구도 사귈 겸 유아체능센터에 보내기로 했다. 줄넘기나
축구, 수영을 배우면서 친구랑 맘껏 발산하고 놀 수 있게 되어서 참 좋다.
책 읽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이번엔 상급 수학동화, 과학원리책, 논리력을 위한
철학그림책, 교과서 중심의 위인전, 삼국유사 그림책을 왕창 들였다. 매일 종류별로 하나씩
자기 전에 읽어주고 있다. 책 뒷면에 있는 내용 확인을 위한 퀴즈들도 열심히 맞춰 본다.
<7세>
역시나 영어가 큰 숙제라 고심 끝에 7세에는 영어유치원을 보내게 되었다. 숙제가 많다.
꾸준히 영어는 접해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5세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닌 아이들 보다는
영어가 쳐진다. 그래서 센터 영어놀이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과외를 받는다. 아무래도 집중적으로 개인지도를 받으니까 금방 영어에 친숙해 질 거다.
수학은 초등교과서 선행학습 진도에 맞춰 문제를 풀어본다. 음악 수업을 대비해 피아노도
홈스쿨로 시작을 했다. 어떤 엄마들은 학습지를 3~4종씩 하면서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정말 무식한 짓이다.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지겨워 하지 않게 놀이 형식으로 잘 이끌어 줘야
한다. 딱딱한 학습지와 주입식 학원수업으로는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
잘 다져진 기초를 바탕으로 초등 대비 선행학습도 착실하게 밟아야 앞으로 공부를 주체적이고
흥미롭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벌써부터 아이가 초등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걱정스럽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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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완전 상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
흠....근데 과연 N씨의 아이는 초등만 들어가면 저 많은 홈스쿨과 과외를 다 물리치고
자기주도형 학습의 총아가 될 수 있을런지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강연을 시사인 기사로 접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부모가 처음부터 사교육에 치이고 학원에 의존적인 아이를 기르고 싶었겠습니까?
모두 처음 마음가짐은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자기 학습이 가능한 아이'를 목표로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 신념이 무너지고 사교육 기관에 아이를 맡기게 되는 걸까요?
그 출발이 초등 때부터가 아니고 비교적 일찍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기대로, 혹은 재미 삼아 하나 둘 보내기 시작한 문화센터와 홈스쿨이 어쩌면 그 질곡의
사교육 출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줄넘기와 색종이,
레고와 가베를 문화센터에서 학습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게 공부라거나 사교육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창의력 혹은 체력을 위한 밑거름이라 생각하기에 의외로 관대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6살 자기 아이는 학원 따위 다니지도 않고 굉장히 자유롭게 크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는 한글 홈스쿨을 하고 가베와 구연동화를 문화센터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은 유치원 이후에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거죠.
7살 아이를 문화센터에 보내서 영어, 가베, 과학 세 과목을 배우게 하고, 튼튼영어와 국어,
수학 학습지 2종을 홈스쿨 시키는 엄마는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릴 땐 노는 게 최고에요.전 아이 막 잡아서 공부 안 시켜요."
그 엄마가 보기엔 문화센터는 그냥 놀이터라 생각하시나 봅니다.
그것이 놀이이든 공부이든 일단 사기관에 아이를 맡겨 무엇인가를 얻게 하는 행위는 모두
사교육입니다. 35,000원짜리 학습지 홈스쿨은 여차하면 30만원 짜리 학원을 가게 되는 잠재적
상태인 거죠. 홈스쿨 영어가 부족하다 느껴지면 영어유치원이든 개인과외든 다음 단계의
좀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강구하게 되는 건 당연한 거겠지요.
만약 정말 주도적인 자기 학습이 가능한 아이를 원하신다면 어느 선을 사교육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부모가 기준을 정하고 신중하게 홈스쿨이든 학습지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감놀이가 창의력 놀이가 되고 기초학습이 선행학습으로 이어지는 거니까요.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lemontree 회원님의 글입니다. (http://cafe.daum.net/no-worry/3dru/501)
* '회원의 이야기' 코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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