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윤지희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기쁘게 기념할 날들이 줄줄이 있는 시절 좋은 5월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슬픔과 비통에 잠겨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청와대 입구 길거리 바닥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밤을 지새웠다는 소식을 들으며 더욱 무거운 아침을 맞습니다...
오늘 편지를 드린 것은, 세월호 참사를 맞아 우리 부모들, 우리 단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에 관해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들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과 저희 회원들께서도 하고 싶은 말씀, 또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싶으신,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것을 나누어주시면 저희들의 생각에 보태어서,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 정부에 촉구할 일들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일 등을 할까 합니다.
사고 한 달여가 되어가면서 애도와 슬픔에 잠겨있는 국민들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혹은 제각각 자신이 속한 단체나 기관별로 목소리를 높이고 할 일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 또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해야 할 일 등 많은 요구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아이들이 입시경쟁과 입시사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꽃피지 못한 채 영혼과 생명이 죽어가는 현실을 반드시 해소하겠다 결심하고 밤낮으로 힘쓰고 있는지라 이번 세월호 참사로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그 고통이 더욱 극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이들의 꿈을 마음껏 펼쳐줄 세상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일들을 하는 것 외에 새삼스런 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근 역사에서 온 국민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애도하며 비탄에 잠긴 일이 어디 있을까 할 정도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할 사명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통하게 죽어간 아이들이 우리 부모 세대에게 남긴 유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사 이후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니, 응답자의 85%가 “앞으로도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재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큰 희생을 치렀지만, 인간 사회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찾아볼 수 없는 썩을대로 썩은 부정과 결탁, 부패한 사회 이면을 낱낱이 목도했지만, 어느 한 군데 온전한 곳이 없는 직업 윤리의 추락, 끝 간데 없는 욕망의 추구에 몸서리가 처지지만,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우리 사회는, 우리 국가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과 체념이 우리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공포입니까. 이러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민족, 대구지하철, 페리호, 세월호... 이제 무엇이 더 기다리고 있을까요.
300명의 아이들을 눈앞에서 수장시킨 우리 부모들, “미안합니다. 이대로 앉아 있지 않겠습니다.”의 참회와 통곡을 승화시켜야 하겠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국가, 어른들의 잘못된 의식과 제도 때문에 억울하게 죽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는, 우리는,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모으고 그리고 실천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함께이니까 가능한, 그 무엇을 가슴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주십시오. 작은 실천 하나라도 좋으니 나누어주십시오. 빠른 답변을 주시면 저희들도 늦지 않은 시일 내에 준비해서 사회적으로 알리는 일에 나서겠습니다. 어려운 때에 이렇게 함께 의논드릴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참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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