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친구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정말 조기 유학을 보내고 싶다거나 이민가고 싶다할때도 그 정도인가 강건너 불구경했다. 아들이 초3이 되면서 아이 공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교육환경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된거 같다. 그 즈음에 잠수네 사이트에 가입하고 엄마로서의 자괴감에 한동안 반성모드로 열렬한 계획을 세우고 초등 6학년쯤 되면 우리 아들이 해리포터를 줄줄 읽게 될거라고 꿈에 부풀며 잠시 잠수교에 빠졌다. 잠수네 엄마들은 모두 지극히 아이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장한 어머니들이었다. 그 안에는 자식을 성공시킨 부모도 있고, 어찌했든 자식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부모가 되겠다고 하는, 험한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에게 엄마가 강력한 무기를 장착해주겠다는 모성애로 철갑을 두른 엄마들이 애정과 정성으로 아이의 학습을 챙기고 살아가고 있었다. 전업주부도 일하는 엄마도 자신의 모든 시간을 아이를 축으로 돌리며 사는 그들을 1년여 지켜보던 어느날 숨이 막혔다. 그들만큼 정성도 실행력도 따라주지 않는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잠수네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가, 마침내 그 끈을 놓았다. 내 갈길 아니다.
20대 80이라는 사회가 10대 90으로 아니 1대 99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데, 설령 내 아이가 1%가 되면 정말 행복할까? 이미 1%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아이들을 유아시기부터 부모가 주조해 아이가 특목고와 명문대를 간다고 그 아이가 진정 행복한가? 학벌이 낮아도, 높아도 학력콤플렉스가 심한 기괴한 사회! 일렬로 줄세워 반1등은 전교1등이 아니면 자괴감이 생기고, 전교1등은 전국1등이 아니면 자괴감을 갖는 기막힌 사회! 공부 못하면 노숙자된다고 아이들을 협박하는 세상이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적 떨어졌다고 목숨던지는 세상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에서 등대학교를 접하고, 강의를 듣는다. 듣고 나니 더 혼란스럽다. 애당초 사교육을 할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차라리 학원보내면 쉽겠다. 공부를 스스로 알아서 하기 전에 공부에 흥미를 붙여주려면, 엄마가 챙기고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학원에 보내지 않으려면 부모가 더 공부하고 더 챙겨야 한다. 대학이라도 보낼라 치면, 영어도 챙기고, 수학은 이제 하루 30분씩 표현학습도 들어줘야 하고, 다양한 책도 읽혀야 하고 체험도 시켜야 하고 ...
'잠수네와 다른 것이 뭐? 나는 좀 편하게 살고 싶어서 사교육걱정에 발을 담궜는데 ^^ ... '
그게 잘 못된건가? 부모가 되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하는거? 대한민국에 태어나 편하게 살고 싶다 하는거?
난 아들을 낳고 부유하는 생명이 땅에 뿌리를 내린 기분이었다. 부모가 내 뿌리가 아니라 아이가 내 뿌리라고도 했다. 그런 부모된 막중한 책임감이 점차 기쁨과 상쇄되더니, 초등 학부모가 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기쁨보다 힘들어 푸념할때가 더 많다.
대한민국 부모 노릇 참 힘들다. 왜?
내가 보는 관점은 ...
개인적인 이유는 내가 어른이 되지 않아서이고,
사회적인 이유는 이 사회와 나라가 해야 할 일을 각자 부모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공공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서, 몇몇이 잘먹고 잘사는 나라를 떠받히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두가지가 두루 충족되지 않으면 부모로서의 삶도, 아이의 삶도 온전치 못함을 아이가 자랄수록 뼈아프게 느낀다. 개인적인 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공부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책을 보고 강의도 듣고, 도를 닦겠다고 다짐하지만, 다음 날 아이에게 큰소리치고 있다. 시행착오는 끝이 안보이고 제자리 걸음에 발밑에 굴이 파일 지경이다. 지독히도 느린 부모공부에 좌절은 그저 회피하고 싶어서임을 알고 한걸음 한걸음 천근같은 발걸음으로 어두운 자아의 콤플렉스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아들 머리속의 뇌관을 제거하는 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지 않은 내면 아이를 가진, 외형만 늙은 엄마가 수없이 아들 가슴에 묻어놓은 상처들이 곪아서 나중에 폭탄처럼 터질까봐 너무 두려워서.
그런데 사회적인 문제는 누가 풀어주나?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이? 대통령이? 싹수가 안보인다. 아직은. 도대체 뭔가 변화할 수 있기는 한건지?? 내가 대학에 간후 25년동안 단 한번도 대학입시가 잘 바뀌었다고 한적이 없다. 늘 엎어치기 매치기, 백년지대계는 커녕 10년도 연속성이 없다. 교육에 수없이 많은 비판과 솔루션을 내놓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여전히 아이들은 더 궁지로 몰리고 부모는 더 힘들어지는지? 세상은 풍요로와진듯 보이는데, 왜 우리는 더 시간이 없고 쫒기며 우리의 정서는 이리 척박해지는지?
그래서 사교육걱정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게 제일 현실적이다. 진짜 살만한 세상과 교육을 위해 뜨겁게 모이자 깃발 들어올린 사교육걱정이 세운 장기 플랜이 교육부 정책보다 백만배 낫다. 그거 실현되도록 돕자!! 사교육걱정이란 단체가 해체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두 대표님과 일꾼들 정말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루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다시 나로 돌아온다. 내가 부딪힌 것은 내 욕심이다. 처음엔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욕심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아이들을 나락에 몰아넣는 그 부모들과 나는 그리 멀지 않구나!
아이가 어려서부터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했는데, 이런 병치레로 인한 근심은 아이가 공부를 못해 생긴 근심과 고통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학교 아이들에게는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공부못한다고 기죽지 마라 ” 라는 격려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니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이의 미래를 걱정할만큼 근심이 가득찼다.
학교 아이들에게 했던 말은 빈말은 아니었는데,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근심하고 있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나는 분명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데, 왜 아이는 자꾸 내 눈치를 살피고 나는 아이를 윽박지르며 기쁨이 사라져가는 것일까?
........ <중략>........
세상에는 공부가 아닌 다른 것으로 살아갈 길도 많고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공부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을 다 잃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화현 선생의 <책으로 크는 아이들> 중에서
며칠전 일이다.
아들 학교에서 진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아이가 원하는 진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오라는 프린트가 왔다. 집에 조금 늦게 와서 알림장에 사인하기 위해 챙기다 본 프린트 ,아이가 원하는 진로를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예시되어 있다.
아이: ( 관심사 란에 축구라고 적는다 )
엄마: 축구 말고 다른것도 생각해보자
아이: (옆에다 탁구라고 적는다 )
엄마 :( 일단 숙제끝났다는 듯한 아들을 쪼으며 ) 운동분야 아닌것중에 하나 생각해봐 ~~
아이 : 음.. 생물..
엄마: 더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예시되있네...
아이 : 음.. 동물..
엄마: (아이의 닫힌 관심사와 성의없는 대답에 살짝 짜증을 내면서 ) 너 개콘 좋아하잖아. 따라
하는 것도 잘하고..
아이: 그건 그냥 재밌는거지.. (목소리 높히며) 재밌다고 다 꿈이라고 적어야 하는거얏?
( 꿈을 적는 난에 축구 선수 , 체육선생님이라고 적는다 )
엄마 : ( 결국 뭔가 욕구불만이 생기며 짜증이 나다가 결국엔 큰소리를 친다 )
넌 꿈을 적으라 하면 매번 축구선수라고 적으면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하
고 있니? 일주일에 고작 한번 하는 축구, 그것도 친구들하고 노는 계획 잡히면 빠진다고 하고,
비오면 안 간다고 꾀부리고, 그렇게 해가지고 축구선수 되겠니? 엄마가 일주일에 3번 하는거
등록시켜준다고 해도 안한다고 하고 (버럭 버럭 !!, 엄마가 보기에 축구선수가 될 근기와 기량
은 없어보이고 ,, 그 길도 너무 힘들어보이고, 학년이 올라가면 좀 다를까싶었드만 초등 2학년
때부터 지금껏 한결같이 축구선수라 하면서, 평일엔 노는시간 많아도 혼자서는 공한번을 차지
않는 녀석이...... 그보다 넌 공부쪽에 더 자질이 있어보이는데... )
엄마가 바라는 진로에는 ‘???’를 해서 보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사는게 좋다라는 모범답안을 적을 수도, 내가 그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을 적을 수도, 아이가 바란다고 그대로 적을 수도 없어서... 그 진로설문지 하나에, 나는 얄팍한 계산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질척거린다 엄마공부 갈길이 멀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하겠다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이 맞나?
에휴~ 그것도 구체적으로 적으라니, 아직 삶에 대한 탐색도 제대로 시작조차 해보지 않은 아이들한테 말이다. 아이의 인생길 구만리,,,
이제 !! 다급한 안목과 시야를 티우고, 숨통도 티우고 살고 싶다 !!!
우공이 산을 옮긴다고 했던가? 아득하고 꿈같은 일들을 향해 길을 나서는 우공들이 눈씻고 보니 주변에서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아주 조금씩은 바뀌어 오지 않았던가. 힘겨운 희생 위에서...
아메리카 선주민 인디안 속담에
‘빨리 가려거든 혼자가고, 멀리 가려거든 같이가라 ’ 이런 말이 전해온다.
울 부모님들~ 우리 같이 멀리 멀리 가보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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