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숭실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금년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인「영어사교육포럼」을 준비하고 있는 김승현이라고 합니다.
작년 9월부터 10월에 4차에 걸쳐서 진행되었던 영어사교육 토론회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뒤로 토론회의 성과를 후속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토론회를 마친 뒤 자주는 아니었지만 꾸준한 후속모임이 있었습니다. 후속모임에서는
토론회에서 제안되었던 연구조사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영어사교육포럼」을 만들기로 하고
그 준비를 최근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일단, 상반기(3~6월)에 네 차례 정도 진행할 포럼에서는 영어유치원, 영어전문학원, 학습지,
엄마표영어, 영어캠프, 어학연수, 조기유학 등 국민들이 개별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사교육에
대해서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보려고 합니다.
위의 주제와 관련하여 전문가(학원 선생님 등) 또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녀를 지도하면서
깊은 고민을 통해 자신의 중심을 잡고 계신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이병민 교수님(서울대 영어교육과)이 포럼의 대표를 맡아주시기로 한 것을 비롯해서
공교육의 선생님들과 오랜 동안의 사교육 경험을 가지고 계시면서 현재는 대안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 등 사무실 식구를 제외하고 여섯 분 정도가 운영진으로 참여
하고 계십니다. 직접 참여하시거나 주변에 있는 분들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럼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려는 이유에 대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영어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뒤쳐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영어사교육에 자녀를 맡기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사교육을 시키면 자녀의
영어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모의 소득수준에 비해 무리한 지출을 감내하거나
엄마표영어와 같이 부모가 많은 희생을 통해 자녀의 영어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담을 감수하면서 무조건 좀 더 비싼 사교육을 시켰다고 해서 그 효과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성공의 요인을 부모의
경제적 투자에만 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내막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성공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성공신화에는 거품도 상당히 존재하고 무엇을 성공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 또한 필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포럼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채현 선생님은 자신이
지은 책(영어 가르치는 엄마들의 교과서-이 책 꼬~옥 읽어보세요~!!)에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습니다.
어떤 아이가 찾아와서 “선생님.. 저는 영어를 2년 동안이나 배웠는데 왜 영어가 늘지않죠?”라고
물었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다죠.
“일주일에 영어를 얼마나 공부하니?”,
“일주일에 한 시간이요..”,
“그러면 한 달에 4시간, 일 년이면 48시간이니까 일 년에 이틀만 공부한거네..”
저는 위의 예에 영어사교육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아야할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채현 선생님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영어는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영어학습 환경에서 영어에 대한
노출시간을 늘리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거나 엄마가 다른 것 다 포기하고
아이 영어교육에만 매달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대학 가기 전에 한 1억 정도 영어사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부모에게 있다면 좀 문제가 다르지만 그런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설픈 투자는 아이의 영어실력을
크게 향상시켜주지도 못하면서 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좀 냉정하게 얘기하면 사회가 부당하게 부여하고 있는 영어특혜를 누릴 수 있는 몇몇을 위해
들러리만 서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잘못된 구조가 강화되는데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한겨레에서 사교육비 지출과 관련된 어떤 가정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맞벌이로 월수입이 550만원쯤 되는 가정인데 ‘보육이모(중국동포)’에게 150만원, 영어유치원에
80만원, 그리고 다른 사교육비, 약간의 저축과 보험료 등을 지출하고 나면 100만원 정도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유치원 80만원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아이의 영어실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덜 가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거부감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 정도를 위해 월 80만원의 투자는 너무 아깝습니다.
조금만 부모가 덜 불안해하고 중심을 잡아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 충분히 다른 길이 있을 수 있고
영어사교육에 들어갈 돈으로 온 가족이 훨씬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텐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좀 요약을 하면...
첫째, 영어사교육을 고민할 때 주변의 이야기나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한국의 영어교육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로부터 영어교육에 대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부터 영어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해와 관련해서는 이병민 교수님이 진행하셨던 ‘영어사교육 국민교실’ 스케치(카페 상단 오른쪽)를
참고하시면 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둘째, 영어교육과 관련한 기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다양한
사교육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유치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현황과 실태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조건에 맞게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영어사교육포럼」이 금년 포럼의 성과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이런 관점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어와 관련된 사회의 비이성적인 흐름과 소위 ‘옆집엄마’의 말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영어사교육을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
국민들 개개인에게 생겼으면 합니다.
준비위원회를 하면서 이런 일이 만만치 않다는 느낌과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처럼 포럼에서 계획하고 있는 영역은 지금껏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블루오션(!)이고 그 성과는 국민의 사교육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붙들고 감당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설문조사 등을 비롯해서 이런 저런 일들을 부탁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세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p.s) 특히 영어사교육에서 직접 일하시면서도 자신의 소신과 관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운영진에는 김채현 선생님을 제외하고 사교육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신 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교육을 실제 시키면서 많은 고민을 하셨던 학부모님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의 생생한 증언 또한 포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로 가시면 더 많은 정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원문: http://cafe.daum.net/no-worry/3dru/324 )
[관련글]
‘국민이 길찾다’ 영어사교육 1차 토론회 스케치
영어사교육 2차 토론회 스케치
영어사교육 3차 토론회 스케치
영어사교육 국민교실 1차: 영어몰입교육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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