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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아이가 외고 시험을 떨어지고 나서

안녕하세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블로그 운영자 초식동물입니다.
새해 처음으로 저희 회원님의 글을 포스팅 합니다.

외고다 특목고다 자사고다... 말도 많고 돈도 많이 드는 요즘, 같이 생각해 볼만한 회원님의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녀분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향숙 회원님의 글입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여기서 인사합니다.

그동안 제 나름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다시 여기 게시판에서 인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인사도 늦게 드려서 사실 송구하지요.

김향숙 입니다.

 

그동안 저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아이가 대전에서 외고 시험을 봤습니다.

뭐 특별히 외고를 가기 위해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별반 사교육없이 3년을 버티었지요.

그럼 결과는요?

당연 떨어졌습니다.

제가 뭐 굳이 외고 시험을 봐야한다고 욕심을 부린 건 아닌데

아이가 그래도 시험을 보겠다는 뚝심과

그래도 아이 나름으로 생각해서 그 학교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봅니다.

 

평소 우스게소리로 우리집 아이는

내가 외고 합격을 하면 사람들이 우째 학원도 제대로 안 가더니 외고 합격했네, 하는 소리를 할 것이고

떨어지면 그 봐라, 학원 안 가고 외고 가기가 쉬운 줄 알았냐?

다 투자한 만큼 가져가는거다 할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더군요.

역시 후자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합니다.

아이는 실제로 3학년 2학기 내신이 평소보다 많이 떨어져서

지필고사 이전에 조금 불안하기도 했고,

나는 왜 외고를 굳이갈려고 하느냐? 원서를 쓰고 그냥 시험 안 봐도 된다고 했는데

아이는 그래도 그들의 실력을 보겠다며 시험을 보고 왔었습니다.

그냥 쭉 떨어지고는 덤덤합니다.

실제로 당사자와 우리 부부는 괜찮은데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적쟎이 실망한 눈치입디다.

 

12월을 그렇게 보내고

저는 돌아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말은 공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철학과 그 고민이 더 중요하다 했는데

실제로는 제가 알게 모르게 명문 학교에 대한 동경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경을 아이가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는 자기 딴에는 그렇게 외고 들어가면 엄마가 좋아할거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찌나 부끄럽던지요.....그저 학원 없이 네가 잘 버티어서 소기의 목적을 보란듯이 보여 달라는

무언의 시위를 내가 3년동안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참으로 부끄럽고 할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게시판에 감히 들어오지를 못 하겠더군요.

 

다시 방학입니다.

고등학교 3년을 잘 버티려면 중3 겨울 방학이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또 다들 난리이고

내 주변 지인들은 엄마가 바뀌어야 한다 합니다.

돈도 투자하고, 시간도 투자해야 한다며....아이 실력에 막판에 외고 집중 1달 반이라도 등록해서 보냈으면

외고 합격했을거라는 그 채근을 하면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도 좋지만 우선 3년 후 내 아이가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게 자식농사 잘 짓는 거라며 저에게 한마디씩 합니다.

아이가 학원 안 다닌다 한다고 액면 그대로 그 말을 다 들어주는 엄마가 어디있냐며 온리 엄마의 책임감만 역설합니다.

그래서 요즘..참, 제가 할말이 없고....

나 역시도 무엇이 옳은지 가슴이 아픕니다.

 

각설하고,

 

그러나, 1월이 시작되면서 결국 학원 등록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아이는 12월 중순 부터 시작한 예비고 과정 EBS 과정을 듣고 있습니다.

스스로 외고 떨어졌음에 대한 자괴감 보다는 그래, 뭐 좋은 경험 했다며

그냥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노는 것과 영화 보기를 더 즐겨하고

가끔, 읽는 책 -요즘은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더군요.-에 몰입하며

그냥 무덤덤한 그런 1월을 시작합니다.

 

오랫만에 들어와 여기서 제법 긴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 중요하다는 중3 겨울방학은 엄마는 엄마대로 아무 대책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대책없습니다.

 

외고 시험을 치루고 내 안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그 심정을 딱히 설명할 길이 없어서

그냥그냥 이렇게 횡설수설 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어떻게 학원을 안 보내고 6년,3년 도합 9년을 버티었어요? 라고 물으면

나는 그냥 씩씩하게

완전 안 보낸 것 아니고, 몇 달 다니긴 했구요...

가장 중요한 것, 돈이 없으면 자연스레 안 보내요...하고 웃었던 그 기억들이 새로와지는 요즘입니다.

고등3년을 아이 스스로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엄마의 슬기로움이 필요한데

제가 그 슬기로움을 잘 터득할 수 있을까요?

 

2009년1월3일

한밭도서관, 디지털 자료실에서

NAURI


* 원문: http://cafe.daum.net/no-worry/3FW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