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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⑫ 귀신에 홀린 게 맞다.

 

늘 그 한두 문제에 대해 뒷북치지 않고 완벽하게 100점 맞는 비결없을까요 선생님~~~’

이번 사례의 상담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난처한 경우를 경험합니다. 특히 학습영역의 경우 상담의 목적이 워낙 분명하고 확실하지만 그 목적이 건강한 것이 아니기에 내담자의 의도대로 상담하기가 어려운 경우입니다.) '완벽하게 100점 맞는 비결'이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이 분도 귀신에 홀렸구나', 순간 떠오른 생각입니다.

귀신의 발견

귀신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정보력과 경제력으로 완벽하게 무장한 부모가 있습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귀신이라고 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부모들 중에서 자신이 정말 최고의 완벽한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모아놓은 가공의 인물, 허상입니다. 타이거 맘과 대치동 맘에 알파맘 그리고 헬리콥터 맘까지 모두 모아서 단점은 빼고 장점만 종합하였으니 결국 귀신이 나오겠지요. 두번째 귀신은 엄친아 시리즈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할까요. 바로 학부모들이 갈구하는 이상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로 모아놓은 모습, 바로 아이 귀신입니다.

저는 얼마 전 우연히 두 귀신을 모두 한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많은 부모와 학생을 연속해서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 머리 속에 귀신이 나타났습니다. 분명 다른 가정과 부모 그리고 아이들의 정말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그들의 얘기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 바로 귀신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귀신에 홀려 있었습니다.

귀신의 진격

지금 우리나라 부모들은 귀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귀신들에게 정말 몹시 시달리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모, 존재할 수도 없는 귀신보다 훌륭한 부모가 되지 못해 좌절하고 실망하고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나름 열심히 부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귀신에 홀려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자신이 부모 노릇 잘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어렴풋히 알고 있지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귀신같은 부모가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보지 않고, 아이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귀신 부모 흉내내기 바쁩니다. 귀신 같은 부모도 문제지만 귀신 같은 아이들이 보이니까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고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저런 귀신같은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전전긍긍에 노심초사, 자신도 아이도 모두 불만 투성이입니다. 귀신의 진격으로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불평불만이 넘쳐납니다. 귀신같은 부모를 흉내내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부모들의 불평불만. 귀신같은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불평불만.

귀신의 배후

귀신 관련 산업군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우선 귀신 같은 부모를 무기로 시청률 올리기 경쟁을 하는 방송 분야가 있겠네요. 어느 가정이나 어느 부모, 아이에게나 있기 마련인 단점이나 어두운 면은 쏙 빼내고 귀신같은 면만 부각시키고 있네요. , 신문 쪽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출판 분야에서도 성공 스토리는 잘 팔리는 아이템이지요. 프로의 진지한 조언보다는 성공한 아마츄어, 그러니까 귀신으로 포장된 부모들의 성공담이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배후는 역시 사교육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사교육이야말로 귀신 덕분에 먹고 사는 분야가 아닐까요?

멀쩡한 부모에게 귀신같은 부모를 들먹이면서 어떻게 아이를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느냐고 위협하면 지갑은 자동으로 열립니다. 방송과 신문 그리고 책을 보고 귀신을 만나 놀란 가슴에 부모들이 찾는 곳, 바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우리나라 학원들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드는 부모 귀신, 아이 귀신들의 맹활약 덕분에 세계적으로 가장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나라 사교육. 이제는 귀신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귀신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온갖 학원을 통해 탄생한 귀신들을 소개하는 장면은 플랑카드나 광고지 등에서 흔히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귀신의 먹이

귀신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있습니다. 지나친 경쟁 분위기가 유발한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 귀신이 정말 좋아합니다. 공동체 문화가 무너진 폐허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가족 이기주의도 귀신이 몹시 좋아합니다. 내 새끼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특히 좋아합니다. 학벌의식에 찌든 마음도, 명문대에 목숨 거는 심리도 귀신들이 즐겨찾는 먹이입니다. 귀신의 먹이가 되는 순간 대부분 흥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귀신이 피맺힌 한을 풀어준다고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귀신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치열한 경쟁이 지배하는 학벌사회에서, 꿈에도 그리는 명문대 진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이 생기기 때문이겠지요.

귀신을 쫓는 주문

귀신이 또다른 귀신을 만들고 결국 우리나라 부모들은 하나둘 귀신에 홀려 진정한 부모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벽하게 100점 맞는 비결', 귀신에 홀리지 않았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 것 맞지요?(내담자에게 혹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상담사례와 관계없이 그런 생각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겁니다.) 귀신에 홀린 부모는 바로 내일 아이가 저 세상으로 떠날 예정인지도 모른 채 오늘 명문대 진학 예정자로 아들을 자랑합니다. 귀신에 홀린 부모는 자기 속도대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아이에게 과속학습을 강요합니다. 결국 사고날 것이 뻔하지만 선행학습이라고 우기면서 채찍질을 가합니다. 귀신에 홀린 부모는 인생에 거의 영향을 미치는 않은 사소한 시험성적에도 목숨을 걸고 아이를 압박하여 최고의 성적을 강요합니다. 고리대금업자에게 이자처럼 아이의 성적을 생각하는 부모는 이미 귀신에 홀린 게 맞습니다. 귀신에 홀린 부모는 결국 자신의 행복도 아이의 미래도 모두 귀신의 명령에 맡긴 채 정말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귀신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합니다.

귀신에 홀린 부모들에게 특효인, 귀신 퇴치에 특효가 있는 주문을 소개합니다. 매일 세수하듯 언제라도 마음 속에 스며들기 십상인 귀신을 딱아내는 주문입니다. 바로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기도문입니다. 그냥 쓰지 마시고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맞는 기도문을 응용하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이 기도문은 행복한 공부 부모학교 수강생의 작품입니다.)

1. 부모로서의 내 나이가 아이와 동갑이라 생각하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아이와 함께 할 때는 나를 잊게 하소서.

2.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려 하지 말고 자신이 자랑거리가 되는 부모가 되게 하소서.

3.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감격을 기억하게 하소서.

4. 아이도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격체임을 인정할 수 있게 하소서.

5.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 다르고, 우리 아이에겐 우리 아이만의 길이 있음을 믿게 하소서.

6.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소서.

7. 실수와 실패, 좌절과 고독이 우리를 성숙하게 했듯이 우리 아이에게도 귀한 경험이 될 것을 믿게 하소서.

8. 진정한 성공, 진정한 행복이 돈과 지위에 있지 않음을 믿고 가르치게 하시며, 여전히 돈과 지위가 행복이라 말하는 소리들을 비판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게 하소서.

9. 아이에게도 스스로를 성숙케 하고 스스로를 자라게 하는 내면의 힘이 있음을 믿게 하시고 모든 것을 해 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게 하소서.

10.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원 없이 할 수 있게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게 하소서

11. 아이가 말 안 듣는다고 속상해 하지 말기를내 말대로 살면 잘 되야 나 같은 인간밖에 아니 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게 하소서.

12. 영원한 것은 없으니 아이가 내 자식으로 내 곁에 머물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갈 것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