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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④] 공감이란 두 글자를 우습게 생각하는 동안...

 

학부모 교육 전성시대라고나 할까!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학부모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마음이 곧 권력이자 돈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지 않나요?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학부모들에게, 정말 과도한 부담을 주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러저러한 배경으로 학부모 교육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학부모 교육과정'이 하루빨리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적으로나마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새발의 피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얼마전 메이저 언론사에서 주관한 학부모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강연 후기를 보내셨네요.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다시 평범한 학부모들의 마음이 잘 보이네요. 더욱 분발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향력이 하루빨리 증폭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학부모 교육과 상담에 도움이 될까해서 공유합니다. (개인 신상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000 강의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보낸사람 : 000

 

"00일보 한번 확인해봐. 무슨 교육강좌가 있나 보던데"

남편의 부담스런 문자를 받고 00일보 한 구석에서 000 안내문을 찾아 읽었을 때 솔직히 맘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보나마나 또 뻔한 이야기. '정신차려라 이 세상을 뚫고 나가려면, 서둘러라 뒤쳐지지 않으려면,

상위 4% 세상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고 행복한 미래는 그들의 몫이다.'

아이의 미래는 엄마의 유전자 조함과 정보력, 판단력이 좌우한다.

현재를 파악하라, 정보를 수집하라, 달려라 벌써 늦었다 쉬지마라 절대 쉬지마라

목소리는 달랐고 장소도 바뀌었지만 강의의 끝은 늘 같은 곳에서 만났고

들어올 때보다  더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끌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득한 슬픔으로 가득하기만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못난 엄마라는 자책감에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이 실망스러워서 며칠동안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저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사탕이 5개 있습니다. 형하고 동생하고 어떻게 나눌 수 있을 까요?'

초등하교 1학년 수학시험이었습니다.

저희 큰아이는 2,2개라고 썼답니다.

단순히 숫자를 나누는 방법을 묻는 시험문제를 틀린 아이가 이상해서 선생님이 물어보셨대요.

'형아라고 3개먹고 동생이라고 2개 줄 수 없잖아요'

아이는 그렇게 대답했답니다.

유난히 우애가 깊은 저희 두아이들.

세월이 흘러 지금 그아이는 고3이란 힘든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고,

그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저희 둘째아이는 올해 중1이 되었답니다.

어려서 부터 엉뚱하고 모험심 강하고 자기 주장들이 강해서

늘 엄마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두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보다는 내가 못살겠다는 말을 더 많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너는 아무쪼록 잘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럼 너랑 비슷한 아이를 가진 엄마들에게 큰 희망이 될거야'

한바탕 소동을 겪고나면 으레 이런 말로 제맘을 달래며 아이와 마무리를 짓곤 했어요.

어리석게도 제가 말한 그 훌륭한 사람이라는게 공부잘하는 아이를 뜻하는 말이었다는 걸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가 사춘기를 겪으며 공부를 손에 놓았을 때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자신이 무슨 성인 군자쯤 되는 줄 착각했었나 봅니다.

아니 처음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그런데 그 제 자리라는 것도 실은 제가 기대하고 있던 자리였지 그 아이 자신의 제 자리는 아니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저와는 너무나 다른 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교육, 심리 상담, 대화법, MBTI, ,애니어그램.. 열심히 쫓아 다니며 배우고

연습하고 꾸역꾸역 머리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담았어야 할 것을 담지 못했다는 것을

5년동안 방황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야 깨달았습니다.

공감이란 두글자.

그냥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쳐구고 느껴주기만 하면 될것 같은 그 두 글자를

저는 너무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저와 저희 아이 사이에 흐르던 시내은 결코 건너지 못할 바다가 되어버려있었습니다.

2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저는 아이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기학교 골든벨 녹화분이 오늘 방송되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보니까 대신 봐달라구요.

아이가 학교자체예선부터 떨어진 것을 알던 터라 관심이 없어 안볼까 하다가

혹시 지나가는 화면에라도 나오는 지 봐달라는 어린애같은 말에 TV를 켰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형아를 좋아하는 둘째아이도 빠싹 다가앉아 형아를 찾아 숨은 그림 찾기를 했고,

이따금 아는 문제가 나오면 정답을 외치며 흥분하기도 했지요.

한시간 동안 아이모습은 어느 화면에도 비춰지지 않았고

괜히 쓸데 없는 시간만 허비한다는 남편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방송녹화가 있던 날, 아침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아이는 제작팀이 지시한는 대로

방청석의 한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긴 시간 주인공도 아닌 배경이 되어 앉아있었을 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못하는, 정답을 알고 있어도 인정받을 수 없는 순간들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 까.

성적따라 자신의 위치가 정해지는 그 시간들, 지난 5년 동안 아이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까.

그런 아이게게 나는 얼마나 모질게 비난하고 다그쳤던가. 얼마나 냉정하게 내몰았던가.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 주인공이 못되느냐고 야단하기 보다

언제가는 네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가, 시간이 올거라고 말해주지 못했던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 때의 뜨거운 가슴을 오늘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다시 느꼈습니다.

아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저는 부모역할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으로 방향을 잃고 있었습니다.

오늘 선생님이 들려주신 소중한 말씀속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뜨거움이 식을까봐 서둘러 두서없이 메일을 보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위로와 격려, 용기, 선택과 확신, 공감과 정성

이제는 진짜 부모가 되렵니다.

늘 건강하세요.

 

-00에서 000 000 엄마 000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