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성장의 불화 그리고 갈등
상담을 요청한 버터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버터플님은 정말 훌륭한 학부모라고. 정말 위기상황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고. 집단에서의 경쟁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지 않고 아이의 성장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향한 버터플님에게 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버터플님의 고민은 바로 경쟁을 위해 부모로서 아이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과 아이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 사이의 불화와 갈등이라고 진단합니다. 보통 부모의 욕심과 아이의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깊게 통찰해보면 배후세력이 보입니다. 자신의 길을 가면서 성장하려는 개인의 지향과 경쟁에서 지면 안 된다는 집단의 압력이 보입니다.
어느 가정도 결코 화목하지 않는 대한민국 가정, 진정한 부모역할을 고민하게 됩니다. 성장을 생각한다면 아이를 봐야 합니다. 그러나 경쟁에 매몰되면 성적을 보게 되지요. 경쟁에 빠져버리면 진도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장으로 눈을 돌리면 마음과 동기를 살피게 됩니다. 아이의 성장을 돕는 부모는 아이의 관심에서 부모 역할을 찾지만 경쟁에 매달리면 사교육 더 시키기를 부모 역할이라고 착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부모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매우 취약합니다. 결국 부모역할이 왜곡되고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이 성적과 경쟁으로 인해 틀어 막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사건의 연속
명문대 진학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극단적으로 저항한 아이는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한사코 말리는 엄마의 목을 조른 사건도 기억합니다. 시험을 잘 보면 아이팟을 사준다고 약속한 엄마! 아이는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부진한 성적에 대한 분풀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아이팟을 함께 묻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최근 고3 수험생의 극단적인 사건까지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우리 사회는 조금씩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개인적인 폐륜이 아니라 맹목적인 경쟁이 낳은 필연적 귀결이라는 인식은 매우 소중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원인 치료까지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워낙 경쟁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조가 공고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당장의 궁여지책으로 부모 교육에 매달리게 됩니다. 더 이상 무한 경쟁에 빠져들어 한 가정이 파괴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인식 지형에 '개인의 성장'이라는 새로운 자녀교육 철학이 착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쟁을 통해 도태시키는 입시제도의 위협보다, 옆집 아줌마의 불안감 조장보다 '누가 뭐래도 내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훌륭하게 열어갈 것이다'는 믿음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을 집단에서의 경쟁으로 끌어들여 좌절시키려는 시도, 기득권 진영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가 제어되지 않는 한 끔찍한 사건은 계속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번 상담사례를 보면서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을 목격합니다. 엄마와 노워리 상담넷 상담위원이 합작하여 아이를 무한경쟁의 압력에서 탈출시키려는 작전이 멋지게 성공한 것이요.
'제가 마음을 내려 놓으니... 아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말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경쟁이라는 괴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엄마에게 아들이 보여준 반응이 바로 희망이자 대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꼭 부모까지 가세하지 않더라도 낡은 교육제도와 사회가 강요하는 경쟁에 아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바로 개인의 성장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부모역할입니다. 경쟁에 대한 사회의 압력과 개인의 성장을 지지하는 부모의 마음이 균형을 이루면 아이들의 삶을 성공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최적의 가정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려고 아등바등 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공의 길이 열립니다.
저를 늘 안타깝게 만드는, 패배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맹목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개인의 성장이라는 진정한 성공의 길을 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패배감입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지만 질 것 같으니까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저는 패배감이라고 합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확률도 희박하고 오늘의 행복마저 집어삼키는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행복과 성공을 모두 거머쥘 수 있는 진정한 성공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내장된 성장 본능의 표현인 호기심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관심을 무기로 새로운 경쟁을 하시면 됩니다. 상담위원 더블라썸님의 조언대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관심을 충족시키는 독서활동만으로도 충분히 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이 동기를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정말 열심히 달리면서 미리 출발한 학생들을 하나하나 추월하는 모습을 기대하시면 됩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유쾌한 동행'으로 발전하는 순간 모든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경쟁과 성장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개인의 성장 동력으로 전화시키는 순간 분명 모든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정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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