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1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교실밖교사커뮤니티,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이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전국독후감대회]에서 교사 부문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사교육이 아까운 그 날까지, 전진!”

                                                                                                              계룡중 박영선님


거제에 독립영화관인 ‘거제아트시네마’가 생겨 일주일간 ‘울지마 톤즈’를 무료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우리 반 학생들 열 명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였다. 어제까지 중간고사를 치느라 고생한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기에 ‘울지마 톤즈’는 안성맞춤이라 여겨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눈물이 났다. 다쳐도 힘들어도 울지 않는다는 아이들이 졸리 신부님 얘기에 흐느끼는 모습에서도, 암 투병 중에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노래하는 이태석 신부님의 영상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성우의 목소리로 흘러 나오는 책 내용의 한 구절, ‘하느님은 학교를 먼저 만드셨을까, 성당을 먼저 만드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먼저 만드셨을 것 같다.’ 가슴 저 편이 울려왔다. 교실 공간이 부족해서 서서 수업을 듣는 학구열에 불타는 아이들,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총을 들고 뛰는 아이들이 상념에 젖게 만들었다.

“이리 지루한 영화 처음 봤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처음 봐서였겠지만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좋은 영화를 보게 이런 장소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범생이라 소문난 학생의 목소리였다.
‘그래, 45분 수업이 지루해 어쩔 줄 모르는 학생인데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하기를 바란 내가 과욕이지. 함께 오겠다고 한 것만 해도 어디야.’

학원에서 밤 11시까지 수업을 듣고 와서는 11시 30분에 한문 과목에 대해 질문 문자를 넣는 학생들이 있다. 딱한 노릇이다. 11시 30분에서야 자신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라도 자신의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학생들은 엘리트라 불리는 학생들이고, 수업에 집중 못하는 산만한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 수업에 시달렸다가 집에 들어가서는 컴퓨터 앞에 있다가 잘 시간을 놓친다. 그러고는 학교 와서 주구장창 잔다.

욕심이 있는 아이들은 어디에서든지 열심히 한다. 그런데 요즘 나의 화두는 ‘욕심이 없는 아이들’에 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미 학업은 뒤쳐져서 수업 내용은 외계어로 들리는 학생들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것인가이다.

작년에 수학 성적이 30점 미만인 우리 반 남학생 서너 명을 모아 놓고 사칙연산 수업을 한 동안 했었다. 아니 플러스, 마이너스가 섞인 문제를 푸는 수업을 방과후에 했다. 플러스 개념은 잘 아는데 이게 마이너스와 섞이며 문제가 된다. 3-(-4)-2+5 = 이라는 질문의 답은? 답이 4라고 한다. 찍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풀어서.

처음엔 왜 그러는지 몰랐었다. 계속해서 답을 틀려 푸는 과정을 설명하라고 했더니 이러는 것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여 있을 땐 부호를 바꾸는 거예요. 그러니까 3+(+4)+2-5가 되어서 4가 되는 거죠.” “아니, 그렇게 문제를 바꾸는 게 아니고 괄호 밖과 안을 구분해야지.” 여러 번 반복했지만 번번이 마이너스 앞에서 지고 말았다. 마이너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아빠가 나가래서요.”
“그럼 또 아빠가 나가라고 하시면 나갈 거야?”
“네.” 
“아이구, 효녀네. 그럼 아빠가 일등 하라고 하시면 일등하겠네.”
밤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아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후 잠을 설치게 한 장본인이 다음 날 학교에 와서 한다는 소리이다.

그 날 오후 어머니와 다시 통화를 했다.
“어머니, 지금 다니는 학원 그만 다니게 하세요. 지금 상태에서는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외계어가 들리는 기분일 겁니다. 그렇게 가슴 답답한 아이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니 뛰쳐 나가는 거죠. 첫째라고 기대 많으실텐데 속상하시죠?"
“네, 선생님. 언니가 모범을 보여줘야 동생들도 따라 할텐데, 저러고 있으니 너무 답답해요.”
“어머니,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수학 공부를 시키시더라도 중학교 과정 바로 하지 마시구요, 초등학교 4학년이나 5학년 과정부터 지도해 주세요.”
세 아이의 엄마는 큰 딸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37명의 담임이요, 스물 두 학급의 한문 선생님인 나 역시 한 학생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과 교사와 부모님이 함께 노력해야만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 잘 뛰는 아이와 잘 못 뛰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지. 그런데 실수로 넘어지기까지 했어. 다시 일어나 뛰어 봤자 늦을 게 뻔해.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포기해요.”
“네 인생을 포기하고 말거야? 사람마다 기회가 주어질 때는 달라서 너에게 지구력이 있을 수도, 네가 달릴 다음 코스가 직선 코스일 수도 있는데?”
“그럼 뛰어요.”
“네가 네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하는 거야. 난 못해. 어차피 난 안 될 건데 하는 생각이 가장 큰 함정이란다. 우리 같이 초등학교 4학년 과정부터 수학 문제 풀어 볼까?”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예요. 6학년부터 해요.”
이렇게 상담을 했던 학생은 그 날 오후 방과후가 되자 학교에 있으니 답답해 숨을 못 쉬겠다고 했다. 숨을 못 쉬겠다는데, 남들 다 퇴근한 시간에 나는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화가 치밀었고 학생을 보내고 말았다.

나는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시합 중이다. 사교육이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교육에서든, 사교육에서든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수업 결손이 발생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 부분을 채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가 조금씩 조금씩 쌓이면 플러스로 가기에는 한없이 멀어지듯이.

아깝다 학원비를 읽으면서 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그럼 학원마저 안 가면 어떻게 따라가지 라는 생각도 했다. ‘자기 주도적 학습!!!!’ 참으로 듣기 근사하고 제대로만 되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수학 계산을 뜻하는 게 아닌, 학문을 닦을 기본 능력임을 진정으로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앉아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학원도 가 보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으로 귀찮게도 해 보고, 개인 교습도 받아서라도 자신의 방법을 찾아 보자. 그 과정이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가는 길 아니겠는가.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남수단 아이들에게 사랑과 음악과 교육을 알려 준 이태석 신부님. 밤늦게 찾아온 환자를 단 한 번도 돌려보낸 적 없다는 그 분의 열정과 사랑을 본받고 싶을 따름이다. 학생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또한 학생과 더불어 성장해 가는 것임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진정으로 사교육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되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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