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1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교실밖교사커뮤니티,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이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전국독후감대회]에서 교사 부문 우수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아깝다 학원비를 읽고”

                                                                                                          창원 삼계초 모희정

 

초임교사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너희들은 선생님만 믿고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해. 보습학원에 다니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라고 당당히 말했던 나였다. 처음 맡았던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녔던 시골 학교 아이들이라 그나마 그 말이 통했지만 한 학급인원수가 30명이 넘는 큰 학교에 근무하면서는 점점 내 말에 대해 책임지기가 힘들어졌다. 수업과 업무에 허덕이다 잠깐 짬을 내어 뒤처지는 아이의 공부를 봐 준다고 해도 체계적인 지도는 되지 않고 아이의 성적에는 별다른 진보도 없는 몇 개월간의 노력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다 아이가 “선생님, 저 이제 학원 다녀요” 하며 점점 올라가는 성적을 보여주면 나도 몰래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 열심히 해”라는 한 마디 말을 던지고 있다.

학원숙제 때문에 쉬는 시간에도 문제집을 부여잡고 앉아있는 아이들이나, 수업시간에 생각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학원에서 배웠던 방법대로 빠른 답을 보기를 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속상해져 한 마디 하기도 하지만 사교육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옳은 건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며 학부모들을 모시고 계획을 발표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학부모님들의 사교육비 지출경감이 목적이었지만 학원식의 교육을 저렴한 가격으로 학교로 가져온 것이고 늘어난 수업의 부담은 고스란히 교사 중 누군가가 떠맡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에서 말하는 사교육이란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지칭하며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공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사교육이 단지 공간의 차이가 아닐진대 보습학원에서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학교로 옮겨 와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니 많이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다니고 있던 학원을 끊고 단기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았다. 학교교사의 실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학원의 선행학습 프로그램과 개별지도에 대한 미련, 저녁시간까지 아이를 잡아둘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 학년에서는 나와 다른 선생님 한 분이 10명 남짓한 아이들을 한 시간씩 번갈아 가며 방과 후에 수업을 하게 되었다. 문제집 한 권을 가지고 그 진도대로 설명하고 풀어보는 방식의 선행학습 위주 수업으로 진행되게 되어있었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벅찬데 밀린 업무를 뒤로하고 수업을 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 아이들에게 학원식 수업방식을 물어보았다. “그냥 문제집 5장정도 풀고 틀린 것 오답노트 정리하고 마치면 되요.” 학교근처 여간한 보습학원의 모습인 것 같았다. 문제집 5장? 그걸 왜 애들이 풀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집은 학교 진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게 되어 있었다.

학교수업보다 앞선 내용을 수업한다는 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교재를 뒤로하고 도서관의 책을 병행하여 수업을 하거나 복습을 위주로 아이들의 이해정도를 확인, 반복하는 수업을 했는데 결국 학원의 눈에 보이는 개인관리 시스템과 빠른 진도에 불안을 느낀 몇 몇 학부모들은 몇 달 안 되어 다시 학원으로 아이들을 복귀시키기도 하였다. 전체 학생 수 5%도 안 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다시 학원으로 가 버리는 상황을 보면서 여전히 사교육에 대한 입장정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대로라면 우리 지역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영양가 없는 전과목 보습학원에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이라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을 믿지 못하고 학원으로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듯했다. 평가 방식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만 놓고 따지면 학부모들의 선택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또한 공교육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사교육을 논한다는 자체가 불편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사교육에 대한 입장정리가 명확하게 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 영역 밖으로 치부했던 것에 대해 책임의식까지 느껴진다.

이 책은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런 식의 접근이나 사교육 폄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의 방향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결국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새삼 깨우치게 해 준 책이다. 현실에 매몰되어 거기서만 아웅다웅 옳고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한 발 뒤에서 바라보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 주는 책이다.

입시경쟁이라는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되었던 문제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켜 사회 기득권층에 있게 하려는 간절한 소망은 성공주의 신화와 함께 아이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스템으로 시장원리에 입각해서 운영되고 있는 사교육이지만 긴가민가하면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사교육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아이들의 상황을 함께 분석하고 아이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 얼마만큼 기회를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 같이 소통하며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또한 공교육에 종사하면서도 사교육의 시스템과 서비스 정신, 수업기술에 현혹될 때가 많고 그것을 도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육, 아이들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교육내용이고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애써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것이 눈에 띄는 성적상승 효과는 주지 않겠지만 진정한 배움이란 서서히, 그리고 잔잔히 녹아들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공동체, 배움이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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