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1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교실밖교사커뮤니티,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이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전국독후감대회]에서 중학생 부문 최우수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학원에서만큼은 외계인이 되자"
                                                                                                               승희님


한 보름쯤 전의 일이었다. 교실에 우연히 게시된 글을 보았는데 "아깝다 학원비"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내용이었다. 눈이 번쩍 뜨이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나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을 다니는 요즘의 상황에서 나는 어쩌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왜 학원을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몇 가지 대답할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지금은 아껴두고 싶다. 이 책의 독후감을 다 쓴 후 내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이유와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비교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개의 소단원으로 되어있다. 그 소단원은 10개의 질문으로 시작하고 그것들은 진실로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보던 주위의 공부환경과 분위기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친구들은 진짜 그렇게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10개의 질문들 중에 4가지가 가장 궁금했다. 첫째는 학원에 가니 성적이 올랐다는 주장이요, 둘째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 학교에서 진도를 나갈 때 효과가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요, 셋째는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요, 넷째는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지 않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4가지 모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학원을 다니지 않는 나는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학원에 가니 성적이 올랐다'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했다. 학원 사교육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나름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비결은 아이들의 실력이 정말로 향상 되었다기 보다는 엄청난 양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다 보니 그냥 문제가 기억되어서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학원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에게 기본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 학습내용을 학생이 스스로 익힐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학원식 공부법에 몸이 밴 아이들이 나중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시험에 결코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둘째,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이 학교공부에서 효과가 있지 않은가' 하는 것에 대해 선행학습의 실상과 효과를 묻는 초론회가 열렸었다 한다. 결론은 뜻밖에도 '선행학습은 효과가 없다' 는 것이었다. 조사한 결과 단지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공부에 흥미와 자신감이 있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었고 심지어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방학 때마다 '지난 학기 총정리와 복습' 에 무게를 둔 반면 일반학생들은 '선행학습과 예습' 에 치중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고 집중하지 않으며 스스로 학습하기 보다는 학원에 깊이 의존하며 성적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해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개념이나 부정확한 지식을 갖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 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들이 선행학습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돈이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선행학습을 하면 성적향상의 책임에서도 자유롭고 학생들을 장기간 학원에 묶어두기도 좋고 또한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이 좋은 학원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라니 나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셋째,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행을 하기 이전에 지난 학기나 지난 학년에 배운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지, 핵심원리를 충분히 숙지해서 다양한 심화응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고 한다. 만약 중급 난이도의 문제집을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선행학습보다 이미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새로운 학년의 수학을 접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개념이 생소해서가 아니라 이전 학년의 수학에 대한 복습이 충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니 그동안 배운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달한 학생이라면 별도의 선행학습 없이도 다음 단계의 수학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꼭 선행을 하고자 한다면 다음 학기 내용의 기본과 개념만을 예습하는 정도가 가장 좋다고 한다.

넷째,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지 않은가'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영어 조기 교육보다 적기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습자가 동기부여만 된다면 성인이 된 이후라도 얼마든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불가능한 조건에서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이중 언어교육은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흉내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영어도 아이의 인지발달과 함께 발전하기 때문에 어린나이에 영어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유창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또래의 외국아이보다 더 낮은 단계의 영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머, 정말?' 하는 말과 '그럼~그렇지! 그랬구나!' 란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을 보시면서 연상 좋아하셨고 다 읽고 나니 힘이 생긴다고까지 하셨다. 이제 내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원의 공부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았고 열심히 다녔는데도 성적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학원이라는 구조에서는 내가 자율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없으며 성적이 안 나오므로 계속 나 자신에 대한 무능감과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들게 되었다.

사실 나는 중학교에 처음 입학해 수학에 자신이 없어 수학 학원에 다녔었고 영어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원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수학학원을 다니던 작년 초를 생각해보면 눈이 펑펑 오는 길을 내 동생들까지 태워서 운전대를 꽉 잡고 데려오고 데려가고를 일주일에 세 번씩 하는 엄마에게 미안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을 잘해보겠노라고 했는데 일주일에 세 번을 학원에 가고 하루에 세시간씩 수업하며 집에 와서도 숙제 때문에 2시간 이상씩을 소비해야했다. 따지고 보니 하루에 6시간정도를 수학에 투자하는 셈이었다. 첫 중간고사에서는 성적이 반짝 오르다 그 다음부터는 성적이 공부하는 양에 비해 많이 오르지 않았다. 점점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에 신물이 나서 여러명이 함께하는 과외로 바꾸어 보았는데 그 역시 비슷해서 첫 번만 반짝하고 그 다음 시험에는 효과가 없었다. 책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학원은 문제를 푸는 양으로 승부했고 나에게 문제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영어 학원도 나에게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시간의 낭비가 심해 하루에 한 시간씩만 공부하는 학원으로 갔음에도 중학교에 오니 학교 수업을 소화하고 적응하는 것도 피곤하여 학원을 도저히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 학원을 그만 두겠다 할 때 엄마는 많이 두려우셨다고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고 2학년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사실은 조금 두렵다. 엄마는 내가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뒷모습이 많이 안쓰럽다고 하신다. 홀로 걸어가야 하는 길이 너무 외롭고 지루해 보인다고도 하셨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적했듯이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결국은 혼자서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하여 걸어가는 것이다. 나는 공부하는 기교나 힌트같은 것은 모른다. 학원에서는 아마도 가르쳐 줄텐데... 가끔 과학이나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친구들을 보면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농부가 씨를 뿌려 한해 수확할 때까지 1년이나 걸리고 많은 수고를 하듯이 나도 내 인생, 학생의 시기에 공부의 씨를 뿌려 이것이 수확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설사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투박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는 지금 나를 실험하고 있다.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가장 적합한 방법을 몰라 기대했던 것 같은 결과는 얻을 수 없을지 모르나 이 책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렇게 고민하고 실수하는 과정이 나에게 큰 힘이 되어 고등학생이 되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읽게 된것에 감사했고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고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승희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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