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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행복한 영어학교(2011)

[2강 강의스케치] 해외 영어캠프, 조기유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학생들에게 어학연수는 필수코스가 되었습니다. 휴학을 하고서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졸업 후 대학원 진학으로 유학의 길에 오르는 친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나이 또래보다도 훨씬 어린 중고등학생, 심지어는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그 유학을 떠난다고 합니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방학을 하면 학생들이 다들 유학을 가서 돌아오질 않아, 개학을 해도 몇몇 아이들은 아예 교실에서 찾아 볼 수 없다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제 ‘가나다라’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해외에 가서까지 영어공부를 해야 하나 싶습니다. 유학길에 오르는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의 초중고생들. 과연 그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요?

엄태현 강사님은 ‘유학만이 영어의 해결책이다.’ 혹은 ‘유학 갔더니 정말 아니더라.’ 이렇게 설명해주시기보다는 ‘유학에 대해 막연히 필요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려서, 갈 것이라면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되기를 원한다’고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강의 전반부에는 대표적인 유학지이자, 본인의 경험하셨기에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미국의 학제들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고, 강의 후반부에는 유학에 관한 오해와 방향들에 대해서 어찌 생각해야 할지를 알려주셨습니다.


1. 조기유학이 아닌 초중고유학

인상 깊었던 건 흔히들 조기유학이라고 말하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초중고유학’이라고 부르겠다고 얘기하셨던 점입니다. 그것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조기유학의 시기적 기준에 대해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데, ‘초중고유학’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조기유학이라고 했을 때 갖게 되는 시기적 애매함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이 몇몇 일류대학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것처럼,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선호하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이런 학교들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별도의 시험이나 인터뷰들을 통해서, 혹은 유학원들과 연계된 협력학교들에 들어가는 게 훨씬 수월하다고 합니다. 유학생들에게는 본래 그 지역에서 살아 온 학생들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2. 우리는 왜 유학을 가려고만 하는가

첫 번째, 영어. 아이들은 막연하게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 부모님들은 ‘영어공부를 시키기가 어렵다. 다른 과목들에 비해 목적과 종류가 너무 많다’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유학을 보냅니다. 영어에 대한 고민을 ‘유학’이라는 주사 한 방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진학. 특수고등학교들의 전형과정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영어. 미국의 대학들에 대한 좋은 인식과 평가. 한국에서의 입시는 어려운 반면에 유학생으로 가면 최소한 주립대는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유학의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전환점. 공부를 잘 하면 잘 하니까 유학을 가려하고, 못하면 못하니까 유학을 가려고 합니다. 또한 부모님들도 자신들이 유학을 못 해 본 데 대한 한이 맺혀서 ‘내 자식만큼은’이라는 생각이나, 유학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내 자식들도 꼭’이라는 생각으로 자녀들을 유학보내기도 합니다.

3. 영어를 잘 한다고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기준이란

한 사람이 영어를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내신점수, 수능점수, 공인시험점수, 학원 레벨테스트, 경시대회의 통과여부, 사람들의 평가.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영어점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각각인 시험점수들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또한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를 시험점수가 얘기해 줄 수 있는 걸까요? 어떤 표에서 영어 실력의 측정 기준을 손님, 메뉴판, 단골, 불평, 미식가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네 가지가 시험 성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4. 첫 번째 결론

영어실력은 어느 나이에 배웠는지에 따라,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배웠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유학생들은 대개 3-4년 이상이 걸려야 영어를 익히게 되고, 어학에 재능이 있는 경우일지라도 최소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1년 반, 많게는 4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을 지라도 유학을 끝낸 시점에서의 영어실력은 딱 그 때의 수준에 멈추기 때문에, 유학을 다녀 온 이후에 영어실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원어민과 face to face로 대면하는 것, 그것이 유학의 가장 큰 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학을 가서 원어민과 만났다고만 해서 영어실력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서량, 바른 학습태도, 성실성도 영어실력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유학을 갔다고만 해서 저절로 영어가 느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는 해야 발전도 있는 것이겠죠.

5. 두 번째 결론

우리는 아름다운 유학을 꿈꿉니다. 넓은 캠퍼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거기에 재능과 끈기를 바탕으로 감동의 주인공이 되어 글로벌 인재로 우뚝 서 있는 미래의 내 모습. 거기에 영어는 보너스인 셈이죠. 대한민국의 유학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까? 유학의 현실이 어떠한 지 똑바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진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학을 바라봅니다. 숲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부터 그립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그 뒤에 더 냉혹하고 더 무서운 감춰진 현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90% 이상의 유학생들이 결국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결과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학원을 고를 때에는 성적과 대학만 생각해도 되지만, 유학을 준비하고 결정할 때에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졸업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유학과 영어공부에 대해서 ‘시기’와 ‘기간’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왜”와 “어떻게”입니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자리에 앉아 바깥풍경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유학”에 관련된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희한했던 건, 그 간판들은 전부 건물 벽면 한 쪽 구석을 조그맣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결에 지나쳤을 작은 간판들에 대해 오늘따라 유난히 의미를 찾게 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갈급해서 가는 유학.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유학. 현실의 무서운 칼바람을 견뎌낼 수 있는 유학. 단순히 진학만을 위해서가 아닌 진학 이후의 삶도 그려 본 유학. 유학에 대해 이렇게 생각 해 보라고 권유 해 주는 곳이 아마 제가 봤던 그 간판들(유학원들) 중에서는 없을 겁니다.

혹시나 지금 이 순간에도 무모한 자신감만 충만해 있는 유학생들이 있다면,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잠시 멈추시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하십시오. 꿈꾸고 상상하는 유학에서 벗어나십시오. 유학만이 능사는 아닐 겁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에 다니고 있는 24살 남윤영입니다.
실습과목으로 오긴 했지만 영어교육과 사교육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