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어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왜 우리가 영어에 이렇게 얽매여 살게 되었을까?’ ‘영어 없이는 살기가 힘드나?’ ‘도대체 영어를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교육하는 이유가 뭐지?’ 그런데 저 혼자서는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고 현실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고민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주저 없이 영어교실의 첫 문을 두들겼습니다.
1. 영어에 대한 우리의 오해들
본격적인 강의 시작에 앞서, 강사님께서는 우리가 언어 습득에 대해서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해 볼 수 있는 12가지의 질문들을 던지셨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꼽자면, ‘언어라는 것이 모방에 의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기이다.’, ‘제2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범하는 대부분의 오류는 모국어가 끼어들어서 생기는 것이다. 한국어 때문에 영어를 배울 때 오류가 생긴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배운다.’, ‘error가 만들어지면 나쁜 습관이 되기 전에 빨리 고쳐주어야 한다.’ 강의에 참석하신 분들 대부분도 질문들에 대해 strongly agree에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학문적으로 검증된 정답은 strongly disagree였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언어 습득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2. 결정적 시기의 본질에 관하여
이슈 하나: 모국어를 습득한 이후 다른 외국어를 습득할 때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을까?
30여 년 전, 10살, 13살, 15살, 18살일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네 자매가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과연 어떤 아이가 가장 성공했을까요? 예상과는 다르게, 15살, 18살이었던 아이들이 전문직에서 성공을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의 핵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기 유학만이 살 길은 아니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죠. 발음은 더 좋을지 몰라도, 문법에 대한 이해나 글에 대한 지적인 이해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높다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이 꼭 미국에서 성공하리란 보장을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 자매들이 잘 나타내주고 있지 않은가요?
이슈 둘: 결정적 시기인가 민감한 시기인가?
결정적 시기라는 특정한 나이가 정해져 있는가? 아니면 민감한 시기가 있지만, 상당히 가변적인가? 언어적 특징에 따라 민감한 시기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발음은 대개 4-6세 전후로(0-3세에 배우는가 or 4-7세에 배우는가), 단어의 형태론적 지식이나 통사적인 언어습득은 15세를 전후로(6-10세에 이민을 한 경우에도 그 안에서 차이는 존재한다), 의미를 표현하는 어휘 습득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제 2외국어에 대한 능숙한 정도도 학습 정도에 차이를 줄 수 있습니다.
이슈 셋: 그러면 대한민국 안으로 들어와서 바라봤을 때, 특정한 환경인가? 모든 환경인가?
대한민국에서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환경이라면, 나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져 주셨습니다. 제2언어를 습득하는데 있어서는 타고난 언어능력(nature)과 장시간의 노출(nurture)이 필요합니다. 결정적 시기에 대한 논란들은 nature 요인만 고려했을 경우에 발생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nurture 요인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제2언어를 배우는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둘 중 하나에만 무게를 실을 순 없습니다. nature과 nurture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Munoz라는 학자는 “younger learners may not have enough time and exposure to benefit from the alleged advantages of implicit learning.”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잠재적인 교육 환경이 주는 있는 이익을 얻기에는 언어 학습자들이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노출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 그 자체가 한계인 것이지요. 또한 학교에만 갇혀있는, 대학 입시, 취직만을 바라보는 영어 교육의 한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봅니다.
3. 선언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 그리고 세가지 선택
선언적 지식은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암기’가 선언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지요. 그러나 절차적 지식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한 자리에서 가르친다고 해서 바로 수행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습득이 되면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것에는 절차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학교들에서 정작 가르치고 있는 것은 선언적 지식입니다.
선언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은 서로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그 둘을 연결 해 주는 매개체, 연습! 연습! 연습!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습이 쌓이고 나면 절차적 지식은 어느새 생긴 것입니다. 절차적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선언적 지식은 잠깐 잠깐 의식적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인데, 오로지 선언적 지식 안에서 10여 년을 갇혀 지내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나는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 기꺼이 들어가서 끝까지 승부를 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당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둘째, 나는 스스로 그 길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연암 박지원처럼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셋째, 나는 차라리 그런 삶을 만들어내는 제도를 바꾸겠다고 결단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강의 후, 영어교실에 참여하신 중학교 영어선생님께서 “도대체 아이들에게 내가 지금 뭘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도대체 뭘 어쩌겠다고..” 라는 소감을 말씀 해 주셨습니다. 답답한 현실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제 자신은 그 현실에서 아직도 아등바등 살고 있기에, 또 그 현실에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 중고등학생들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첫 강의로 정말 손색이 없었던 열정적인 강의였고, 강의 후 질의응답에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온/오프라인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현장강의에 출석하신 선생님들 모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모두들 마음에 담고 있던 이야기들이 많으셨는지 소개뿐만 아니라 강의 소감과 영어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바들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어찌 참으셨는지 마치 물 만난 물고기들 같았습니다. ^^;; 나누고픈 이야기 보따리들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았는데, 앞으로 그 이야기들이 함께 잘 풀리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가 한 가지 똑같이 바라는 게 있다면, 공부를 함으로써 좀 더 행복해지고 더 가치 있고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일 텐데, 진정한 영어교육이란 무엇인지 알아가고, 진정한 영어교육에 대해 생각이 확고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남은 5주를 더 기대 해 보려 합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에 다니고 있는 24살 남윤영입니다.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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