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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행복한 진로학교(1~2기)

[진로학교 5강 강의스케치] 희망을 만드는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그는 왜 세상을 바꿀 1,000개의 직업을 말하는가?

12월 2일, 다른 어느 때보다 수강생들이 많은 기대를 했던 날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일정들로 인해 1초도 아껴서 쓰신다는 박원순 디자이너님은 오히려 강의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하셔서 미리 온 수강생들과 식사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넉넉함을 보여주셨다. 강사소개가 가장 어려운 분 중 하나일 박원순 디자이너님은 정말 많은 일들을 해오셨다. 흔히들 알고 있는 변호사, 검사를 비롯해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등을 설립하시고 그 외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가치 있는 일들을 하셨다.

 

“사람이 행복해 지는 일은, 어쩌면 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사회에서 검사, 변호사의 직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나선 디자이너님의 결정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실제로 변호사, 검사로 일하셨던 그 때 돈도 많이 버셨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때가 참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셨다고 한다. 변호사로서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사건을 맡아 준비하고 대변하는 일들을 하다 보니, 수많은 의뢰인들의 사정과 아픔이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셨던 변호사님의 마음에 고스란히 고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한 사건이 끝날 때마다 온몸에 진이 빠지는 경험을 매번했으니, 그렇게 마음과 몸이 힘들고 신경 쓰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결코 좋은 직업이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변호사, 검사의 길을 포기하고 걷게 된 새로운 길에는 디자이너님의 진가를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그렇다고 그 길이 먼저 만들어진 길이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보장이 된 것은 전혀 없었다.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하였던 것이다. 40대의 시기 중 대부분을 헌신한 참여연대가 그 대표적 시작이었다. 무엇을 하면 집중하여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그는 참여연대에 말 그대로 몰두했다. 사회전반에 불합리하여 개선이 필요했던 일, 국민들이 몰라서 얻지 못하는 혜택 등을 하나하나 찾아서 바꿔갔다. 대표적으로 소액주주운동, 낙선운동 으로부터 사소하게는 전철 전동차 내 손잡이 높이를 차별화시키는 건의 등이 있었고, 그 때의 운동이 지금의 참여연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단체가 할 일은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2002년에는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들을 앞장서서 더 많이 하고 있는 듯하다. 그에 대해 디자이너님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과 범위는 한계가 있다며, 물론 전에 비해서 많이 생겨났지만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과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전혀 이해 못하고, 생각 못하는 것들이 오히려 우리사회에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후에 얘기하신 거창고 직업선택 10계명 중 하나인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반대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하지 말고 가라.”를 실제 살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울림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강의를 하시면서 디자이너님은 우리에게 수많은 영감과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 주셨다. 더불어 본인이 예상하는 우리사회의 미래 트렌드에 대해서도 몇몇 이야기해 주셨다. 그 중 한 가지는 ‘전문화와 세분화이다.’ 무엇을 하든지 자신이 하는 그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정말 마음먹고 1년만 몰두하고 연구해도 눈에 띄고 달라지고 새로운 지경이 열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본인이 직접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직업)들을 소개시켜 주셨는데 한 예는 우리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의 흙이 아이들이 직접 몸에 닿고 가지고 놀지만 청결 및 품질관리가 잘 안되기 때문에 놀이터의 흙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직업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물론 전문화와 세분화라는 것을 처음 듣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처럼 많은 아이디어와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끌어 가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그리고 항상
 들고 다니는 카메라.”

그러면 이쯤 되면 “도대체 그 분의 많은 상상력과 영감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날도 디자이너님은 외투 주머니에 작은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하고 계셨다. 아이디어를 얻고 참고가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실제로 세계 어디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다니시면서 1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 다니실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시고 계셨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시곤 하신다. 추가로, 빼놓지 않는 카메라로 항상 사진을 담아 오시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아껴가며 일정을 관리하시고 틈만 나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이치를 깨달아 더욱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곧 현장의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질의 응답시간을 통해 자기가 정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디자이너님은 “현장이 정답이다.” 라고 말하셨다. 많은 지식을 쌓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만, 세상과 삶을 경험하며 현실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 지난 주 임경수 대표님이 말씀하신 인문학과 여행의 중요성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생각이 든다. 도시생활과 컴퓨터, 게임 등에만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농촌생활 및 다양한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살아 있는 경험들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쩌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리 부모님들의 기다림이 아닐까? 지금까지 강의를 해주신 다섯 분의 강사분들 중 어떤 분도 서둘러서 아이들의 진로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하신 분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뜻이 없어 보이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더딘 것 같아도 다그치고 먼저 결론을 내려주기보다 한 걸음 뒤에서 지지해주고 대화하면서 많은 기회의 장들을 열어주는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을까? 적어도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의 회원들이라면, 진로학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은 그보다 훨씬 훌륭하신 부모님이시기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앞날은 더욱 밝고 푸를 것이다.

박원순 디자이너님의 기를 받아 필자도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려본다. 마땅한 놀거리가 없어 많은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있는 이 시대에,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놀 수 있는 놀거리를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분들이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아직은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용기와 실패할 각오도 가진,

아는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할 것이 더 많은,  꿈 많은 젊은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