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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행복한 진로학교(1~2기)

[진로학교③] 주무현 : 저성장 저고용의 차가운 현실, 그러나 가슴은 뜨겁게...




행복한 진로학교는 학교현장에서 진학, 진로지도를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듣고 계십니다. 그래서 고용의 위기에 대해서 더 많이 실감하고 계실 듯 해요. 우리집 아이 뿐 아니라 수많은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3강을 맞이하면서 진로지도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질문이 더 깊어지는 듯 합니다. 

 

주무현 박사님은 강의에 앞서 '경제학자의 한 손을 잘라라'는 트루먼 대통령의 말을 빌려 경제학자는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을 동시에 말할 수밖에 없음을 말했습니다. 주무현 박사님의 강의도 어찌 보면 부정적인 면, 냉혹한 현실을 들여다 보게 하며 우리를 더욱 안절부절하게 하고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가치를 쫓아가고 정의와 선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현실은 훨씬 더 무섭다라며 겁을 주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똑바로 알아야 그에 대한 대안-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제도의 개선-을 고민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할 필수과목이었습니다. ^^ 

 


 



1998년 이후의 변화가 진로탐색을 바꾸어놓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조선일보에서 저에게 2008년 하반기에 올 금융위기와 1998년 외환위기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구조가 크게 변했습니다. 기업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과잉화된 고용인력을 과감히 잘라냈습니다. 외환위기 전에는 매출이 10% 증가하면 그만큼 인력을 고용했는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매출이 10% 증가해도 인력을 고용하지 않습니다. 뽑더라도 소수의 핵심 정규직 인력만 뽑고 나머지는 경기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비정규 근로자로 충원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명하게 나눠지기 시작했고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었습니다. 이것은 노동시장이 점차 계층화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불가능해졌습니다. 몇개의 좋은 일자리를 두고 엄청난 스펙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청년실업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화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청년층의 노동시장을 볼 때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은 적고 거시적으로 사회구조적 측면과 더 밀접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전체구조의 전개를 나름의 관점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1997년 이후 성장률이 커도 고용률이 크게 늘지 않고 성장률이 작아도 고용률이 크게 줄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선진국현상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성장을 해도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가 스펙경쟁을 유발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상용근로자가 많이 감축되었는데 2008년 외환위기 때는 임시 근로자의 변동이 컸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기업의 크기에 따라서 고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나쁠때 중소기업의 상용근로자 고용변동이 심하게 생기는 것을 보면 기업은 안정된 반면 중소기업은 불안정하다는 것이에요.

 

1997년 30인 미만 기업과 5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차이가 18만 원이에요. 그런데 2008년에는 임금 차이가 69만 원이에요. 격차 규모가 10년 사이에 4배 정도 더 커졌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속연수를 통해 살펴본 고용불안정문제입니다. 1997년에는 30인 미만 기업의 근속연수가 4.4년이었는데 2008년에는 4.0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500인 이상 기업은 1997년에 7.4년에서 2008년 9.0년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임금수준으로 보나 근속년수로 보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훨씬 더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들 대기업으로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계층구조화가 심해지고 그에 따른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별로 나지 않는다면 왜 대기업에 들어갈려고 그렇게 머리를 붙잡고 싸우겠습니까. 좀 더 날카롭게 이야기하자면, 대기업의 경영전략을 봐야하는데요.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품 비용을 줄이면서 단가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이 임금을 동결했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가서 부품비용을 줄이라고 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거래가 있고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불공정 거래만 없어도 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여서 계층간 격차를 완화하고 경쟁을 낮출 수 있을텐데요.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부가 규제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기 때문에 어떻게 이 문제들을 다뤄야할지 참 어렵습니다.

 


<그림7-9>은 연령계층별 고용변동을 분기별로 본 것입니다.

높고 낮음의 차이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15~29세층이 가장 염려스러운데, 2000년도에 잠깐 올랐다가 그 후 한번도 오른 적이 없습니다. 30~39세층도 문제가 심각한데, 15~29세층처럼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29세에 일자리가 없던 사람들이 한해가 지나도 취업이 안되다 보니까 누적되어서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가 20대 뿐 아니라 30대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는 거에요.

 


첫 일자리에 목매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상세하게 볼까 합니다.

청년층 고용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합니다. 왜냐하면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인데,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는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쁘게 되면 신규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외환위기 전에는 고교졸업자나 대학졸업자를 신규로 고용했는데 외환위기 후 학교 졸업자보다 경력자 중심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청년층 취업자들이 꾸준히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개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일자리가 생길때까지 대기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할 게 뭐냐하면, 외국은 인턴으로 들어가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우리나라는 인턴으로 들어가면 인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규직으로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들어가기도 매우 힘든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첫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 시험준비를 하거나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거구요. 기업 규모간 1차 노동시장, 2차 노동시장, 3차 노동시장으로 매우 엄격히 분절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노동시장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청년층이 첫 일자리를 어디로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첫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진로탐색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이죠. 이번 달에 40만개의 신규일자리가 늘었음에도 15~29세의 일자리는 여전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신규 일자리 부족 현상은 직무탐색을 장기화시키고 고학력자의 하향 취업화 현상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일자리의 하향 취업이 직장이동이나 직종이동을 통해서 적합한 자리로 취업하게 되고 애초에 기대했던 임금을 실현하고자 하는 교과서적인 기대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청년층 고용문제도 심각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고용조정의 성별 차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취업률이 낮은 이유 중에 하나가 경력 단절로 인한 여성 인력이 노동시장 밖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있어서 생산적 인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질때 경제학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15~29세 연령층의 일자리 변동과 여성들의 일자리 변동입니다. 한국은 여성 고용이 줄어드는 시기가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여성 고용도 늘어나죠. 경기변동에 기업이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여성들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정리해야 할 사실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지난 10년간의 궤적을 살펴보자면, 첫번째, 대기업의 상용직 근로자들의 고용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정성은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근로를 하면서도 빈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번째, 저성장 저고용 체제로 전환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청년층의 진입이 어렵게 되었고 당분간, 한참동안은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기업간 분절화와 고용현상이 구조화되어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불공정 거래가 여전히 만연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더 심화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생산을 지속해 오다 보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제품 단위당 단가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단가가 떨어지면서 생긴 이익이 불공정하지 않다면 이것만 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완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상당부분 격차가 해소될 겁니다.

 


좋지 않은 일자리를 가지고도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정부는 거래 행위에 개입해서 관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작년처럼 인턴을 마구잡이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으로 하여금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청년 고용시 임금보조금을 지원한다던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던지)을 끊임없이 많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제가 계속 주장하는 것은 청년을 노동시장에 바로 내보는것이 아니라 졸업시즌과 맞물려서 산학협동으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독일과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고용되었다 하더라도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은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으로 살기가 어려워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선진화 된다고 했을 때는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되어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개인에 대해서는 올바른 진로의 개념을 가지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 사회에서는 덜 좋은 일자리라도 과감히 진입할수 있는 받침대라도 만들어야 하고 규제가 아니더라도 기업간 분절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다함께 될 때 청년층의 노동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경제학자의 차가운 이야기'라는 것은 알프레도 마샬이 한 말입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차가운 이성으로 바라보고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오늘 강의에 오면서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젋었을 때는 머리도 뜨겁고 가슴도 뜨거웠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머리는 뜨거운데 가슴이 차가워지는 것 같습니다. 경제문제를 바라볼때는 차가운 이성이 필요하지만 노동문제는 특히 뜨거운 가슴이 필요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좋은 답을 드리지는 못했는데, 청년층의 문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함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가슴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고 하셨지만 강의 중간 중간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연구자로서의 고뇌가 어떤걸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강의지만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들은 수강생들이 강의보다 더 실제적인 문제들을 논하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의 길에 어떤 디딤돌이 필요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들이었기에 긴 강의스케치가 될 것임에도 빠지지 않고 덧붙였습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 들며 공부해야겠죠? ^^

 

Q.   저고용 문제를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 육성이라던지요.

A.   일본이 사회적기업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많이 풀어냈는데요. 그 외 다른 방식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져 있어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만큼 임금이 줄어들텐데 과연 근로자들이 이것을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임금을 줄이지 않고 시간만 단축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상승되기 때문에 반대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풀기는 해야 합니다. 이제 더이상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 일자리를 나눠야 합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또하나의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입니다. 가임연령인 26세부터 고용 곡선이 떨어지다가 30대 중반부터 다시 올라가는데요. 지금은 조금더 뒤로 밀렸는데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여성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는데요.

이걸 풀려면 탁아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사실 탁아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것입니다.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있다면 아이를 맡겨서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많이 생겨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라는 것은 이미 정석화된 답인데 제도, 기업의 경영조건과 관련해서 풀기가 쉽지는 않아 그렇지 좀 더 진보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경제가 서구화, 선진화 되어 간다는 것은 이런 부분이 함께 되어야 하는 건데 기업의 행위나 관행은 서구화되었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틀은 여전히 뒤쳐져 있는 상황입니다.

 

Q.   '대학이 과잉화되었다, 대학이 특성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지금처럼 중소기업상황이 분절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직업중심 특성화 학교를 만든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산학연계를 활용한 기회를 줘야한다고 했는데, 진로탐색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과 배치되는 이야기가 아닌지.

A.   적합한 일자리를 고르며 취업을 늦추는 청년층을 보면서 경제합리적인 동기가 각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지 말자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고용전략회의에서 대학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저희 연구진에서는 반대를 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학으로부터 불필요한 불만을 일으키구요. 예전에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이 고교 졸업 직후 바로 채용해가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의 수도 많아졌고배출 도되는 인력도 상당히 많고 노동시장에 흡수도 안되죠. 그런데 이런 것만으로 10년 후 과잉인력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알 수 없습니다. 경제적인 전망이라는 것이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정도만 던져줘도 된다는 것입니다.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인위적으로)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은 다른거죠. 이미 지방대학은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2018년부터인가 대학 진학 인구가 확 줄어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학들 사이에 구조조정이 되고 특성을 살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신에 구조조정의 방향은 제시해 줘야 하겠지요. 제가 한가지 제안해 드리는 것은 중고등학교나 빠르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직업세계에 대한 공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기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기 진로교육이 필요합니다.

 

Q.   대학의 구조조정이 숫자를 줄이는 것 말고 특성화 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역의 중소기업과의 연계가 필요한데 지금 현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A.   그 부분은 저도 답답합니다. 광주에 가면 광섬유 공장, 전화기 만드는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많은데 가장 큰 문제가 인력이 없고 하위 80%만 있다는 것입니다. 상위 20%는 다들 서울로 간거죠.

 

제일 좋은 것은 출신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방으로 많이 내려가야겠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방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 구미에서 평택으로 옮겨오는 것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국토의 균형발전, 서울 중심 체제가 지방 중심 체지로 가야 하는 부분이 함께 되어야 가능한 것이겠죠.

 

Q.   청년실업문제의 대안으로 소극적인 인적자원개발에 대해서 한번 더 말씀해 주세요.

A.   훌륭한 배우들은 좋은 무대이든 안좋은 무대이든 무대에 관계없이 좋은 이야길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청년실업문제에 적용한다면, 고등교육에서 적성과 적합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업훈련기관에 가서 새로 배워 취직하라는 것은 개인의 문제는 해결할지 몰라도 무대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계속 나올거라는 거죠. 제 대답이 우울한 답일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차원과 구조적인 차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그럽니다.

 

Q.   세가지 질문입니다. 첫번째, 서비스 산업을 보면 임금과 부동산의 영향이 큰데, 만약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면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리고 오늘 강의 중에 기업생산성에 기술수준차이가 별로 안난다고 하셨는데, 제가 듣고 보기로는 선진국과 기술차이가 많이 나고 그래서 임금차이도 많이 난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노동자의 임금 부분에서 이윤을 보전하려는 측면이 생기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고학력 노동자를 고용하고 기술력을 가져서 시장을 장악하려는게 기업에게 주어진 자유일텐데, 이런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경제학에서 효율임금이론이라는게 있습니다. 고숙련된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시장은 고숙련 근로자를 고용 유지 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임금 일자리는 적고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기업이 힘들이지 않고 고숙련 노동자를 고를 수 있거든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고숙련 노동자를 확보하기가 쉬운거죠. 한편으로 기업이 인재가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요. 신자유주의적인 대안이냐, 좌파적인 대안이냐를 논하자면, 효율임금이론을 주장한 미국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중도에서 좌파로 약간 기울어진 학자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불공정 거래 관행이 해소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보다 정부의 실무정책자들이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신자유주의적이냐 좌파적이냐 따지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저는 거품이 빠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지대, 부동산 가격만 잡더라도 기업의 고정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것을 임금으로 줘서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당 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빠져서 긍정적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Q.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을 합니까,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A.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개입합니다. 미국의 독점국은 경찰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공정 거래가 발견되면 독점국에서 기업에 자료를 요구하고이에 응하지 않으면 바로 제재가 가해집니다. 지난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익스플로러 독점 문제도 아주 엄격하게 개입했지요.

 

Q.   저성장이지만 고용을 줄이지 않겠다고 하는 소위 '착한기업'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요? 이런 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미국의 경우 활성화되어 있고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가 지표 중 하나이고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은 고용이나 노사관계 지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구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고민보다는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기업이 더 많이 있습니다.

 

Q.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강제적으로 고정시키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나눌수 있지는 않을까요?

A.   한국의 노동시간이 굉장히 긴편인데, 제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고 임금체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노동의 경우 시간당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소득과 연결되어 있어서 노동시간을 줄일려는 욕구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시간당 임금체계가 월급 임금체계로 바뀐다고 했을 때는 풀어나갈 여지도 있겠지요. 그리고 일을 빨리 많이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함께 바껴야 기업이나 개별 노동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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