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2009.10.13.) |
■ 고교별 수능성적 공개 관련 보도 자료-
“조전혁 의원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조전혁 의원님. 의원님이 고교별 수능 성적을 교과부로부터 받아 2009년 10월 12일자 모 일간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조전혁 의원실 측은 이 자료 공개에 대해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접근하시면서 '학교 간 학력격차의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정책 대안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지요. 하지만 자료 해석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의원님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고교별 수능 성적 공개로 조의원님 측에서 정리하신 대로 수능 성적이 좋은 학교의 대부분은 외국어고등학교나 자립형사립고였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왜 그 학교들이 우수한 학력을 나타냈을까요? 학교가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일까요? 그래서 좋은 학교, 나쁜 학교를 죽 줄 세워야 할 상황일까요?
■ 수능 상위권 학교들 : 입학생들의 학력 효과이지 학교 효과로 설명해서는 곤란
저희가 그동안 외고의 진실을 확인해 보니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학교들은 중학교 때부터 전국 상위 몇% 이내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학교들입니다. 우수 학생 집단이 입학했으니 그 고교가 우수한 수능 성적을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입학생 학력 효과를 고교의 학교 교육 결과로 뒤바꾸면서 이 결과를 토대로 '학교 간 학력 격차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 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면 당연히 수능 평균이 높을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입학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하게 학교 간 수능 격차 결과를 드러내면서 정책적 함의점을 찾으려는 것은 부적절한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교 간 학생들 학업성취도 효과를 정확히 보려면, 입학생들의 출발 상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일부 연구에 의하면, 외고의 학교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거나 오히려 효과가 부정적인 것으로까지 나타났습니다. 즉,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성적이 잘나오는 것이지, 외고를 다녔다고 해서 성적이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일부 외고생들의 학력은 일반고와 비교해 오히려 저하되는 현상까지 나타났지요.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특정 학교 학생들의 출발 지점을 확인하고 그에 비해서 3년 후 어떤 성적 변화를 나타냈는가, 그리고 학교가 이를 위해 투입한 교육적 자산과의 상관관계를 비교해서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요?
■ 진정한 학교 효과 : 입학생 성적 출발점이 같은 학교 간 비교로 이루어져야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개인적 특성(지능지수, 성별 등), 가정배경(부모 학력, 직업, 거주환경 등), 과정변인(수업태도, 흥미도, 자기주도학습 시간), 학교변인(평준화 및 비평준화, 사립 및 공립, 수준별 수업, 협동학습,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형성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여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번 수능 성적 공개 결과를 보니,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미한 독립변인을 거의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습에 대한 개인적, 가정적 배경이 아닌 ‘학교 효과’일 것입니다. 예컨대,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자율학습을 참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협동학습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방과 후 학교를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변인을 통해서 분석해야 정책적 함의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능을 본 학생들은 졸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국회의원이 학력격차 문제 해결에 관심을 진심으로 기울이고 있다면, 정확한 표본 설계를 바탕으로, 사교육 변인, 학교(시설, 수업, 교사 및 교장 변인), 가정 배경 변인 등을 정밀하게 결합시켜서 어떤 학생들이 성적이 올라갔고, 어떤 학생들이 성적이 떨어졌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초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교가 더 좋아진 경우일 것입니다. 학교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변화가 나타났는가를 살펴봐야합니다. 혹은 어떤 수업이 그런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수능 조사 결과는 그런 정밀한 연구 설계 없이, 단순하게 학교별 수능 성적 결과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번 수능결과 발표로 인한 부작용 : 고교 등급제, 입학사정관제 왜곡 예상되어
이러한 학교별 성적 결과는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에 대한 선호도를 더욱 높이게 되고, 평준화에 속한 일반고라든지 비평준화 지역 비선호학교에 대한 기피 현상을 가속화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낙인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지요. 즉,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교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내야겠다는 부모님들의 의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입니다. 이 결과는 고교 등급제를 더욱 합리화할 수 있고, 심지어 입학사정관제의 왜곡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지요. 수능 성적이 공개된 학교는 그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입시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충분히 입시로 인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라면 불필요하고 무모한 경쟁을 부추기는 일을 절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94년 수능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든 관계없이 한 번도 학교 간 비교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 아니겠습니까?
조전혁 의원이 원하는 교육은 문제풀이식 교육에 몰두하는 학교는 아닐 것입니다. 1-2점 수능 경쟁으로 다른 모든 교육적 가치를 몰살시키는 학교를 원하시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비록 성적이, 가정적 배경이 우수하지 않은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특색있는 교육적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학교를 발굴하고, 그런 학교를 모델링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의원님이 결행한 수능 성적 공개는 그런 우리의 선한 노력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수능 성적을 높이는 학교가 곧 인정받는 학교요, 좋은 학교로 인식시키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수능 자료 공개는 법원에서도 몇가지 기준(① 연구 목적으로 사용, ② 원자료의 언론 기관 유출 등 금지)을 충족할 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전혁 의원님은 그런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자료를 공개하였습니다. 그것은 법을 만들고 준법을 강조해야하는 국회의원의 바람직한 태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법적 윤리적 책임을 지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무엇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 조의원실 이번 발표,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경감정책에 ‘결정적’ 타격 입혀...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제 고교들은 성적 좋은 학교로 인정받기 위한 매우 살떨리는 점수 경쟁으로 몰입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학교 간 서열이 매겨지면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중학생들의 고교 입시경쟁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로 심화될 것입니다. 사교육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겠지요. 지금 이명박 정부가 민심 이반의 핵심고리인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사교육경감정책’은 이번 조 의원님의 선택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번 한번으로 끝내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일을 시작하셨을 것입니다.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 것인지요. 전국 고교별 수능 성적 공개입니까? 아니면 하위학교 수능 성적 공개입니까? 입시사교육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은 멈추지 않고, 부모들의 한숨과 절망은 끝이 없는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더 죽어야 우리 어른들이 이 부질없는 시도를 멈추게 될지, 참 마음이 아프고 부끄러운 하루입니다.
2009. 10. 1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문의: 김성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02-797-4044
2009. 10. 13.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1가 197번지 유진빌딩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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