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15학년도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을 확인 분석해 본 결과, 교과 지식을 묻는 평가를 포함하여 과고 대비 현재의 극심한 사교육 문제가 앞으로도 여전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과학고 입학전형은 교육부에서 내려준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에 따라 각 과학고가 자체 입시요강을 만들어 진행됩니다. 올해 초에 교육부는 2015학년도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을 만들어 각 학교에 배포하였고, 현재 각 과학고는 입학전형 요강을 만들어 학생을 모집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사교육걱정은 2013년 11월에 ‘낡은 고교체제 쇄신 토론회 중 6차 토론회(주제: 과학고․영재학교 입학전형과 교육과정의 사교육 유발 요인을 밝힌다)를 통해 과학고․영재학교 입학전형과 교육과정의 문제점, 특히 사교육 유발요인의 심각성을 분석하여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 토론회에 참가한 교육부 담당자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시정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는데, 이번에 다시 교육부 매뉴얼과 각 과학고 입학전형 요강을 분석한 결과 여전히 시정되지 않아 극심한 사교육 유발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특목고 입시 개선책으로 제시한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외고와 국제고 입시에서는 그런대로 정착된 반면, 과학고 입시에서는 별도의 시험을 허용하는 등, 교육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있음.
과학고와 외고 등의 특목고 입시가 초등 및 중학생의 심각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일체의 별도의 시험을 치루지 않고 학교 내신 성적과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 근거한 면접 평가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이른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만들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외고는 2011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이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였으나, 과학고는 이 제도와 아울러 과학고 자체의 별도 평가를 허용하는 선발 캠프(이른바 '과학창의성' 전형)를 잠정적으로 2년간만 운영하다가, 2013학년도 입학전형부터는 100%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만 선발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2011학년부터 자기 주도학습 전형을 100% 적용한 외고와 국제고는 상당한 정도 사교육 억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고의 경우엔 2년간 한시적으로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는 과학창의성 전형으로 인해, 사교육 경감 효과는 미약했습니다. 더욱이 이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3학년도부터는 과학고도 당연히 외고 등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어야했는데, 교육부가 이 약속을 어기고 과학고에 여전히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는 길을 허용해 줌으로, 과고 입학 대비 사교육을 방치한 것입니다.
■ 올해도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에는 교과 지식을 묻는 면접 평가를 허용하고 있고, 과학고 소집 면접에서 교과 지식을 묻는 평가를 할 것으로 안내하고 있어 심각한 사교육 유발 문제가 개선될 기미가 없음.
교육부가 제시한 2015학년도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 중 특히 다음 조항은 과학고가 서류 심사 외에 별도의 문제를 출제하여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 조항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입학전형 요소 배제의 한 조항으로 들어가 있지만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다분한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단편적이지 않은’ 교과지식을 묻는 면접 문제를 필기고사로만 치르지 않으면 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작년까지도 과학고가 이것을 근거로 심층 면접에서 여러 개의 공통 문항으로 만들어 사실상 지필고사나 다름없는 평가를 했고, 이것이 당락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 과학고 홈페이지에 보면 친절하게 소집 면접에 대한 Q&A로 다음 사항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과학고 면접은 방문 면접과 소집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방문 면접은 입학담당관이 지원자의 중학교를 방문하여 면접하는 것이고, 소집 면접은 지원자를 과학고로 불러 면접을 하게 되는데 소집 면접의 평가는 주로 수학, 과학 교사가 맡습니다.
다른 과학고의 입학담당관과의 통화 내용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에서 물어보는 별도의 문제의 성격이 제출 서류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입시에서 유행했던 창의성 문제나 아주 어려운 문제라서 도저히 대비하기 힘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단기간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통합 문제라는 뜻인데,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에서 성행하는 대비반에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소집 면접에서 한 학생당 세 문항으로 평가한다. 학원에서 대비를 하니까 자세한 안내를 할 수는 없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배운 개념이나 원리를 이용하고 일상생활은 물론 다른 교과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를 출제하며, 똑같은 수학 문제라 하더라도 각자가 다양한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비는 단기간에 할 수는 없을 것이다(OO과학고 입학담당관).”
앞에서 밑줄 친 유형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출제됩니다. 이 문제는 2013학년도 모 과학고의 소집 면접 기출문제 중 수학, 과학 문제의 일부입니다(나머지는 첨부 자료 참고).
이런 문제는 매우 어려운 교과지식을 묻는 문제로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과학고 원서를 접수하고 9월부터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과학고 소집 면접 대비반>이라는 사교육이 성행하기 시작해서 11월까지 3개월 특강을 하게 됩니다.
과학고 입학담당관은 지난 4년간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의한 학생 선발 경험과 많은 연수를 통하여 그동안 심각한 사교육을 유발해왔던 별도의 지필고사나 어려운 수학, 과학 문제 풀이를 통하지 않고도 창의성과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왔고 이제는 학생 선발의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자의 제출 서류를 토대로 한 면접 질문만으로 우수한 인재를 충분히 선발할 수 있습니다.
■ 아직도 과학고 대비 학원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 사교육에서는 과학고 전형 대비반이 성행하고 있으며, 과학고/영재학교 지원자 중 월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의 비율은 38.2%에 이르고 있음.
과학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분명 입학전형 과정에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과학고 소집 면접 대비반을 개설하고 있는 학원들의 프로그램이 입증해 줍니다. 여기에는 한 학원 자료만 있지만 뒤쪽 첨부 자료를 보면 여러 학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과학고 지원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교육 코스입니다.
다음 [그림 2]는 대치동의 새본아카데미가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는 과학고 대비반 프로그램입니다. 3학년 수업 내용을 보면, 수학은 3월부터 12월까지 ‘과고 시험대비 실전Ⅰ․Ⅱ’, ‘과고기출 문제풀이’, ‘과고 구술 면접대비 모의고사’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과학도 마찬가지로 1, 2학년부터 3학년 8월까지 ‘과학고 대비 이론 집중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고 입학 전형 중 수학과 과학 교과 내용이 필요한 요소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수학 프로그램 중 ‘과고 구술 면접대비 모의고사’과정을 개설했다는 것은 면접 과정에서 수학 교과 과정을 묻는 질문이 포함된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런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은 통계를 봐서도 분명합니다. 우리 단체가 유기홍 국회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과 2013년에 공동으로 진행한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 관련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 2,273명에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과학고/영재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일반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다음 [그림 3]과 같습니다.
특히 월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학생의 비율을 비교하면 과학고/영재학교를 지만하는 학생들은 38.2%나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일반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학생의 비율은 13.1%에 불과했습니다([그림 4] 참고).
■ 지원자가 외고에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중학교 성적이 제공되지 않지만, 과학고에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중학교 전체 성적이 제공되고 있어, 수학과 과학 이외의 국어나 영어 등 전 과목의 성적이 과학고 입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확인함. 이는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의 애매한 규정 때문임.
2011학년도부터 시작된 과학고와 외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 외고는 처음부터 영어 성적만 가지고 1.5배수의 1차 선발을 하도록 하면서 지원자가 중학교에서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성적이 출력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여기에 반해, 과학고는 전 과목 성적이 출력된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도록 했고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과학고에서는 얼마든지 필요한 과목을 반영하여 선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다음 규정의 ‘가급적’이라는 단서는 수학, 과학 이외의 과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외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 기간이 10일 내외인 데 비해 과학고 자기주도 학습전형 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최대 4개월까지 허용한 것은 지원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으며,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주고 있음.
2015학년도 외고의 입학전형 요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4학년 입학전형 요강을 참고하면, 외고는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대로 원서 접수에서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11일에 마칩니다.
반면 과학고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4개월까지 걸립니다. 똑같은 특목고인데도 외고는 10일 남짓에 입학전형이 끝나는데, 과학고는 4개월이라는 엄청난 전형기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2011학년도 입학전형에서는 과도기적으로 과학창의성 전형이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 전형을 치르는 기간으로 3-4개월이 필요했던 것이지만, 이제 100%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형 기간을 1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는데도, 소집 면접에서 여전히 창의성을 평가한다는 명분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해서 평가를 하느라고 이 기간을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입학전형에서 보면 원서 마감 후 서류 평가에 걸리는 시간은 2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되며, 중학교 방문 면담과 소집 면접을 하나로 통일하면 면접에 걸리는 시간은 1주 정도, 그리고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1주 정도 잡으면 됩니다. 이 정도면 과학고 입학전형 기간도 1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습니다.
과학고를 지원하는 아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1학기에 영재학교를 지원합니다. 영재학교 전형기간은 3개월 정도입니다. 영재학교를 지원했다가 다시 과학고를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는 입학전형 기간만 7개월입니다. 중학교 3학년 전체를 입학전형에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중학교 교육과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고 입학전형 기간은 지금의 3-4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줄여서 외고와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2014. 7. 21.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담당 : 본 단체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최수일(02-79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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