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광화문은 오렌지 색으로 빛났습니다. 바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나오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서는 처음, 거리에서 '문화제'라는 형식으로 시민들과 소통의 문을 연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름하여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성찰과 고백의 광장, 아이들아 미안하다'. 이 문구가 시사하는 것은 누구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하는 것보다 사교육 문제의 근원을 성찰하며 우리의 의지를 굳건하게 하기 위한 다짐이 담긴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문화제는 아이들의 입시 고통에 대한 염려와 사교육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시민들이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변화'를 요청하기 위해 나온 이들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시민 문화제는 말그대로 '시민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빚진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대를 손수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이 첫 삽을 들었습니다. 집회가 열리게 될 동화 면세점 앞에서 무대를 세팅하는 과정이 쉽진 않더라구요. 키의 두배가 가까운 대형 현수막을 세우는 과정이 여러번 되풀이 되고, 발전기 세팅해서 음향과 영상 시설을 세우는 전문적인 일들도 속성으로 해내야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공연 기획자로 활동하신 심태선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현장을 만져주셨고, 상근자들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뚝딱뚝딱 문화제 무대를 만들어나갔습니다. 광화문 거리답게 많은 시민들이 문화제 현장을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젖었다가 자발적으로 서명에 나서는 이들이 꽤 되었습니다. 진도경쟁으로 풀이 죽은 아이들을 비유한 포스터와 선행교육 마케팅의 핵심을 꼬집은 프린트물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대부분 "그래, 이건 좀 심하네", "우리 나라는 사교육에 미쳐 돈을 너무 낭비해"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갔습니다. 시민들의 일상 속에 침투한 낯선 하지만 반가운 문화제 분위기에 많은 이들이 의아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현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 즈음, 문화제의 막이 올랐습니다. 오랜기간 이 문화제의 기획을 담당해왔던 채송아 선생님께서 열정적인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행사의 취지를 나누고 초성게임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오프닝이 열렸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재능기부로 선물받은 '선행교육 이제그만' 로고송이 울려퍼졌고, 잘 훈련된 소셜돌(Social-idol)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상근자 선생님들의 발랄한 율동이 광장의 시선을 한데 모으기도 했습니다.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운동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공유하는 윤지희 대표님의 경과보고는 청중에게 호소력있는 문제의식으로 공유되었습니다. 특히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대학들이 본고사형의 공정하지 못한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시민들의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시민들은 '나쁜 입시 안돼~'라는 구호로 응원 어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문화제가 '성찰과 고백의 광장'을 지향하는만큼, 기성세대의 빚진 마음을 미안함으로 고백하는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시는 김원미 선생님은 "아이들의 내면을 돌아보지 못하고 학벌주의로 물든 이 사회속에 단단한 마음 심어주지 못해 미안하다"하는 절절한 마음을 전해주셨고, 두 아이의 학부모인 백선숙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한 켠이면 될, 한 뼘이면 될 부모의 가슴을 허락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로 고백해주셨어요. 두 분의 낭독이 이어질 때 광장은 더욱 숙연해졌고, 다함께 꽃을 들고 아이들을 위해 침묵으로 묵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함께 하는 노래에선 황병구 선생님의 기타 연주와 함께 '마법의 성', '거위의 꿈', '행복을 주는 사람', '아름다운 세상'을 같이 불렀습니다. 모든 노래가 하나의 가락처럼 어우러져 얽매인 관습을 벗어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다같이 좋은 선택을 하자는 격려로 울려 퍼졌습니다. 문화제에 참여하는 이들과 그 순간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까지 하나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해주겠노라고 노래로 마음 담아 고백했습니다. 아직 오진 않았지만 반드시 만나게 될 미래를 상상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문화제의 끝이 이르러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위한 소망의 글' 낭독이 있었습니다. 비합리적이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고 강요하며 끝까지 아이들의 삶을 무겁게 만든 기성세대의 욕심을 반성하고, 한국의 아이들도 어느 선진국 못지 않게 이 땅에서 태어나 교육 받고 성장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만들자는 소망의 글에 광장에 모인 모든 이가 가슴으로 동의했습니다. 그 모든 염원을 담아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라"라는 구호로 펼칠 때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소망과 열정으로 가득차고 두근거렸습니다. 첫번째 시민문화제는 이렇게 막을 열었습니다. 이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한뜻을 품고 동일한 고백과 성찰로 변화를 촉구하는 이들의 행진이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문화제가 어떻게 어느 곳으로 뻗어갈지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주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마음과 호소를 모아내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고, 우리의 방관을 부끄러워하며 "애들아, 이제 우리가 이 잘못된 것을 해결하는데 함께 할께, 너희들에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물려줄게"라고 고백하며 실천을 다짐하는 곳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교육의 역사 속에 이런 날은 없었습니다. 이제 평범한 시민들이, 평범한 부모들이 나서게 되었으니 철옹성 같은 어둠도 물러갈 것입니다. 절망감과 무력감을 주며 자기 성을 굳게 지킨 입시 경쟁이라는 괴물도 두려워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목표로서 '선행교육 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고 그 열매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을 기대하는 가슴으로 가득 찬 시민 문화제는 '고백과 성찰의 공간'에서 시작해 '축제와 감사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문화제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어집니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진실된 고백의 릴레이를 기다릴게요. 다같이 함께 해요!
■ 행 사 : 『선행 교육 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문화제』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위한 소망의 글 △시민 자유 발언 △로고송 부르기 및 공연 △초성 게임 △가족 발표 등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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