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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뉴스레터]상담넷 뉴스레터 소식

[박재원 소장의 부모역할 조언⑤] 아이의 공부와 나무 기르기

 

부모 노릇, 제대로 하기 정말 힘든 세상입니다. 부모 역할에도 지각변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교 보내기에서 학원 보내기로 변한지 꽤나 됐지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사교육 의존의 폐해가 널리 알려지면서 엄마표 교육이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학원에 보낼 돈도 없고 아이 공부를 손수 챙길 여유도, 의욕도, 정보도 부족한 학부모님들은 더욱 절망합니다.

진정한 부모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닌데,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해법은 다른 곳에 있는데...’

여기저기 부모교육이 활발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뭔가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상담 글에 보이는 '갈피'라는 단어와 '나침반이 되어주세요'라는 표현이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머리 속을 정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믿음이 아니라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갈피를 잡고 나침반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부모 역할을 나무 기르기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뿌리가 튼실해야 하겠지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바로 뿌리입니다. 아무리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라도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뒤탈을 걱정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열매(성적)를 잘 맺고 있지만 결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뿌리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뿌리가 약해진 상태에서 비료(사교육)를 주면 열매를 많이 맺는 데 유리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뿌리가 약해지는 부작용은 반드시 감수해야 합니다.

이번 상담의 내담자께서 아이의 공부 지도를 강압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정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저는 우선 백해무익이라고 단정하기에 무조건 반대합니다. 부모가 주도권을 발휘하면 아이의 주도성은 약해집니다. 부모가 강압적으로 나오면 아이는 이유 불문하고 반발하거나 아직 스스로 어리다고 생각하면 수동적으로 변질됩니다.

방향을 틀어서 아이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깨끗이 포기하고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합니다. 왜 아이가 부모가 바라는 심화학습에 대해 짜증을 내고 싫어하는지, 아이의 진심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부모의 의도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는 짜증과 싫음이라는 감정을 존중하고 그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분명 해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분명 뿌리가 더욱 튼실해질 것이기 때문에 '줄기와 가지'의 문제는 쉽게 풀릴 게 확실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만 좋고 공부는 못하는 아이는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당장 공부는 잘 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덧붙여 주변 이야기(내신 중심으로 공부하면 고등학교에 올라가 고생한다)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도 알아보겠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자신의 실패경험을 충고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 배후가 있는 현혹이라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선행학습과 사교육의 욕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배어있는, 외면하기 어렵다고 불안감을 호소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라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이번에는 이번 상담과 관련하여 줄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훌륭한 동량이 되려면 몇 가지 갈래의 줄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공부의 우선순위는 학교 진도를 중심으로 정해야 합니다. 상담자인 샤바누님의 의견처럼 학교 진도와 별개로 진행되는 사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당장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방식은 버려야 합니다. 비록 학원에서 경쟁력으로 자랑하는 내신 대비 특별지도를 받지 못해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학교 진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절실합니다. 학교 진도를 통해 공부의 뼈대를 세우고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 개인 공부라는 생각을 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신 대비 특별지도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또한 줄기를 약하게 만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성적이 떨어진다고 불안해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당연히 학교 진도 중심의 공부라는 줄기가 곧고 튼튼하게 서려면 당연히 학교 진도와 관련 없는 사교육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다음으로 중요한 공부의 줄기는 학교 진도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학교 진도를 그냥 시험범위 정도로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새로 배운 개념과 주제를 일상의 관심사로 확장시킬 수 있으면 공부가 정말 쉬워집니다. 예습과 복습의 습관화와 함께 교과 개념과 주제를 독서와 체험활동 등으로 확장시키면 수능과 논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학교 진도의 부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의 시야가 학교 시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역시 부모 역할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교과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교과서를 정독해보면 대부분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학기 교과서를 미리 살펴보고 방학 동안의 체험활동 등을 통해 교과공부에 대한 관심이 생기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시험 성적보다는 아이가 공부할 때 어떤 느낌(재미와 의미, 성취감 등)을 갖게 되는지, 부모의 관심을 시험이나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쪽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저는 학교 수업에서 다뤄지는 개념과 주제에 대한 다양한 활동(독서, 체험활동 등)을 통해 특별한 시험 준비 없이 수능과 논술에서 고득점에 성공한 사례를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모두 행복하게 성공한 사례는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당장의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의 성장에 꼭 필요한 뿌리와 줄기에 주목하는 부모의 안목이 있다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줄기에 나는 잔가지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영어 읽기와 듣기는 소재를 잘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학교 진도에 대한 완전학습을 시도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생소한 글과 소리에 대한 해독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지요.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읽고 싶고 듣고 싶은 영어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언제나 듣고 읽고 싶은 영어 콘텐츠가 주변에 있다면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쉽게 필요한 만큼의 노출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면 충분합니다.

다시 총정리해보겠습니다. 뿌리가 튼튼하면 다른 공부 걱정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경험하기 전에는 정말 믿기 힘들지요. 그런 말을 믿으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반론도 정말 강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보다, 정보력보다 소중한 부모력의 핵심은 바로 공감력입니다.

저는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아이가 스스로 잘 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떤 감정이라도 아이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행복한 성공 이야기입니다. 당장 열매를 따려는 어리석은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뿌리가 튼실해지면 부모 역할에 대해 갈팡질팡할 이유도, 불안해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뿌리는 부모의 공감력만큼 강해집니다. 공감력을 발휘하는 데는 경제력도, 정보력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가 되곤 하지요. 공감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가 아이의 희망이자 대안입니다. 부모의 마음이 아이 공부의 뿌리라는 사실을 더 이상 모르고 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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