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장 공모제 ① : 전교조도 교총도 합의했던 교장공모제(2011. 7. 12)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를 보류시킨 교장 공모제가 연내 입법 처리되도록 힘쓰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차피 입법 처리 과정은 국민들과 함께 진행해야하기에, 우리 단체가 이 법안의 통과 처리를 위해 일하기에 앞서 이 제도의 내용을 2회에 걸쳐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음 번에는 교과부가 그동안 이 공모제를 축소해온 역사와 배경을 보다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5년 전 합의한 교장 공모제,
퇴보의 길만 걸어 왔습니다.
■ 기존 승진형 교장제도의 폐해가 심각해, 7-8년 전 새로운 교장제도 필요성 대두
■ “교장 자격증 요구하지 않는 교장제도와 기존 제도 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새 제도 도입, 5년 전 국가 혁신위 교원 특위에서 합의.
■ 그러나 교장선출보직제와 현행 승진제 선호하던 전교조와 교총, 새 제도 모두 반대.
■ 교과부, 교장 자격증 소지자들 중심 공모제로 공모제 취지를 훼손... 교직 경력
이외의 다른 조건 달지 않는 원래의 공모 교장제(‘내부형 공모제’) 고사 전략...
■ 공모제로 선발된 교장 소속 학교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 급등. 교사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학부모들과 국민들이 이 제도의 법안 통과를 관철해야
우리나라 공립학교 초중고 교장은 교장 자격증을 필요로 합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각종 연수와 보직 경력, 학교 내 소위 근무평정제도와 같은 평가를 잘 받고, 그런 모든 활동을 점수화시켜서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교감-교장이 되는 제도입니다.(물론 장학사 시험을 통해 이 과정을 단축하는 경우도 있지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제도입니다. 왜 이런 제도를 도입했느냐 하면, ▲일제 시대부터 내려온 식민지적 유습일 뿐 아니라 ▲교장이 되고 싶은 교원들은 많은데 객관적 기준이 없으면 문제가 되니까 철저하게 점수화시켜 선발의 공정성 시비를 없애자는데 원 취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교육 방침을 학교가 따르도록 하려면 교육청과 국가에 순응하는 교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승진형 교장제도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50년 간 현재의 승진형 교장제도에 의해서 학교장이 수급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획일적 입시 교육을 이끌거나 국가의 교육 시책을 빈틈없이 시달하는 데는 이만한 제도가 없겠지만, 최종 교육 수혜자들이나 교사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고, 또 우리 사회가 발전한 만큼 학교교육도 역시 선진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흐름에 현재의 승진형 교장제도는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십시오. 교장되기 위해서 연수를 받고 보직 경력을 쌓고 학교장으로부터 근무평정 점수를 잘 받아 ‘포인트’를 착실히 적립해 취득한 교장 자격증이 ‘실제 교장 능력을 갖춘 사람’임을 얼마나 보장하겠는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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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고로 인해, 새로운 교장제도에 대한 논의가 지난 7,8년 전 부터 진행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간단치 않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확보한 새 제도가 바로 ‘교장 공모제’입니다. 일반인들은 복잡하게 생각하는데(내부형 공모제, 초빙형 공모제, 개방형 공모제 등 이름도 많지요), 교장 공모제 핵심은 간단합니다. 교직 경력 10년~15년만 거쳤으면, 어떤 일체의 자격이나 추가 경력을 요구하지 않고, 적합한 교장 후보를 공모 방식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지역사회 인사, 학부모, 교원 등)이 직접 찾아내자는 것입니다. 소위 내부형 공모제가 교장 공모제의 원 취지를 제대로 담아낸 것입니다만, 이런 제도는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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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새로운 교장임용방식은 2002년 정부의 교원인사제도혁신위원회에서 논의했다가 2006년 국가교육혁신위원회 교원 정책 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 특위에서 난산의 과정을 거쳐, 2006년 5월 27일, 전교조와 교총, 학부모단체, 교장단, 전문가 그룹 등이 모인 가운데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루게 됩니다. 그 골자는 이렇습니다. “▲개선된 현행 승진제와 교장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교장 공모제를 병행 도입, 운영한다, ▲제도의 선택은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총회의 결정을 거쳐 교육감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한다, ▲제도 도입 후 2년 동안은 지역교육청별로 학교장 공모제 적용학교를 2개 이상으로 지정하여 운영한다. ▲공모제가 적용된 학교에 한해서 '대교사제'를 두며, 권한 지위는 별도로 논의한다. ▲이상의 내용을 입법의 내용으로 명시한다” 이런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합의안은 새로운 교장제도를 도입하되, 기존 제도를 없애지 않고 새 제도와 병존시키고 제도에 대한 선택권을 학부모들에게 제공함으로, 제도의 최종 수혜자 유익을 극대화시키며, 제도들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당시 이 제도에 반대했던 단체의 파견 대표들이 이 합의안에 동의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합의안을 그후 전교조와 한국교총 본부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거부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교조는 교장 선출을 교사회가 담당하는 ‘교장 선출 보직제’를 기존 입장으로 취하고 있었기에, 학부모들과 지역사회가 포함된 ‘교장공모제’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고, 한국교총은 기존 제도가 경쟁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밀리는 순간 기존 승진형 교장제도에 근거하여 경력을 관리해왔던 회원 교사들의 반발이 걱정되었던 것입니다. |
이런 반발로 합의안이 다시 무력화되자, 송인수 위원 등 위원들 중 일부가 반발하여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거쳐, 혁신위 본회의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이를 통과 처리하게 됐었고, 그후 교육법령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채, 교과부령 차원에서 지금까지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실상입니다.
■ 교과부령에 의한 교장 공모제 시행 : 원 취지를 살린 교장 공모제 도입 꺼려해...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변화는 놀랍습니다. 평교사 경력으로 공모제 교장으로 선정된 분들이 학교 운영을 책임지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교 만족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 사실이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 공모제 교장들이 운영하는 학교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새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이 제도에 우호적인 이주호 전 의원이 교과부 장차관이 되었으니, 누구보다 강력하게 이 제도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상황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즉, ▲교장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은 채 15년 경력 가진 현직 교사면 누구나 교장 후보로 공모에 응하도록 한 원래의 교장 공모제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15년 교직 경력 평교사’의 기준은 ‘20년 경력’으로 상향 조정하여 문턱을 높이고, ☞신설학교에서는 교장 공모제 적용을 금지하여 제도가 손쉽게 적용될 길을 차단하고, ☞내부형 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는 학교 숫자도, 교장결원 총 학교수 대비 2.3%(즉, 100개 학교의 교장 결원시 2개 학교에서) 적용시킴 ☞내부형 공모제 숫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 지원하는 공모제도 내부형으로 포함함.) ▲교장 공모제는 현행 승진 교장제도의 근간인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 중심의 제도로 변질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 상임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공모제 법안 : 미흡하지만 법제화 자체에 의미.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교장공모제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사실 국민들은 의아할 것입니다. “아니 교장 공모제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입법 발의를 한 이주호 의원이 장관이 되었는데 교장 공모제는 오히려 퇴보하게 되었다니!” 이렇게 말입니다. 이에 대해 세간에서는 교과부가 한국 교총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만, 전혀 근거 없는 해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튼 이런 와중에 이번 국회 교육 상임위원회에서 그동안 몇 의원들이 발의한 교장 공모제를 모아서 법률안으로 제출했고,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여러 의원들의 관련 법안을 묶어서 여야 합의로 하나의 안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
이번 법안 심사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 처리했다고 하나, 그 합의안은 원래의 교장 공모제와 비교해 볼 때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즉, ▲일단 교직 경력 15년 이상의 현직 교사가 교장 공모제에 응할 수 있다는 취지는 살아있습니다만, ▲초중고 모든 공립학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학교에 한해 적용되고, ▲그것도 교장 퇴임으로 공석 중인 자리의 몇 %를 시행할지 등은 시행령으로 넘겨 교과부가 결정하게 하였습니다. 이 제도 도입 및 확대에 매우 미온적인 교과부가 제도 확대를 막을 가능성을 남겨두었지요. 이렇게 되면, 교장 공모제가 기존의 승진형 교장제도와 경쟁하여 양 제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축소된 실정이지요.
그러나 미흡한 상태이지만 이런 상태로라도 일단 제도를 진입시키고 나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혜택을 입게 하고, 그 성과를 보아가며 추후 제도 확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수순이라 생각해서 이번 이 제도의 법 통과를 환영하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번 합의한 정신을 따라 8~9월에 다시 처리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도와 연동시켜 함께 처리하려 했던 교총의 숙원 정책 ‘수석교사제’가 단독 처리되어(원래 교장공모제는 수석 교사제와 패키지 법안이었는데, 교장 공모제는 처리를 유보하고 수석교사제만 단독 처리한 민주당 소속 국회 교과위 상임위 변재일 위원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은 교장 공모제의 장래를 기약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릇 모든 제도나 법률이 다 그렇듯이, 법의 개정과 신설은 국회의원들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힘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통과되고 원치 않는 선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우리가 이를 의원들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손에 맡기고 멈추어야 하겠습니까?
2011. 07. 12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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