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조마조마하던 수능이 드디어 끝났다. 수험생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공감하는 취지에서 일단 우리도 문제 하나 풀어보자.

객관식도 아니고 주관식은 더더욱 아니고 확률 50% OX 문제이니 마음 편히 도전하시라.

  

다음 문장이 맞다고 생각하면 O, 틀리다고 생각하면 X를 하시오.

  •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학원에 보내야 한다.’

  • ‘아이들이 원해서 학원에 가는 것은 괜찮다.’

  • ‘학교와 달리 학원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개별적으로 보충할 수 있다.’

  • ‘학원에서 미리 공부하면 학교 진도 나갈 때 효과가 있다.’

  •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 선행이 필요하다.’

  • ‘외국어 습득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으므로 영어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 ‘특목고에 가려면 전문학원에 가야 한다.’

  • ‘일단 성적을 올려야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 ‘안정적이고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지려면 성적은 필수다.’


 

 

답을 잘 적었는가? 이제부터 채점 들어간다. 전부 O라고 답하신 분. 안타깝게도 당신은 사교육의 미신에 제대로 빠져 있다.

모두 X라고 답하신 분. 당신은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다. 훌륭하다. 나머지 긴가 민가 아리송해 O도 있고 X도 있는 분들.

당신들은 지금 몹시 흔들리고 있는 부모다.

OX 문제라고 해서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위에 열거한 지문들은 모두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관념들이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교육 불패론.’ 대한민국 학부모들을 사로잡은 전 사회적 과대망상증이다.

 



지난 10월 2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 한 사무실에서 이 같은 ‘사교육불패론’의 허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대한민국 주류의 거대한 망상에 도전하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사교육 불매운동을 선포하며 ‘아깝다 학원비! 100만 국민약속운동’ 캠페인을 출범시킨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캠페인을 위해 지난 1년 3개월간 국내의 내노라 하는 사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수십 차례의 토론회와 간담회, 포럼을 진행했으며 각종 통계와 지표는 물론 외국의 사례와 연구 성과들까지 총동원했다.

이 날 출범식에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사교육 전문가, 교육단체 대표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동안 사교육이 주도하는 논리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몸소 각성하고 연대해 주체적이고 분별력 있게 사교육을 소비하자는 운동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그간 각종 토론회를 통해 가려 뽑은 12가지 화두를 통해 사교육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왜곡된 논리를 지적한다. 위에 문제로 나간 것들도 모두 이 ‘잘못된 사교육 정보 12가지’에 포함돼있다. 학원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학원이 어떤 논리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는지, 학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영어와 수학은 어떻게 가르치는 게 옳은지 그 정답이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에 모두 들어있다.

1차로 먼저 10만 명에게 나눠줄 소책자는 전부 시민들이 낸 후원금으로 만들어졌다. 사교육 마피아가 된 언론권력과 난공불락의 제도권에 맞서기엔 여전히 바위 앞의 계란이지만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평범한 소시민들을 움직였다.

100만 국민약속운동의 첫 번째 목표는 이 소책자를 100만 명의 국민에게 보내는 것이다. 자녀의 사교육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여 건전한 사교육 소비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무턱대고 학원을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연령과 단계에 따라 적절한 사교육의 활용법과 실용적인 정보를 제시하겠다는 얘기다.

소책자를 통해 일방적인 사교육 논리에 제동을 건 다음, 국민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사회적인 연대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왜곡된 사교육이 판을 치는 이유가 바로 학부모의 ‘불안’에 있으므로 그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수적이다. 또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선진적인 내신의 기틀을 마련해 내신 위주의 대입 전형을 유도함으로써 사교육이 더 이상 판치지 못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교육개혁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100만 국민약속운동은 이제 그 첫 발을 내딛었다. 과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꿈꾸는 세상이 올 것인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목표가 대한민국을 좀먹는 사교육을 바로잡는 일이고,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기에 이들의 성공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외쳤던 구호를 함께 따라해 본다.

 

'아깝다 학원비, 맞다 맞다 맞다!!'

'100만 국민약속운동, 된다 된다 된다!!'

 

맨발각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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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el 2009.11.20 14:03

    저도 학원 별로 안 좋아하지만 솔직히 학업성적이 좋으면 진로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사실이죠..

    • ppappi 2009.11.20 14:14 신고

      맞아요. 그런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도
      글로벌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데
      학원에서의 학업 결과는 알고 보면 그 말랑말랑한 시기에
      얻는것보다 잃는것이 많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해요.
      - 어제 열린 등대교양강좌에서...느낀점

  2. 딴건다알겠는데 2009.11.23 13:07

    딴건 다 알겠는데
    왜 `원해서 가는 학원`조차도 x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네요...

    • 민들레친구 2009.11.23 14:47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알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모르지만, 단지 친구따라서, 그냥 혼자 공부하기 불한하기 위해서라면 다시한번 고민해 봐야 할 거예요.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교육인지 아닌지를.
      먼저가 이유인 아이들.. 학원에서도 만족못하는 경우들이 많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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