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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실천/[사연읽기]수기공모전 당선작

[장려④] “학원 원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꿈꾸다” (신현승)

본 글은 201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단행본 출판 기념 국민 수기 공모전에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학원 원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꿈꾸다”

 

신현승 (37세, 학원원장, 경남 김해)


2년 전인 2008년 가을. 지금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지역모임을 하는 열정으로 틈틈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영재교육원, 과학고등학교, 영재학교, 과학실험등과 관련해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고 공부했지요. 동영상 강의도 찍고 세미나도 하면서 배움과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한번은 영재교육원 관련 30분짜리 세미나를 맡게 되어 이런 저런 자료를 준비하고 약 20여명의 선생님과 몇 분의 부모님을 모시고 발표를 하게 되었지요.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면서 영재란 무엇이고, 왜 영재교육원이 생겨났고, 영재교육원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좀 더 체계적으로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영재교육원에 가는 아이들의 성향이 어떤 한 가지 특별한 성향이란 것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자존감이었지요. 자신감도 아닌 자존심도 아닌 자존감이란 말을 처음 알게 된 2008년 가을!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이 영재교육원에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자존감에 대한 공부가 다시 시작되었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존감이 높은 학생이 되고 싶은 학생들이 오는 학원이 되기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고 생각할수록 결론의 방향은 자꾸만 학원 보다는 부모님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당시까지 제가 알고 있는 학원에서는 해 낼 수 없는 것이었지요.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의사표현이 자연스럽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긍정적이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했을 때 그것을 실패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높습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감추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소통의 즐거움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주목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아이가 바로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고 정리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그런 자존감이란 성향의 에너지를 주거나 뺏는다고 했을 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엄마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부모님의 말 한두마디면 아이는 다시 절망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어둡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처음에 인정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의 삶만 조금 돌이켜보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려봐도 자존감 형성에 있어 우리 부모님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입식 교육방법과 효율이 낮은 수업방식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학원 운영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지요. 하지만, 선생님들에게 강제로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사람이기에 자발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감동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선생님들에게 이해를 구했지만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못하고 그렇게 반년 정도 흐르니 학원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게 되었고 학원 운영도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학원 운영을 더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했답니다.

하지만 그만 둘 때 그만 두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고 그만 두고 싶어 제가 먼저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칠판을 버리고 1:1 수업을 진행하고 입시반, 과고반을 줄여 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답을 찾았을 무렵 인터넷 신문에 올라온 ‘아깝다 학원비’...

운명의 전환점 이었지요. 준비된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것이고 준비되지 못한 사람은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할 것이란 말은 맞는것 같습니다. 다행히 전 준비되어 있었던것 같습니다. ‘아깝다 학원비’라는 말을 처음 보았을 때는 ‘무슨 내용일까? 저 내용을 알고 상담 오는 부모님 있으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일단 알아보자’는 일종의 방어본능으로 책의 내용과 관련 기사 그리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아깝다 학원비’책을 구입해서 학원 광고 용도로 사용하자 였습니다. 부족함은 있었지만 작년 2009년 11월 학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수업방식과 운영방식은 ‘아깝다 학원비’가 말하는 일반적인 문제점이 거의 없는 학원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속에 새로운 수업방식에 적응하면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데 메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정회원이 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깝다 학원비’책만 구입해서 나눌 것이 아니라 ‘아깝다 학원비’ 내용에 공감한다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운동에 동참하거나 후원하라는 이야기였지요. 한마디로 매달 조금이라도 돈을 내라~ 이것이었죠^^ 그러면서 이렇게 떳떳하게 돈 얘기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대표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뻔뻔스럽기보다 멋있었습니다. 동문회와 다른 단체에 후원금등을 내고 활동하고 있지만 이처럼 유쾌하게 이야기하다니 정회원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다시 며칠 뒤 4기 등대지기학교 안내를 받았습니다. 학창시절 공부보다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제게 다시 입학하고 강의 듣고 소감문 쓰고 졸업장 받아보세요~라고 연락이 왔으니 그냥 싫었지요^^‘ 7주 동안 매주 한번 동영상강의를 듣는다는 건 당장 내 자유시간이 줄어들어 하고 싶은거 못하는 거잖아~라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 돼 버렸지요.

그런데 정회원은 수강료 적게 받는다는 그 혜택에 마음이 누그러지고^^‘ 선생님을 보니 이범선생님등 그래도 조금 익숙한 선생님도 있고 내용도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아 학원운영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듣기로 했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등대지기학교가 학원 운영보다 우리 아이를 위해 정말 필요할거라 생각하지 못했지요. 카페에도 자주 들어가지 않았고 아이가 이제 4살이라 감정코치를 열심히 해주면 된다는 배짱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부족한 마음으로 시작한 등대지기학교. 7주동안 매주 강의 듣고 소감문 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뀌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으면서 수업이 있는 금·토 일정 이었지만 졸업여행가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임신 초기였던 집사람과 4살 꼬맹이를 대신해서 학원선생님 두 분과 아이들에게 수업조정해서 보강으로 바꾸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등대지기학교 졸업식에 참가했습니다. 참가전날 졸업여행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졸업생 대표로 글을 낭독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었는데 제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거란 사실을 모른 채 덜컥 그러지요 했으니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연출에 의한 것이 아닌지 정말 운명인가 싶었습니다. 김해에서 졸업여행 장소인 안성으로 올라가면서 이제 직접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구나~ 내 마음이 그 곳에서 어디로 가는지 보고 내가 그 공간에서 감동받고 좋은 기운을 얻는다면 김해에 내려와서 그 감동을 나눠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만 하루가 채 못 되는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시작으로 마지막 일정까지 왜 등대지기학교를 통해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했는지 졸업여행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어떤지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하면서 각 조마다 주어진 과제를 통해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송인수 대표님이 눈물을 보이시고, 졸업생 대표로 제가 ‘제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낭독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경험은 지금 지역에서 등대모임을 가져가게 하는 결정적 계기인 것 같습니다. 졸업식에서 제가 쓴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그동안 제가 몰랐던 시대의 아픔과 교육환경, 우리 부모님의 아픔을 통해 오늘 우리의 안타까운 교육환경과 앞으로 만들어 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설렘, 그리고 존경했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분들의 마음이 생각났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제 자신과의 약속이었지만 함께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한 동기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 앞에서의 다짐이었기에 더 감동 먹었지요^^

김해에 내려와 무작정 지역모임 날짜를 정하고 학원 부모님들과 상담하는 부모님, 그리고 지역 생협매장에 안내장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등대지기모임에 저희 가족 누님과 조카, 학원 선생님 가족, 그리고 세분의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참석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아닌 가족과 지인의 모임이 될 뻔했지만 좋은 뜻이 통했는지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감동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행복이 아이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아이와 가족구성원만의 문제도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 등대지기학교가 있었기에 가끔 카페에 들려 좋은 기운 나누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감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내 주변의 환경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고 난 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저와 아내 입니다. 제 아내가 카페 가입인사에도 남겼듯이 제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고 연애시절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하니 아마도 소통이 조금 되나 봅니다. 또한 누님 가족과 동생가족이 저로 인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인연을 맺고 같이 김해 등대모임을 참석하면서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 같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직 일 년이 채 못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의 만남이었지만 등대지기학교에 학원선생님들 모두가 등록해서 열심히 강의 듣고 소감문 쓰고 매주 토론을 하면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대안학원이란 화두에 빠져 있습니다. 더불어 영재와 특목을 학원이름으로 계속 사용할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답은 알고 있지만 인정한다는것은 쉽지가 않은것 같습니다.

한번 발을 담그면 정말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무서움? 그렇지만 점점 빠져드는 것을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 입시학원원장이 사교육없는세상을 이야기하는 단체와 함께 활동을 하냐고 오해도 받고, 비슷한 주변의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있지만, 사교육없는세상이 아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위한 지금의 시간은 제 양심에 비추어 바른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설혹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사교육없는세상이라면 그것은 기뻐할 일이지 결코 걱정할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면 분명 먹고사는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세상이지 않을까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등대지기학교를 통해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어두운 교육현실을 알게 되고, 더불어 우리 아이들이 정말 행복하게 자신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의 길을 동시에 알아가는 과정이네요. ‘제가 무슨 복이 있어 이렇게 좋은 세상을 알게 되었을까’ 싶습니다.

바른 교육도 사람이 희망이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사람이 희망이라 믿습니다.

희망은 감동이고 감동은 진정성과 헌신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기보다 제 자신이 변해야 비로소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해해야 세상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겠지요.

이 모든 것을 알게 해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고맙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내가 매 순간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끼고 노력하며 살아야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