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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6강 강의스케치] ‘사교육 걱정없는 미래형 학교를 꿈꾼다’ (이수광)


등대지기 학교 현장강의에서는 본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지난 번 강의의 5분 스케치 영상을 본다. 이수광 선생님은 지난 강의에서 우석훈 박사가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후속 작품이 전작의 성과를 뛰어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뜻의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를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징크스도 깨질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작만큼이나 좋은 후속 작품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니까!
 
이우학교 이수광 교감 선생님은 등대지기학교의 단골 강사로 세 가지 컨셉으로 강의를 해왔다. ‘학교를 꿈꾸다’, ‘좋은 학교를 꿈꾸다’ 그리고 ‘미래형 학교를 꿈꾸다’라는 틀에서 ‘사교육 걱정 없는 학교를 그린다’, ‘학교에 대한 상상력과 현실화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왔고, 11월 9일 제5기 등대지기학교 6강의 주제는 ‘사교육 걱정 없는 미래형 학교를 꿈꾼다’이다.


이수광 선생님은 미래형 학교를 말하기에 앞서 현재의 학교에 대해 분석한다. 교육 생태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오늘날은 정답이 없는 인터러뱅(INTERROBANG, 감탄 의문 부호!?, ?! : '의구심'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부호를 의미)시대가 왔다고 한다. 아이들의 삶은 어떠한가? 한국의 청소년은 ‘개길 줄 모른다!’는 말로 정리된다. 한국 청소년들은 저항과 거부감 없이 부모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의 또래 아이들이 남과 다른 일을 하기를 꿈꾸고, 외국에 가서 견문을 넓히고 싶어 할 때 ‘돈을 벌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비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이런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은 지적 성장이나 호기심, 성장 동기가 지체되며, 단순히 문제를 푸는 존재로 전락한다.

학교가 상급학교 진학이 핵심이 되고, '퍼붓기‘와 ’받아먹기‘식의 강제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며, 학습자의 요구가 배제되고, 무시되어 교육 내용이 형식적 이수에 그쳐 ‘교육 배반’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는 학생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고, 학생들은 개인주의에 매몰돼 연대, 관계의 즐거움을 배우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일류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의 삶을 저당 잡고, 개길 줄 모르는 ‘초등학생 13학년생’으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일찍, 많이, 비싸게 하면 좋을 것이라는 3多 교육신화에 갇혀,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 체, 의미 없는 정답 찾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수광 선생님은, 공부하기 위한 조용한 교실을 위해 다른 반 친구들을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플래카드를 걸어놓아 대다수의 학생들을 소외시키며,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아이들을 숨 막히게 만드는 문화가 바뀌어야 우리 교육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교를 재구조화 할 수 있을까. 이수광 선생님은 학교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학교는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가 살아 있는 삶터이며, 공적 가치가 옹호되고 지지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배움이 자극되고, 일상생활이 즐거우며, 질문과 토론이 자유롭게 오가는 상상력이 충만한 학교를 바라고 있다.

이수광 선생님은 이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6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제1키워드로 세금에 의해 학교를 운영하고, 교육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교육 공공성’을 들고 있다. 제2키워드는 학생이 주체가 되고, 학부모를 학교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함께 실험하고 책임지는 상호소통의 과정인 ‘협치’이다. 제3키워드는 개인보다 집단의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는 ‘집합적 창의’의 원리이고, 제4키워드는 질문능력, 관계능력, 기획능력을 배움의 핵심내용으로 삼는 ‘핵심역량’이다. 제5키워드는 상대의 가치를 올려주는 가치 고양의 원리인 ‘돌봄’이다. 모든 학생은 그 자체로 실존이며, 교사는 학생의 가치를 올려줘야 할 책무성을 가진다. 제6키워드는 ‘인식차’를 중시여기는 ‘신사고’이다. 캐나다의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퍽이 갈 곳에서 가서 기다려라’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새겨듣고, 이를 실행해 최고의 하키선수가 되었다. 현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새로운 길에 가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수광 선생님은 앞에 언급한 6가지 키워드와 연계해 학교를 재구조화 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4가지의 과제를 제시한다.

제1과제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서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과 텍스트의 연결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기존 교과를 창의적으로 재편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며, 수업공개와 수업연구회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제2과제로 요즘 각광 받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구축이다. 학생, 학부모 등의 구성원이 학교 운영에 참여해 기존의 ‘의사결정 비대칭’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과제는 돌봄 시스템을 정교화 하는 것이며, 제4과제는 학생자치 활동을 활성화해 학생들이 공동창작의 과정에서 서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형 학교를 꿈꾸며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이우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는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연구회를 정례화해 배움과 즐거움이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학생은 ‘좋은 수업 만들기’간담회를 하고, 학부모는 교과포럼을 열며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 사회참여 및 체험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모둠학습을 강조한다.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하며 다양한 자치활동을 통해 문제를 푸는 존재에서 문제를 찾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이우학교는 ‘사교육’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기주도성을 거세하는 ‘직선의 교육’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바를 갈고 닦을 수 있는 ‘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굴곡진 교육’을 지향하는 이유학교의 방침이다.

이수광 선생님은 미래 사회의 인재 조건으로 차별화된 능력을 지니고, 감성을 자극하는 인생 스토리가 있으며, 다른 이와 공감하고, 즐겁고, 조화롭게 살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한 의미를 추구하는 능력이라는 다니엘 핑크의 말을 인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떤 삶이 아름다운지 ‘존재미학’에 대해 고민하고, 직업이 아닌 진로를 찾아야 하며, 공부하는 자신의 이유를 찾아 성장 동기를 고양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전편에 해당하는 우석훈 박사의 강의가 역동적으로 시작해 충격과 공포의 ‘사교육 종말’을 예언하며 마무리 되었다면, 이수광 선생님의 강의는 시종일관 차분히 진행되며 삶과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울림의 강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번 강의가 이수광 선생님의 등대지기학교 마지막강의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으며 현장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수광 선생님 강의가 등대지기학교에서는 마지막일 수 있으나, 진로학교에서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며, 깊은 성찰과 뜨거운 열정으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활동하는 김재민 정책 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