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청와대 확성기 역할만… 중립성 무너져
ㆍ내부선 “소신 말하려면 퇴출 각오해야”
교육과학기술부가 섣부른 ‘코드 맞추기’식 정책과 잇단 사고로 출범 100일도 안돼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세력이던 한국교총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초·중등정책을 둘러싸고 교과부가 점점 고립되는 분위기다.
지난 2월말 김도연 장관이 취임할 때부터 교과부 내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서울대 공과대학장 출신으로 교육 행정경험이 전무하다”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과격한 교육개혁 정책으로부터 교과부의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느냐”는 게 골자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허용하는 4·15 학교자율화는 교육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청와대 그림이 교과부의 이름으로 발표됐다. 김 장관은 “모든 국민이 환영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책과 여론의 조율 기능은 실종됐다. 교과부는 지난 20일 교육정책자문위 인사를 친정부 성향으로 채웠다. 교육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여론수렴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 귀를 꽉 막은 정부”라고 성토한다.
김 장관의 처신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과부는 ‘모교 특별교부금’ 논란으로 청와대 질책을 받고 ‘유감’ 성명을 내놓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24일 뒤늦게 장관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이달 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대구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국회 교육위에서 “역효과는 생각 안했느냐”는 질타를 들었다.
지난 14일엔 역사·경제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수정할 뜻을 밝혀 학계와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에 중·고교생들의 참여를 막기 위해 시·도교육감과 ‘집회 참석 자제’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산 쇠고기 홍보만화를 학교에 배포했다.
청와대의 강력한 ‘고삐’가 교과부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교과부 정책보좌관에 청와대 이주호 수석의 박사학위 지도제자가 임명된 게 일례다.
교과부의 한 과장은 “소신을 피력하려면 6개월 단위 평가때 현장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연수원’행도 각오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과거 정부에서 특목고 규제 및 정부정책에 비협조적인 대학에 대해 제재 입장을 밝힌 관료가 현 정부에서는 자율화에 앞장서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계에서조차 노골적으로 장관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강호봉 전국시도교육위원회 의장은 “김 장관은 장관 자격이 없다. 이주호 수석이 장관 위에 군림하고 장관은 눈치를 보느라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참여연대는 “취임 100일도 안돼서 김 장관은 총체적 레임덕에 빠졌다”며 “현 정부의 잘못된 인사검증 시스템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최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