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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수학계와 미래과학부의 『올림피아드 성적의 대입 연계 압박』 즉각 중지해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 주장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2014.09.02.)


수학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올림피아드 성적의 대입 연계 압박을 즉각 중지하십시오.




지난 8월 말, 여러 언론사는 “올림피아드 성적을 대입에 연계해야 한다.”는 수학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최근의 공교육 정상화의 일환으로 학교 밖의 수상 실적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교육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올림피아드 성적을 고입이나 대입에 연계했을 때 벌어질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조속히 과학 특기자전형을 대입에서 폐지하기로 한 대선공약을 실천에 옮길 것을 촉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보도자료를 냅니다.


-수학계 및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에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연계 압력 심각히 진행. 

-올림피아드 성적은 이미 대입 특기자 전형 통해 반영 중, 학생부 전형에서만 미반영.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반영은 과잉 선행 학습 부담 유발, 공교육 망치는 부작용 심각.

-어렵고 양 많은 수학으로 인해 다수의 수학 포기자(일명 ‘수포자’)가 생기는 문제가 더 심각하기에, 대입 특기자 전형에서도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배제해야 옳아.


지난 2014년 8월 26일 연합뉴스에 보도된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해야"…수학계 강력 촉구』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 수학계가 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을 대입에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대학입시에서 원천 배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학생부중심전형에서만 외부 수상실적을 제한할 뿐, 과학 특기자 전형에서는 여전히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실적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 과학과 관련성이 많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공식·비공식 루트로 여러 차례 국제올림피아드의 대입 연계 검토를 교육부에 요청했다는 것은 행정부 내부에서 교과 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행정부 내에서 교육 정책 관련 압력을 넣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대학입시에서 원천 배제하고 있지 않아. 특기자 전형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학생부 전형에서만 배제하고 있어.


현재 올림피아드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는 전형은 학생부 중심 전형뿐입니다. 올림피아드 출신은 학생부중심전형에서만 외부 수상실적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과학 특기자 전형 등에는 적극적으로 해당 서류를 제출할 수 있으며, 입학전형에서 이루어지는 심층면접 시험에 엄청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수학계의 이런 주장은 오히려 의대의 과학특기자 전형이 공교육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입니다.


이 문제는 오히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대학입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상위권 대학 의예과의 과학특기자전형에는 눈을 감은 결과로 봐야 합니다. 지난해 특기자전형 자체에 대한 특목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학들이 특기자전형 모집인원을 다소 축소하고 자격조건을 완화하는 선에서만 그쳤을 뿐, 공교육 악영향이 가장 크고 직접적인 의예과 과학특기자전형은 올해도 대부분의 대학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전형에는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상위권이 몰립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학 입학처와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부는 사실상 공교육 붕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를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예비학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문제점입니다. 상위권 의대의 과학특기자전형은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부추기면서 결과적으로 과학영재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의 경우 의대 진학자 수가 해마다 20명이 넘습니다. 2009년 영재학교로 전환된 서울과학고는 졸업원년인 2012년 졸업생 97명 가운데 25명(26%)이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2013학년에도 역시 25명이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정부는 과학고가 지나치게 많이 생기고 입시기관화 되자 특별법을 제정해 영재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영재학교도 과학고와 같은 전철을 밟아 입시기관화 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올림피아드 시험은 공교육을 해치는 심각한 선행학습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이었고,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수록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어려워.


올림피아드를 중심으로 하는 특기자전형은 학원을 필수적으로 다녀야만 합격할 수 있습니다. 중등부 올림피아드에 입상하려면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하고, 고등부 올림피아드에 입상하려면 대학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합니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과정을 공교육에서는 전혀 제공받거나 안내받을 수 없고 완전히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교육부가 용인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압력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올림피아드 성적을 특목고 입시, 그리고 대학 입시에 연계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나타난 폐해는 엄청났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재교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원 교육이 3학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 대상을 선발하는 시험은 2학년 때 치러집니다. 정상적인 공교육만으로 영재교육원 입학이 불가능합니다. 하루 수학만 12시간 이상(방학이 되면 아침 10시에 학원에 와서 밤 10시까지) 들이파는 올림피아드 학원 수강료는 한 달에 이삼백만 원 이상을 넘어서고, 이로 인해 가정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이 바로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 정책입니다.


수학올림피아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은 「올림피아드 수학의 지름길」, 「평면기하의 아이디어」 등 학교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릅니다. 따라서 공교육에서 전혀 가르쳐지지 않는 내용으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과 병행할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대학입시에 반영이 되면 상위 20% 학생이 학교교육과는 별개로 경시대회 준비를 하게 되고, 수많은 사설 경시대회가 남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초등 6학년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이런 연계 정책을 막겠다고 나선 것은 백번 잘 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압력을 넣어 다시 부활시켜 달라는 것은 다시 불붙기를 기다리는 사교육 업계에 활황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현행 입시제도는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 균등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그 실천 기준으로 사교육 억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사교육 억제의 방법으로 수월성을 입증하는 과다한 경쟁을 없애려고 한 것이고, 각종 경시대회 기록 금지도 그 한 방편입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아직은 대학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서 교육부가 더 강력하게 감독하고 추진해야 할 것을 촉구합니다.


■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30년 가까이 출전하여 1위, 2위 등 상위권 성적 유지했지만 아직 ‘필즈상’ 수상자가 없는 것은 올림피아드를 대입의 수단으로 이용한 결과.


2014년 서울국제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4명 가운데 3명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출신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을 근거로 수학계는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 올림피아드에 참가합니다. 다른 나라 올림피아드 출신은 순수하게 수학이 좋아서 자기 주도적으로 수학 공부를 한 학생들이어서 그것이 훌륭한 연구로 이어진 탓에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올림피아드 출신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목적으로 문제 풀이에 전념한 탓에 대학 진학 이후에 수학적 사고력이 발휘되지 못하여 아직껏 필드상 수상 및 괄목할만한 연구를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988년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제29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하기 시작하여 2014년 남아공 케이프타원에서 열린 제5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출전하여 1위, 2위 등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지만 아직 ‘필즈상’ 수상자가 없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제대로 된 인식일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대표단은 주로 한 학교(서울과학고) 출신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 관계자에게 기이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는 올림피아드 대비 강제 교육 자제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림피아드 대표 선발을 위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이루어지는 집중훈련도 모자라 학기 중에는 통신을 이용한 교육까지 엄청난 문제풀이 훈련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수학을 좋아해서 올림피아드에 출전한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한 탓입니다.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고 의대 등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올림피아드 출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은 올림피아드가 대학 진학의 수단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 기를 쓰고 수학 공부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에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고도 이후 40세가 될 때까지 20년 간 별다른 연구 실적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 대입 연계가 사라졌다고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은 결국 올림피아드 공부를 하는 것이 대입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증.


수학계에서는 "외부 수상 실적의 학생부 기재가 금지된 2010년 국제올림피아드 지원자가 1년 전인 2009년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한 뒤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원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습니다. 지금 남은 20%는 진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일 것이니 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잘 살려 대회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대한수학회가 주관하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지원자가 줄어든 것을 문제 삼는 것이 행여 학회의 수입 감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학회 예산은 회원들의 회비로 확보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참가비로 회비를 늘이려는 생각은 교육자적 양심을 의심케 합니다.


그리고 대입 연계가 사라졌다고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은 결국 올림피아드 공부를 하는 것이 대입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증이 됩니다. 올림피아드가 중요하다면 입시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림피아드는 내적인 동기로 출발하는 순수한 지적 경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적인 보상이 필요가 없습니다. 외적인 보상은 불순한 동기를 유발하고 따라서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1, 2위를 하고 있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올해는 7위가 된 것이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등수가 조금만 내려가면 호들갑을 떱니다. 만약 올림피아드 성적이 대입에 연계되지 않아 수학의 등수가 떨어졌다면 작년과 올해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물리올림피아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수학의 경우 참가국이 101개나 되는데 거기서 7위를 했다면 엄청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0여 개 나라가 참가하는 시험에서 1위나 2위나 7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 수학올림피아드 성적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당수의 초중고 학생들을 수학에 대한 흥미 저하 및 수학 포기자로 만드는 ‘수포자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옳아.


수포자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가 과연 국제수학자대회를 유치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반성의 소리도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 수학교육자들과의 미팅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얘기는 왜 한국은 PISA와 TIMSS, 그리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성적은 상위권인데 학교 수학교육은 엉망인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수학 수업은 개념적으로 깊이 있는 사고를 키우는 학습이 거의 없으며, 공식을 암기해서 다량의 문제를 푸는 저수준의 사고가 주된 수업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지가 궁금해 하며 의심하는 눈치입니다.


수학계는 지금 학교 교육에서 가르쳐지고 있는 수학이 과연 21세기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주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온 문제 중 94%가 수학적 사고력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단순하게 지식을 묻는다거나 공식을 암기해서 대입하면 풀리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단순하고 지루한 지식 암기나 공식 암기력을 테스트 하는 것으로 수학교육이 가고 있다면 수학은 아이들에게 갈수록 더 외면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장래가 암울하기도 합니다. 수학계는 지금이라도 필즈상 운운하지 말고 초중고등학교 수학교육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이번에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수학교육에 대한 반성과 관심은 하나도 없이, 학생들을 더욱 선행학습형 사교육에 매달리게 하는 올림피아드 성적 대입 연계를 주장하고 나선 것에 실망을 금할 길 없습니다.


2014. 9. 2.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최수일 (20-797-4044 내선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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