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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도보행진후기] 사랑하는 아이들아, 기억할게, 함께할게

사랑하는 아이들아, 기억할게, 함께할게


'아이들아 사랑한다'라고 노란종이에 쓰고 출력도 해서 삼각지를 나서 단원고 아이들이 있는 우신초사거리로 향했습니다. 마흔두명의 아이들이 전날부터 40여킬로를 걸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걸어오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에게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 아이들이 걸어오는 이유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우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거든요..


먼발치로 단원고 아이들이 보이고 우신초사거리에서 회원분들을 기다렸어요. 한분 두분..무거운 얼굴로 서둘러 오시던 분들이 서로 만나 기운이 좀 나고, 의지가 되었어요.. 준비했던 노란종이 50여장이 몇장 남지 않았어요. 아이들아.. '사랑한다, 기억할게, 함께할게, 미안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길가에서 아이들을 기다렸어요.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우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깃발을 앞세워 우리앞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눈물이 나더라구요. 대견하고 기특해서.. 친구들을 위해 그 먼길을 걸어와줘서 미안하고 한없이 고맙고 또 감사했어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셔츠를 입은 부모님들이 뒤따라 가시고 그 뒤를 함께 걸었습니다. 따라 걸으며 우리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저만치 노란 우산이 보이면, 아이들이 보이면 또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그렇게 여의도에 도착했어요.

 

 


국회를 앞에 두고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어요. 어른들이 얼마나 응원왔는지 아이들이 궁금해해서 함께 쉬게 되었지요.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가보았는데 그냥 '평범한 학생들'이었어요. 잔뜩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가간게 너무 미안했어요. 남겨진 삶의 무게가 힘겨워 얼음던지는 놀이도 맘껏 못했지만 머리에 한껏 힘주며 폼잡고 외모에 신경쓰는 나이, 전에 교실에서 보았던 그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을 보고나서는 마음이 놓이고 안쓰러운 생각보다 지지하는 마음이 들고 아이들을 향한 표정도 바뀌게 되었어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


'화이팅'을 외치고 다시 걸어갑니다. 단식중이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친구들의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는 마지막 길이예요. 손편지와 간절한 바램을 담은 노란 깃발을 들고가는 아이와 노란 우산을 잠시 함께 쓰게 되었지요. 어루만지며 고맙다고하니 살며시 웃어주었어요. 국회를  앞에 두고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아지고, 음료도 나눠주시고, 횡단보도 앞에서 경찰과 실랑이가 있었지만 가지고 온 손편지를 유가족분에게 전달하고 바램과 다짐이 적힌 깃발을 국회담에 거는 것으로 단원고 아이들의 도보행진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고 있어서 다가가 보았어요. 마중나온 유가족들하고 아이들이 버스에서 헤어지지 못하고 있었어요. 연신 이제 출발해야한다는 그 말 앞에 눈물이 마를세가 없었습니다.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말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그런게 아닐까 싶었어요. 버스가 출발하니 다들 펑펑 울었어요. 단원고로 돌아가는, '살아남은죄'로 순례자의 길을 가는 아이들을 보내며 '살아있는' 어른으로 반드시 기억하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 도보행진을 하게 됐다'는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함께한 도보를 마치며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요동치던 막연한 분노는 잠잠해지고, 도리어 생각이 명료해지고 마음은 차분해졌어요. '우리세대가 남겨야할 유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랑스런 아이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행동이 결코 작지 않음을 살아돌아온 그 아이들이 가르쳐주는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