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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강좌 뉴스레터 ③] 강의스케치 - '책한권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는 있다...'

[영유아강좌] 뉴스레터 

 

 '책한권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는 있다...'



  

강의시간 맞춰 헐레벌떡 강의실에 들어서니 다들 낯익은 얼굴들, 3주쯤 지나니 이제야 적응이 된 듯하다. 매주 엄마를 따라오는 꼬맹이들도 강의실 옆 카페가 자기집 거실인 듯 편안해 보인다. 그동안 엄마 강의 듣느라 떨어질 때마다 울던 아가도 오늘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잘도 떨어진다. 이 분위기라면 강의를 한 10주는 해야 될 것 같은데, 다음주가 마지막이라니 무척 아쉽다. 


매주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시는 사회자님께서 오늘도 격려의 말을 해주신다. 어떤 일도 내것으로 되기까지는 최소 3주가 걸리니, 강의 열심히 들어도 내 모습은 그대로라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일관성있게 3주만 노력해보라고 말이다. 강의 듣는 건 쉽지만, 그 지식이 나의 것이 되어 내 삶이 변하기 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지 모르겠지만, 나와 아이, 우리가족, 넓게는 우리나라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보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오늘은 안순아 강사님의 마지막 강의, 강사님도 듣는 우리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더 집중해서 들어야겠다. 세 번째 강의의 주제는 독서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아이들에겐 놀이도, 교육도, 체험도 모두가 과잉인데, 독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과잉으로 시작된 독서가 초등학교 4학년 이상만 되면 도서관 대출이 뚝 끊어지고, 아이도 엄마도 공부모드로 전환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 과잉으로 하다가, 중간에 딴길로 새지말고 천천히 지속적으로 평생 책을 친구삼아 살아가도록 잘 이끌어야 겠다. 독서습관이 자리잡는 과정은 오랜시간이 필요하다. 책읽기의 목적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수정과 공부가 된다면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또한 책읽기 자체의 재미보다 독후활동과 논술에 초점을 두면 독서 또한 욕심으로 변질된다. 


유아기 때 독서의 전부는 읽어주기와 반복읽기이다. 3-4세에 반복읽기를 많이 한 아이가 6-7세에 새책읽기를 시작한다. 읽어주기를 통해 소리결을 느끼면서 활자 인식이 빨라진다. 아이가 아름다운 언어와 친숙한 대화를 통해 한글을 배우는 것이 좋은데, 엄마의 책읽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소리와 글자가 일치하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이 온다. 글자를 학습으로 배우는 아이들은 불쌍하다. 글씨 쓰기를 하기 전에, A4용지 같은 종이에 끄적거리는 시간을 통해 충분한 소근육 발달이 있어야 한다. 글자를 안다고 글의 의미와 문맥을 아는 것은 아니다. 문자를 일찍 익히지만, 의미전달이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가 알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글자부터 즐겁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혹시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삶은 되지 않는데 자기주도적 학습만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에게 삶의 작은 부분부터 스스로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과 작은 일들에 대해 선택권을 주자. 


책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잠자기 전이다. 일반적으로 권장도서목록에 따른 책읽기를 중요시하는데 좋은 책이란 내 아이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집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위인전은 나를 고민하고 인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부터 읽어야 한다. 책과 내가 만나는 지점에서 글의 흔적이 남는다. 학교에서 독서숙제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이는 독서록 쓰기에 수월한 책만 읽기 시작한다. 좋은 책 목록은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동화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느낀 아이는 만화책을 읽어도 긴 글 책으로 독서의 확장이 가능하다. 단지 접하는 시기에 차이를 두자. 앤서니브라운, 레오그리니, 존버닝햄, 레이먼드브릭스, 토미드파울라, 베빗콜, 윌리엄스타이그, 에즈라잭키스, 헬린옥슨버리, 이호백, 안도현, 허은미, 고대영 등의 작가를 추천해 주셨다. 대부분은 많이 들어보고 읽은 작가인데, 몇몇은 생소하다. 아이와 함께 찾아 읽어봐야겠다. 


책한권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는 있고, 다른 삶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진 않지만 내 아이만 생각하지 말고 옆집 애도 보듬어서 가자.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실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겠지만 선택은 나의 몫이니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걸어가도록 하자는 말씀을 끝으로 강의가 마무리 되었다. 


어린시절 유난히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내 아버지는 항상 책을 읽고 계셨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자란 수다쟁이 딸인 나도 앉아서 책을 읽을 때면 문득문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입가에 여린 미소가 피어난다. 지난 토요일엔 아이들과 동네 도서관에 다녀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지금의 이 도서관 나들이가, 함께 읽은 책들이 마음속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저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책읽기가 재미있는 시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마음속의 여러 가지 욕심들을 내려놓도록 도와주신 안순아 강사님께 감사드린다.  



-신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