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꿈이있는공부 뉴스레터 3] 강의스케치 - '공부, 자기를 세워가는 삶 그 자체...'

4월 10일 따뜻한 봄날이다. 봄철 날이 너무 좋아서 다른 일들이 바빠서 일까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오늘도 역시 강사님과 같이 밥을 먹었다. 일찍 오니 이런 호사(?)를 매주 누린다. 식사하며 만난 강영안 교수님은 담백한 학자의 모습이었다. ^^

 

이번주도 송인수 대표님의 사회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영안 교수님을 여러 인연으로 알고 있는 사이라,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교수님을 소개하기를 ‘시민운동을 하며 실천하는 철학자’라고 했다. 실천하는 철학자라, 새로운 개념이고 멋진 표현이다. 강영안 교수는 서강대 철학과 교수이며, 한국 철학회장이다.

 

 

강영안 교수의 ‘그 철학자가 말하는 공부 이야기’는 동서양 고전을 넘나들고, 세계 각종 언어가 구사되며, PPT가 아닌  칠판 가득 판서로 풀어내어 아주 설득력 있고 맛깔스러웠다. 강의안이 없어서 강의 흐름을 쫓아가며 필기하고 정리하느라 바쁘기는 했지만 덕분에 아주 집중해서 강의를 들었다. 강의 주제는 세 가지이다.

 

첫째, 우리 삶 자체가 공부다.
둘째, 우리 삶 전체가 공부라면 가장 기본적 공부는 무엇이겠는가?
셋째, 그러면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마땅히 공부하는 것인가?


 

첫째, 우리 삶 자체가 공부다. 삶 전체를 왜 공부라고 할까? 아기들이 태어나 배우는 모든 것들이 공부라는 이야기에서 풀어나갔다.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주어진 소질을 계발하는 것(드러내게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즉, 자연에서 받은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것을 인위적으로 드러내 기능하게 하는 것을 교육이라 한다. 칸트에 의하면 “사람은 교육을 통해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생 전체를 통해 해나가는 공부는, '힘쓰다, 애쓰다' 라는 뜻으로 동서양의 대부분의 언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동일한 의미로 공부 의미가 똑같았다. 성경에서도 <전도서 12:12 “내 아들아 또 경계를 받으라 여러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케 하느니라”> 라는 기록이 있고, 히브리어에서도 역시 공부는 힘들다는 뜻을 가진다. 공부는 원래가 애쓰고 힘쓰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힘든 것이다. 이를 인생을 통해 살펴보면,

 

1단계. 아기들이 힘들여 젖먹고 배밀이하고 뒤집고 하는 모든 것들이 원래 힘든 것들이다.
2단계. 그렇게 애쓰고 힘들게 노력하고 연습하다보면 드디어 숙달되고 나중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기능하게 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자동화, 습관화될 때까지 익숙해지는 게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과도 비슷하다.
3단계. 이후에는 자기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도달하게 된다. 즐기게 되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이렇듯 삶이 공부라면 ‘알고자 하는 마음(지적 호기심)’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 많은 부모들이 이 마음을 미리 꺾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둘째, 가장 기본적 공부가 무엇일까? 그건 인문학이라고 말하신다. 만약 삶의 모든 부분이 공부라고 한다면 인문학이라고 하는 게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인문학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문학은 the humanities와 liberal arts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liberal arts는 자유학예로 servile art(종의 기술)의 반대어이다.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 기계적 기술에 필요한 것. 유용성에 기초한 것. 사람됨 자체와는 무관한 것을 종의 기술이라 한다. 반대로 자유기술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 사람됨과 유관한 것,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서양의 고전 기술인 3학(문법, 수사학, 논리학)은 문과, 4과(산수, 기하(도형), 천문, 음악)는 이과이다. 둘을 합쳐서 문리(文理)라고 한다. 따라서 오늘과 같은 문과, 이과 구분은 말이 안되는 개념이라 통탄하며 말씀하신다.

 

휴머니티는 문학+역사+철학(도덕철학,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이 사는 길을 보여주는 것)을 합한 개념이다. 희랍어, 라틴어의 고전연구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알려주는 게 휴머니티이다. 프란시스코 페트라르카가 쓴 “방뚜산 등정기”에서 인문학은 시작되었는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말하는 존재, 글을 쓰는 존재,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인문학의 시작이다. 또한 동양에서는 사서삼경 중 주역에 나오는 말을 통해 인문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문(天文)을 보고 시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인문(人文)을 보고 천하를 이룰 수 있다.

 

예술, 종교, 언어, 문사철(文思哲), 이것이 사람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에 좌절하는가를 배우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이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공부이다. 마틴 부버의 책 “나와 너”. 나는 너에게서 내가 된다. 타자를 무시하고 멸시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삶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참 만남은 나와 너의 관계이다.

 

 


셋째,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마땅한 것일까?


유교전통과 서양전통에서 공통되는 공부의 첫째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다. 책을 읽는 공부는 두 번째로 해야 하는 공부로서, 공부는 자기를 세우는 활동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는 남에게 보이는 공부인 것이다.

 

 

자전거를 연구한다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전거를 직접 타지 않으면 자전거를 배울 수는 없다. 자전거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주는데 직접 타보지는 않는 게 지금의 공부이다. 인생 공부도 넘어지고 다치면서 깨우쳐 가는 것이다. 연습하고 훈련하고 넘어지고 깨어지고, 내가 변화되는 단계로 넘어가야 올바른 교육인데 오늘날 이 부분이 안되고 있다.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이제 즐기고 누리게 된다. 객관적으로 아는 게 아니라, 직접 실습해보고 알게 되는 것. 그러면 즐기고 누리게 되는 것이다. 정보-변화-즐거움, 누림의 단계.  정보만이 아니라 변화가 있어야 그 단계에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 공부가 경쟁이 아니라 나눔이 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


 

강의 초반에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던 강의가 갈수록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정확히 분석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공부는 원래 힘들다는 것. 삶 전체가 공부라는 것. 인문학은 자유 기술, 문학+역사+철학(도덕철학,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이 사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 인문학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탐구하는 것이라는 것.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 정보를 얻는 것만이 아니라 연습하고 훈련해 변화되는 게 올바른 공부라는 것. 공부는 경쟁이 아니라 나눔이고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라는 것.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강의였다. 초반에 어려워서 고전하다가 중반 이후 눈이 번쩍 떠지는 강의였다. 우리나라의 공부 현실을 볼수록 우울해진다는 것. 올바른 공부 개념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 좋은 책을 읽히고 외우게 해야겠다는 것. 다양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긴 강의이다. 시험만 없다면 부담 없이 책을 읽히고 나눌 수 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외우게 하는 게 목적이아니라, 적은 정보를 알더라도 몸에 새겨질 만큼 익혀야 한다는 것.

 

대학 때 배운 마틴 부버의 책이 반가웠다. 작년에 레미제라블 5권을 다 읽은 것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거스틴의 고백록도 꼭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설과 철학책도 어려운 것 말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며 책 읽기를 연습하며 또 연습시켜야겠다. 대학 때부터 배웠던 철학 공부도 다시 하고 싶어졌다. 논어, 공자도 읽고 서양 철학서도 읽고. 그렇게 또 한 번 자발적인 공부의 의욕을 느낀다.

 

 

오늘까지 공부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철학적 탐색이 이루어졌다. 다음 주부터 실천을 도와줄 네 번의 강의 중 첫 번째인 황농문 교수의 몰입에 대한 공부방법론이 이어진다. 이론보다는 그래도 실천이 듣기는 쉬울 테니 더 많은 수강생들의 참여가 있으리라 믿는다.

 

 

 

 

 

 

 

 

- 김순애 (닉네임 '자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