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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있는공부 뉴스레터 2] 강의스케치 - "스칸디 부모가 전하는 북유럽 공부 이야기"

4월 3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삼각지 사무실에 도착했다. 황선준 강사님, 송인수 대표님과 같이 식사를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부담스런 시간이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역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강의가 끝나서 말이지만 이 날 안 오신 분들 정말 후회하실 만큼 강의 내용이 매우 좋았다.

 

오늘도 사회자로 서신 송인수 대표는 강의를 들을 때 중점을 둬야 할 점에 대해 먼저 강조했다. 첫째, 강사가 말하는 공부의 정의, 둘째, 강사가 말하는 공부의 목적, 셋째, 강사가 말하는 공부의 방법에 대해 집중하며 들으라고 했다. 지난 김진애 강사의 공부 개념을 다시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황선준 선생님은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의 저자이며, 전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을 역임했다. 20대 후반에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 스웨덴 여성과 결혼해 26년간 스웨덴에 살며 국가 교육정책 실무를 책임지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금발 여자 경상도 남자」라는 책을 그래서 먼저 썼다. 사진으로 만나본 부인은 넉넉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스칸디 부모가 말하는 북유럽 학생들의 공부 이야기”가 이번 강의의 제목이다. 스웨덴에서 자녀를 키우며 보아온 북유럽의 행복한 공부 이야기가 무척 기대됐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 스웨덴의 창조 교육에 대한 비교를 시작으로, 자살율 1위, 출산율 최저, 가파른 인구 저하라는 한국의 문제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부부 공동 육아와 가사 문제 등 복지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스웨덴에서 맞벌이는 기본이고 ‘주부’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했다. 남녀차별의 문제가 걸리는데 가사를 ‘도와주는가? 자신의 일인가?’라는 인식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결국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우리나라 남편들을 스웨덴에서 살다 오게 해야 하는 것일까? 결혼 초 남편과 가사 분담 문제로 대판 싸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우리나라 남편들이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다.

 

 

스웨덴 사회는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하루 8시간 근무를 유연하게 하는 것, 보편적 복지 개념이 자연스럽게 심어진 것, 양질의 유아학교를 통해 적은 돈으로 기본 사회화 교육을 해가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부러웠다. 국가가 아이를 교육하는 개념으로 인성 및 예절, 질서 교육을 시키므로 왕따나 폭력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개인 물건 관리까지 제대로 교육시키는 게 너무 부러웠다. 특히 자율성을 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을 지니게 하는 것, 우리는 잘 못하는 부분이다.

 

스웨덴은 18세가 넘으면 성인으로서 법적, 경제적으로 완전 독립을 시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불쌍하다 여길 정도로 독립시킨다고 한다. 저녁 먹으면서 이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을 더욱 강조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너무나 자녀를 의존적으로 키운다. 그것이 때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의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정서적으로 독립되어 있지 않으니 상호 의존적인 게 맞다. 독립시키는 부분은 나도 서서히 연습해가야 할 듯하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복지의 기본철학이 참 좋다. 부부간에도 경제적, 법적 포함 완전한 독립을 강조하는데, 종속관계에서는 참된 사랑이 나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실업수당과 노인 연금 등 전 분야에서의 복지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니, 인식의 차이가 큰 것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식사할 때나 옷 입고 신발 신는 일, 여행가방 챙기는 일 등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려도 기다려준다고 한다. 그렇게 스스로 하도록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나중에 자라서는 스스로 책임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길이라고 한다. 이런 바탕 아래 공부도 자기주도학습이 그 원래 뜻에 맞게 이루어진다. 학원 등의 사교육이 없으니 당연히 부모가 자녀의 학습을 돌보고, 아이들도 자기가 자기 글로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며 주도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책에 있는 내용을 외우는 게 아니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하다 보니 커서 창의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와 가정 중심의 스웨덴 가정 모습도 인상적이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기를 그 자체로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 따라서 아이에게 초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가정은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다. 따라서 잔소리보다는 상호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가사도움과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서로 같이 하며, 같이 하는 시간을 경험하며 어떤 일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가치관을 배우게 된다. 가정의 원칙은 경청과 관심, 사랑, 존중이다. 나는 어떤 부모이고 싶은가 보다는 아이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가정교육이다. 그렇게 아이의 입장을 부모의 입장보다 먼저 생각하니 자녀들이 존중받는 느낌을 당연히 먼저 받게 되는 것이다.’ 하나하나 너무 가치있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의 바탕이 될 만한 것들이다.

 

황선준 선생님은 스웨덴에서 생활할 때, 1년에 저녁을 외식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저녁은 꼭 가족과 함께 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가정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바탕으로 인성이 형성되고, 가정에서 민주주의적 과정도 연습한다. 사소한 일도 같이 가족회의를 거치고, 누구든 안건을 제시할 수 있고, 동일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 각자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구성원간 평등, 상호 경청 등을 배운다. 더 나아가 자기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의 환경에서 민주적이고 건강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 아닐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대화에 의한 합의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이렇게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아이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가정의 대소사도 자연스럽게 공유하여 알려주고, 설령 부모가 이혼했을지라도 아이가 양부모를 가질 권리를 인정해 부모의 공동양육권이 주어지는 것이란다. 덕분에 다양한 가족 구성의 무지개가족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은 또 한가지, 가정에서의 체벌은 결코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하시며, 자녀가 부모를 향해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했다.

 

스웨덴의 가정교육을 들을 때마다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그로 인한 문제점도 있겠지만 일단 기본 원칙과 가치관이 바르니 배워야 할 점은 너무 많다. 우리나라도 법적/제도적 정비도 필요하지만, 이런 정서적/문화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기러기 가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족 형태가 점점 번져 나가는 것도 말도 안되는 현실이다. 그렇게 가족은 해체의 길로 가고 아이들은 부모 모델도 없이 방황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가만히 보면 돈은 돈대로 쓰면서 아이들을 나쁘게 기르는 아주 비효율적인 가정과 교육 시스템이다.

 

 

 

후반부에서는 스웨덴 교육의 원칙을 이야기하셨는데, 제도적/원칙적으로 배울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일단 독립기구인 자치 교육청과 중앙정부기관인 교육부라는 이원적 기구로부터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체계가 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독립적, 비판적, 창의적 교육.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교육의 핵심이다.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연결시키는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식보다는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보다는 문제인식 능력을 중시하는 정답이 없는 교육. 분석하고 방법론을 찾으며 문제설정 능력을 기르다보면 자기만의 창의적인 생각이 세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의 에세이도 수준이 아주 높다고 한다. 강의 중에 몇가지 소개해 주시는데, 우리나라 석박사 과정에서나 쓸 수 있을지. 이런 건 어느 순간 키워지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 연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식 암기 교육은 사교육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스웨덴처럼 비판력과 창의력을 앞세운다면 지금처럼 사교육으로 부모들이 몰려들 이유도 없고, 사교육비로 부모들 등이 휘는 현 상황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민주화와 교육 자치를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는 점점 더 답답해진다. 자유는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뛰어난 인재인 교사를 뽑아 자율권은 주지 않고 권위주의에 매몰되게 하는 현실. 교사에게 교육과정과 예산 집행의 자율권을 주고, 학교단위의 총액 예산제를 통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경비를 사용하게 하는 기본 제도가 필요하다! 반면 우리는 답답한 현실이다. 공문감소와 교원업무 정상화는 전교조 이후 교사단체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나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듯해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되는 것이지만, 교육선진국인 스웨덴에서도 이런 기본 시스템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전근대적인 한국의 19세기형 교육관료 체제는 반드시 변화되어야 할 체제이다.

 

더불어 생각하는 아이들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 내 아이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체 아이들을 고려하는 넓은 사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개인이기주의와 가족이기주의에서 기인하는 게 너무 많은 것이다. 대학입시, 고교입시, 학교에서의 내신 시험을 봐도 무한 이기주의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나라 전체를 돌아보는 넓은 마음을 가질 때도 되지 않나 싶다. 지식의 양이 증가할수록 점점 주눅 들어 자신감 없는 우리의 아이들과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을 보면 뭔가 억울한 심정이 들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변화시켜야 되겠느냐는 질문에 답은 명쾌했다. 첫째, 비전 있는 좋은 정치인 뽑기, 둘째, 건전한 사회운동에 조직적으로 자기 목소리 내기, 셋째, 가정에서 독서 등 다양한 사회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을 시도해보기. 일단 교육정책을 바꿔줄 비전 있는 정치인을 뽑는 일부터가 우리의 할 일이다. 다가오는 교육감 선거가 잘 되어야 하는데 참 걱정이다. 우리는 진짜 언제쯤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으며, 언제쯤 자랑스러운 정치, 교육 시스템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 황선준 선생님의 강의는 두 번째 듣는다. 지난 교사 등대에서의 강의가 약간 미진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강의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다. 깔끔한 PPT 자료와 시원시원한 강의, 다양한 경험 사례들. 우리의 아픈 부분까지 꼬집는 재치. 정말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빨리 지나갔다. 아직도 할 이야기는 한참 많지만 시간관계상 급하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질의응답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좋은 강의였다. 앞으로 또 어떤 강의가 이어질지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이제 벚꽃 휘날리는 날이 지나가고 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강의의 열기만은 정말 뜨거웠다. 이런 맛에 현장 강의를 듣게 되는 것 같다. 추운 날씨에 넉넉하고 따뜻한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음 강의는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그 철학자가 말하는 공부 이야기”이다.  동서양 고전을 넘나들며 풀어가는 그의 공부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고 맛깔스러울 것이다. 추운 날씨 넉넉한 마음으로 현장 강의에 또 온라인 강의에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다.

 

 

 


 

 

 

 

 

 

- 김순애 (닉네임 '자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