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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등대 뉴스레터 첫번째] 현장스케치- ‘골리앗에 맞선 다윗, 이계삼 선생님이 뿌린 희망의 씨앗... ’

골리앗에 맞선 다윗, 이계삼 선생님이 뿌린 희망의 씨앗...

- 객원기자 '3남매 아빠' 님의 현장스케치

이계삼 선생님은 첫인상은 다부지고 강단있는 고수의 모습이었다. 녹음기에 연결된 핀마이크과 2G폰을 장착하고 화이트 보드를 배경으로 보드마카를 든 그 모습에서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모습을 보았다면 나의 지나친 망상일까?

선생님은 밀양 송전탑 문제로 무척 지쳐있음에 틀림없었지만 영화 매니아답게 영화 속 각종 미장센과 오브제의 해석을 통해 마치 자신만의 특별한 국어 수업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하였고, 북유럽의 교육 현실과 역사적 배경을 국가별로 비교?요약해 주셨으며, 거시경제 변화와 농업의 신르네상스에 대한 비전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난 분명하고도 해박한 식견을 거침없이 들려주셔서 듣는 이로 하여금 고급 인문학 강좌를 청취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 마치 선생님의 몸에서 여러 종류의 바람이 불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게 말씀하실 때는 해질녘 밀양의 산자락 어디에서 불어오는 노을빛 바람이 이런 느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전신을 골고루 비춰주는 따뜻한 느낌이면서 동시에 교사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서늘한 바람이기도 했다.

나는 선생님의 교직 생활, 전교조활동에 대한 생각, 교사됨의 전인성과 교사의 소시민성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내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교사로서 살았고 또 무슨 생각으로 교직을 그만두었는지 더 이상은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강의를 듣는 내내 내 머리에서는 온갖 변명들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한 때는 이 선생님의 학교로부터 몇십 킬로 밖에 안 떨어진 가까운 사립 학교에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더욱더 날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감히 선생님을 평하자면, 우리의 학교에서 점점 전인성을 가진 교사가 사라져가듯, 전인 교육도 이제 더이상 평범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 허무와 한계를 느낀 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탈선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자, 희망의 출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계삼 선생님이 뿌리시는 희망의 씨앗들이 말라 죽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다 같이 고민해 볼일이다. 부끄러움에 도망치듯 삼각지 역을 빠져나오며 선생님이 나눠진 유인물을 다시 펼쳐보았다. 거기에 적힌 노신의 말로 강연 소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에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어지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