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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학교 3강 강의스케치] '만화를 잘 그리는 것은 기교에 있지 않다!'

만화를 잘 그리는 것은 기교에 있지 않다!

'손도끼'님의 강의스케치

만화 마감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집을 나와서 화요일까지 한잠도 자지 못해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약간은 잠긴 목소리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내가 만화보기를 좋아해서인가 대중적인 지명도에서 강도현샘보다 한수 위(?) 였던 윤태호 작가님의 강의 치곤 사람들이 적게와서 약간 의외였고, 약간은 가라 앉아 시작한 현장강의는 강의가 계속 될수록 조금씩-강사님의 머리와 몸이 몽롱함에서 깨어나는 속도에 비례해서- 열기를 띠어 갔다.

강의는 작가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만화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초등학생 때의 이야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뒤로하고 서울에 올라와 허영만 작가의 문하생이 되기까지의 시간, 첫 데뷔 후 실패와 좌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연습생으로 만화를 다시 시작한 시기까지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 나갔고, 만화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어졌다.

만화(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기교에 있지 않다. 하나의 작품(연재물)이 나오기 까지 3~4년의 준비과정을 거치는데, 이기간 동안 아이디어구상과, 만화 주제와 연관된 많은 이들을 만나 자료를 모으는 일을 하고 난 뒤에야 비로서 연재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웹툰에 연재되는 <미생>도 3년의 준비과정을 거치고 탄생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바둑도 잘하지 못하고(자인 10급), 일반적인 직장생활도 해보지 못한 작가가 회사원들의 일상과 직장인의 애환을 세밀하게 묘사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이러한 긴 준비과정과 자료 수집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다.

강의 중반에는 각각의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인공의 나이별로 해마다 주요사건들을 정리해 놓은 표를 보여 주었는데, 인물의 나이에 맞는 사고(思考)를 시대상황과 어우러지게 하기위한 작업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작가의 꼼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 중간에 사용한 “열패감” 이란 단어는 그 느낌은 이해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의미인지 영~ 궁금해서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열패(劣敗) : (명사/ ~하다,자동사) 열등한 사람이 우월한 사람에게 패함
열등(劣等) : (명사/ ~하다,형용사) 수준이 보통보다 낮음, 또는 낮은 등급
패배(敗北) : (명사/~하다,자동사) 싸움이나 겨루기에 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열등감이란 단어 대신 열패감이란 어휘를 구사하는 이유는 무얼까?  정확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까?

가난, 안좋은 피부, 잦은 이사 등으로 자신에게 계속해서 따라 붙었던 이런 열패감으로 좌절하거나 낙망 하는 것이 아니라, 열패감으로 인해 했던 행동들에 대한 후회들이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화 하게 만드는 계기였다는 윤태호 선생님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배우자(아내)에 대한 느낌의 표현도 좀 색다르게 전해졌다.
보통 부부란 “서로 마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고 나란히 걸어가는 사람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아내에 대한 느낌을 함께 배 안에 있지 않고 물 밖에서 내가 타고 있는 배의 출렁거림을 바라보면서 바르게 얘기해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사람들이 적게 온 덕분에 줄을 길게 서지 않고도 윤작가님에게 싸인을 받아 갈 수 있었다. 히히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