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이 강의는 이전 강의보다 가볍게 들어오네요~ 작년을 되돌아보면 현직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에는 너무 문외한이었던 저였으니까요. 딸의 수시원서 넣는 날도 몰라서 마감 당일 3시간 전에 알고 부랴부랴 원서를 넣고, 원서를 넣고 나서 실기와 면접을 보러 가는 날에도 실기의 종류가 논술이라는 것도 몰랐으니까요.

딸 아이가 중학교 이전까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좋다, 자기 나이에 자기가 경험해야 할 것을 겪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경험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면 된다.’ 고 자신있게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중학교에 입학하고 고2가 되기까지는 중간 중간 흔들리는 지점들이 있었고, 성적이 저조한 딸을 흔드는 말과 훈계를 하며 관계가 깨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저의 합리적인 생각을 버리고 딸의 개성을 인정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고2가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였습니다. 박재원소장님이 초등학생을 보면 어떤 입시제도로 아이가 대학을 가는 것이 유리한지 보인다고 말씀하셨듯이, 저 또한 교사의 직감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아이의 수학성적을 보면 나중의 수능성적이 짐작이 갑니다. 그런 감각으로 딸이 고2가 되었을 때 가고 싶어하는 대학에 딸이 불합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저는 딸에게 솔직하게 말을 했습니다. ‘지금 너의 성적으로는 현실적으로 그 대학에 갈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동안 너의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엄마는 세상이 말하는 고3 엄마의 삶이 아닌 엄마 자신의 삶을 살겠다. 너 또한 너의 가능성과 한계를 시험하며 너의 삶을 살아라. 작심3일이 되어버리는 너의 삶의 태도에 좌절하지 말고, 3일마다 새롭게 계획을 세우며 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렴. 나는 나의 삶을, 너는 너의 삶을 그렇게 열심히 살아보자. 엄마는 이제 훈계하는 교사가 아닌, 너의 어떤 모습이라도 지지하고 격려하는 엄마의 삶을 살도록 노력하마..’

그 이후 아이와 저의 관계는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이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기준만큼 공부하지도 않았고 제가 기대하는 만큼 성실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고민했고 노력했습니다. 저의 최선과 아이의 최선을 달랐지만 저는 그냥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힘들 때 와서 투정부리면 받아주고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것 외에 예전처럼 지적이나 훈계는 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게 그 아이의 최선이었고 엄마는 그냥 그 모습을 받아주고 지지해주는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모든 일에 결과가 중심이 아니라 과정을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잠시 미래를 걱정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대학을 권했지만, 아이는 끝끝내 자신이 원하는 과에 지원을 했고 합격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기쁜 것은 대학에 합격해서가 아니라, 중 고등학교 때 불안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아~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의미가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딸아이가 대학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시간을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고1때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았다며 자기처럼 고1을 행복하게 보낸 아이가 없을거라 말하고, 고2가 지나고 나서도 자신은 후회 없는 고2를 보냈다고 말할 정도로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고등학교를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3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에 갔습니다. 그리고 대학 도중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면 또 새로운 길을 또 찾아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다보면 진로가 계속 수정되어도 그 과정에서의 경험들은 최후의 진로에 다 좋은 밑거름이 될거라 생각하니까요.

하나의 산을 넘었다고 해서 그 다음 산을 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인생인듯 합니다. 고2인 아들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고, 남편과 함께 자녀교육에 대한 마인드를 공유하고 책임을 분배하는 작업도 필요하고, 딸보다는 좀 더 길게 로드맵을 짜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어떻게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지 스몰액션도 취해보아야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야기대화법으로 대화를 시도해보고, 아들이 가고자 하는 진로에 관한 정보탐색과 현장에 찾아가 보고도 싶습니다. ‘친구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빨리 진로를 결정할 필요도 없고, 너의 스텝에 맞추어서 네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여유롭게 찾아가 보라고. 니가 가진 재능은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재능이라고..’ 말해주어야겠습니다.

이런 말조차도 간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아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주기를....

- 늘푸른 고목나무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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