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을 가지고 시작한 강의가 어느새 두 번 밖에 남지 않았네요. 바쁜 걸음으로 들어선 강의실이 다른 때와 달리 꽉찬 느낌과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시는 모습에 더욱 열의가 느껴졌네요. 6강의 주제가 ‘학습-입시-진로 통합 로드맵짜기’ 여서인지 저에게는 꼭 필요한 강의였고, 다른 참석자들도 관심이 많이 가는 듯 했어요. 현장에도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강의장을 뜨겁게 달궜답니다.

실제 주변의 지인들 모임을 가보면 고교입시에서 대학 입시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역시 ‘불안’입니다. 소장님 말씀대로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더군다나 사교육업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설명회에 참석해 강의를 듣다보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급함까지 더해져 그 불안감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다 어느순간 멈칫 했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은 더욱 학부모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이제껏 뭘 하고 있었나?’ 아니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은 순간 비로소 아이를 돌아보게 됩니다. 하나 가득 눈안으로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왈칵 눈물부터 나면서 아이와 부모로서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 감정이 극에 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이 잘못되고 있었던 것일까요? 수없이 외쳐봅니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죠?’ 라고 누구든지 붙잡고 어디서부터 다시 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옆집 엄마와 학원가에서 쏟아지는 정보라는 이름의 이야기들이 실은 아이를 제대로 바라봐주고, 인정하며 이해해야 할 내면의 소리와 눈을 멀게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진로보다 진학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현재의 우울한 단면들을 제대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 무언가 잘못 보고 있었음을 이제사 깨닫게 되네요.

10대의 청소년들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20대에서 40대 아니 그 이상의 세대에서 모두들 자신의 진로와 삶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분명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아차’ 싶습니다. 산업화 사회에서 요구되던 진로와 진학의 모습을 미래에 살게 될 아이에게 강요하고 과거 속 삶의 모습만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괴로워집니다.

요즘 고등학교의 다양화된 선택과 수많은 대학입시 전형을 살펴보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하다는 생각외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그 상황을 이해해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큰 그림으로 고교 선택에서 대학 입시 전형의 분석을 한눈에 쏙 이해되도록 한 설명이 참 좋았습니다. 어떻게 현재의 입시제도와 아이의 다양한 개성을 도와 주어야 할지 어렴풋하나마 전체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중에서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각종 설명회에서 복잡하고 어려워서 빨리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급함이  들었는데, 이 강의를 통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할지 깨닫는 순간 조급함 보다는 느긋함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관계’에 있다고 하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히더군요. 사춘기를 넘어서면서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관여하고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한 사람의 평생을 단순히 80이라고 보았을 때 아이가 부모와 깊이 있게 시간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은 정신적 독립전까지라고 본다면 대략 사춘기가 지나면서부터 17살에서 18살이면 독립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18살이면 이미 부모의 손을 떠나 아이는 자신만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되겠죠? 경제적 독립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보면 18살 이후에는 부모가 아이의 삶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의 인생에서 18년 이란 기간동안만 내 아이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내밀한 소통을 하는 것이죠.

80평생으로 봤을 때 한 아이와 깊이있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닌 것이란 사실이 새삼 짧게 느껴집니다. 그 짧은 시간속에서 아이와 부모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화두를 진지하게 접하게 됩니다. 강의 주제는 학습에서부터 입시와 진로의 통합 로드맵이였지만 가장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였습니다. 부모의 역할이 매니저처럼 로드맵을 짜고,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고 존중하며, 결정적 순간에 ‘내 아이’를 중심에 놓고 바른 선택과 해석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죠. 말처럼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불안과 조급함이 없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혼자 가는 길은 어렵고, 외롭기 때문에 금방 지치지만 함께 간다면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겠기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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