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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공부] 다섯번째 감동소감문 - 환경 넘기, 키아바의 미소를 생각하며...

"키아바의 미소(칼 노락 글, 루이 조스 그림)" 라는 그림책의 이야기로 오늘 강의를 생각해본다. 에스키모 소년 키아바가 낚시하러 간다. 아빠는 새끼 손가락보다 굵은 물고기를 잡아보라고 놀리듯이 말한다. 그런 키아바가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는데, 글쎄 물고기가 미소 짓고 있다. 순간 키아바는 물고기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빠에게 자랑도 못하고 다시 놓아 준다. 물고기를 잡아보라던 아빠에게 당당히 자랑할 법도 한데 말이다. 그리고선 아빠와 집으로 오는 길에 곰이 나타나 겁을 준다. 아빠가 겁을 주어 쫓아내려 하면 곰도 더 사납게 덤벼든다. 그때 키아바는 곰에게 다가가 미소 지어보인다. 곰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어찌할 바 몰라 하다가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먼 곳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폭풍이 오고 있다 해서 사람들은 얼음집을 두껍게 쌓으며 대비할 때 키아바는 조용히 마을을 떠나 폭풍에게 간다. 이번에도 무서운 마음을 숨기고 폭풍에게 미소를 짓는다. 폭풍이 그따위 미소로 멈추게 할 수 없다고 하자, 
"안된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아요. 그래도 노력은 해 볼 수 있잖아요?"
라고 한다. 어이없다는 듯 웃는 폭풍우는 바람을 불게 하는 걸 잊어버린다. 키아바는 집으로 돌아가 부드러운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편히 잠이 든다.

 

키아바가 폭풍우에게 항변하는 장면은 책을 다시 봐도 눈물이 난다. 오늘 5강을 들으면서 사교육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또래에 대한 나의 마음이 폭풍 앞에 서 있는 키아바와 같지 않을까 싶다. 보통의 바람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그 강한 바람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날 키아바가 곰에게 미소를 지어보았기 때문이고, 물고기가 키아바에게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키아바의 내공을 생각하다 보니 큰 아이가 생각난다. 큰 아이는 1학년 입학을 하고나서 남들 다하는 방과후 수업도 하나 신청하지 않으려 했고 집에서도 어떤 수업도 하지 않으려 했다. 너무 내 품에 안고 키우나 생각이 들었다. 은근히 친구들이랑 지내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 때 12시 30분이면 집으로 와서 주구창창 나랑 밖에서 놀았던 것, 그것이 낯선 학교 생활에서 아이가 안정감을 찾고 뜀틀을 넘기 위해 디딤판을 밟는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 경험으로 아이는 그해 말부터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폭풍우 앞에 선 것과 같은 기분은 비단 부모만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과 다른 친구를 본능적으로 비교하면서 그 아이는 무슨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말을 한다. 본인이 그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진 않지만 그 학원을 다녀서 그만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아이들도 폭풍우를 만나 겁을 먹고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폭풍우의 그 거친 바람이 무서워 엄마 뒤에 숨고, 어떤 아이는 폭풍우의 위엄에 기절해 버릴 것이고, 또 어떤 아이는 키아바처럼 결과야 어찌됐든 한 번 버텨 보는 것일 것이다. 거센 바람을 맞아 보면서 그 바람의 강함도 알고 스스로 피하든 맞든 본인이 결정할 것이다. 아빠의 놀림 섞인 말에도 꿋꿋하게 낚시를 하고, 조급하지 않고, 실제로 아빠에게 자랑할 만큼 큰 물고기를 잡았으면 아빠에게 으시댈 수 있는데... 물고기를 잡아 미소 짓는 것을 볼 줄도 알고, 가련한 마음도 갖게 되고, 에스키모인들에게 이 낚시는 식구들의 얼마간의 식량을 비축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굳이 그 미소를 곰을 만났을 때 적용했을까?

 

이것은 오늘 5강 강의에서 호기심을 느끼는 주제나 대상을 찾아 열심히 공부해서 스스로 피드백 받는다는 자연스러운 순서의 첫번째를 키아바는 아주 잘 실천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후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순서의 두번 째를. 

마을로 돌아간 아빠는 동네 사람들에게 키아바는 좋은 낚시꾼은 아니지만 좋은 마술사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한다. 키아바는 우리가 말하는 교과서의 내용-여기서는 낚시-에는 불리하지만 본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그 일을 아빠는 에스키모에게 요구되어지는 낚시를 못한다고 나무라지 않고 좋은 마술사라고 치켜 세워준다. 만약 아빠가 ‘곰한테 웃는 게 말이 되냐, 어쩌다 운이 좋아서 우리가 산거지!!’ 라며 키아바를 나무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과 부모의 영향을 확인한다.

그리고 비고츠키가 말했다는 "사람의 배움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가 알고 있는 학습된 영역에서 출발해 근접발달영역으로 뻗어가면서 새로운 지식과 능력을 구성한다"는 것은 오늘 강의에서 배운 내용에 대한 느낌이 잘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혼자 감동받은 그림책 내용을 계속 언급해서 생뚱맞기도 하지만 썩소와도 같았을 키아바의 미소가 나중에는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미소로 바뀌었을 것이다. 키아바와 같은 입장에 처한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도 이 미소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길... 정말, 딴짓의 종합선물세트의 결정체와도 같은 내 자식을 이렇게 미소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나도 잘 알아. 그러니 이렇게 미소지으며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 anne59105 님이 써주신 소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