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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등대3강 베스트소감문] 날마나 커피 볶는 아빠의 사랑으로 (강철무지개님)

푹 고아진 진한 곰국, 혹은 좋은 약재로 잘 달인 보약 한 첩을 마시고 온 듯했다. 오가는 길이 힘들어 처음으로 삼각지까지 차를 가지고 가며 성수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반포대교들을 쭉 지나오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었다. 퇴근 후 이렇게 나를 삼각지까지 가게 만드는 갈증은 무얼까에 대해 . 직접 만드는 가구 이야기, 팬 로스팅한 커피 이야기,그리스어로 읽는 성경 등 삶이 녹아 있는 재미있는 강의에 빠져들며  이 분은 무언가 삶의 정수 가까이 계시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행복한 진로학교>책을 읽으며 기대를 많이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강의를 들으며

- 소비사회에서 사랑의 기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전문가의 함정을 뛰어넘어

- 학습동기로서의 '사랑' 등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한 깊은 통찰이 우러나온, 어록에 가까운 말들이 마음에 오래 남아 오늘 학교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나곤했다.

어제, 그제는 스승의 날이라고 졸업한 제자들이 많이 왔었다. 고교 생활이 너무 힘들어 중학시절이 좋았다며 글썽거리는 녀석부터 대학 안 가고 취업반 가겠다며 일찌감치 선언하는 녀석들까지 못 본 새 모두들 훌쩍 커 버린 모습들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하지만 마음을 아프게 하는 두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히고 있었다. 할머니 손에 자라다 겨우 아빠와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빠도 잠적해 버려 졸지에 고아가 된 A, 이리저리 떠돌다 학교 그만두고 식당에서 일하며 지낸다 했다. 부모님 모두 엘리트이신 B, 빡센 학원 다니며 그럭저럭 유지되던 성적이 고교 진학 후 급락, 죽어도 지방대는 안 보낼거니까 알아서 하라는 집안 분위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우울해 한다. 이런 아이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불행한, 오늘 우리 사회의 아이들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아이들에게 과연 진로에 대해, 사회에 대해 무엇을 가르쳤던 걸까... 그러면서 요즘은 교직에 있을 나의 남은 날들이 이젠 그렇게 많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왠지 초조해 지려고도 한다. 강사님에게 커피를 가르쳐주던 커피집 사장님처럼 나도 언제쯤에나 아이들에게 " 대학? 그거 별거 아니야" 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뭉클해진 마음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나의 좋은 삶, 좋은 인생을 접한 경이로움의 여운을 오래 느꼈다.

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 내 맘에 사랑 없으면

내가 참 지식과 믿음 있어도 아무 소용 없으니

산을 옮길 믿음이 있어도 나 있는 모든 것 줄지라도

나 자신 다 주어도 아무 소용 없네, 소용 없네

사랑은 영원하네

-스윗소로우의 노래를 듣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