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교사등대지기학교 2강, 오늘의 강사는 큰 키에 덥수룩한 수염, 푸근한 경상도 말씨가 묘하게 어울리는 서울교육연구정보원 황선준 원장님이십니다. 잘 알려진 데로, 스웨덴 국립교육청에서 고위관료를 역임하고, 2012년부터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신 이색 이력의 소유자이시도 한데요. 스웨덴의 교육과 특히 스웨덴 교육의 평가방식을 통해 우리 입시를 넘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듣기 위해, 이번 강의에도 많은 수강생들이 눈을 빛내며 자리해주셨네요.
먼저 원장님께서 한국은 식민지를 겪었고 내전도 겪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맹률이 거의 없는 경제국이 되었는데, 이러한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교육에 있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자긍심을 갖고 학교 현장에 임하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현재 피사의 학력테스트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이면에는, 학교폭력 세계 1위,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이런 희생의 대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식이라는 것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꼴찌이며, 이것에 학교폭력 문제, 청소년 자살률 문제 등의 고민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원장님께서는 스웨덴 여성과 결혼하여 스웨덴에서 애를 낳고 키우면서, 교육 관료로도 배우기 힘들었던 ‘스웨덴 교육의 힘’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 하시는데요. 황 원장님의 큰 자녀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사회과목의 숙제가 미국과 중남미에서 두 나라를 선택해서 미국과 선택한 중남미 두 나라 관계를 규명하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정치학 박사인 황 원장님께서는 중학교 2학년 아이가 과연 어떻게 이 논문을 쓸지 의아하셨는데 A4 용지 8페이지로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정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그 학생이 읽은 책이 10권 정도 되었고 그 중 1권은 박사학위 논문이었답니다. 중 2 학생이 어떻게 해서 이러한 공부를 하는지 신기하였는데, 스웨덴 교육 평가 방식이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오늘 강의를 통해 교육 평가의 차이로 인해 스웨덴의 아이들은 높은 수준의 논문을 쓸 수 있고 한국의 아이들은 주입식, 암기식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 분석해 주었는데요. 확연한 차이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 복지에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유아부터 박사과정까지 모든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이 바탕은 평등사상이라고 합니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해서 열악한 조건에서 성장하게 해서는 안되고, 국가의 역할은 그런 부모들을 보완해주어야 한다는 정신, 그것이 스웨덴 교육의 면면에 흐르고 있습니다.
또한 스웨덴은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의회가 제정하고 승인한 교육법과 커리큘럼에 교육 목표와 방향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커리큘럼에는 '과목의 목표, 주요 내용, 평가 기준' 등이 정해져 있는데 이러한 목표와 틀 속에서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인지도 교사의 재량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혁명'을 가르칠 때 영국, 프랑스, 미국 혁명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혁명'의 사례들을 가지고 비교·분석하면서 '혁명이 왜 일어났는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계층 간 갈등이 왜 생겼는지'를 연구하여 학생들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페이퍼 작성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혁명이 무엇인가'를 배워간다고 합니다. 한국 교육의 목적이 사실에 입각한 지식을 많이 알게 하는 것이라면, 스웨덴 교육은 방법론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과 함께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으로 가는 길을 가르칠 때 학생은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평가는 교사가 재량으로 하는데요, 교사가 학생의 점수를 주는 이 권한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발을 하지 않고 오히려 “교사에게 권한이 있고, 교사가 나보다 아이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며 신뢰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교사들이 평소에 가르치고, 페이퍼를 평가하고, 그 외에 우리나라의 일제고사에 해당하는 국가시험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시험은 3,6,9학년 학생들이 보는 것으로, 일제고사라고 하면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쉬운데, 스웨덴의 이 국가시험은 학력을 파악해서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있으며,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만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중 9학년 학생들의 스웨덴어 시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서 스웨덴의 평가방식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9학년 스웨덴어 시험은 크게 부분 시험 A, B, C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부분시험 C는 작문 능력을 파악하는 시험으로 문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하네요. “1번. “나이제한”: 연령에 따라 하고 못하고가 정해져 있다. 모음집에 보면 몇 개의 예가 있다. 네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방신문에 지금 연령제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하나의 토론문을 작성하라. 오늘 연령제한이 있는 문제를 선택해서 이 연령제한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개혁할지에 대해 argument하라.“ 위의 시험은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글로서 잘 묘사하고 기술해야 하는 것으로, 대학생들의 논문 수준을 능가하는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비판적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책을 읽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논술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스웨덴의 시험은 모두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는데요, 이를 위해서 정확한 기준을 갖고, 교사 개인의 감정이나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상대평가 이론은 지능 이론, IQ 이론에서 나온 것으로, 분포를 보면 곡선으로 되어 있으니 이 분포를 가지고 학교 단위, 혹은 지역 단위로 성적으로 매기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데요, 그렇다면 교육이 왜 필요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친구와 똑같이 똑같이 잘할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협력이 가능하고, 이런 점에서 상대평가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절대평가로 넘어가는 것은 필요한데, 갑작스런 교과부 정책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 지혜를 모아 사회적으로 함께 바꿔가야 할 것이라 당부하셨습니다.
'사실'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교육, 소위 말하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하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스웨덴의 교육과 평가체제의 이야기가 별천지 세상인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요, 여러 곳에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웨덴과 우리 나라 교육의 확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피사에서는 높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피사는 단순 지식이 아닌 응용능력을 보는데, 한국 아이들은 그것마저도 외워버립니다. 스웨덴은 그런 식으로 공부하지는 않고, 오히려 핀란드 교육이 스웨덴 교육보다는 주입식이고 지정학적 사실들 때문에 교육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스웨덴 교육에서 교육의 평등을 가치로 삼는다고 하셨는데, 학습부진아 정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평등을 기회 균등의 평등, 가능성에 있어서의 평등, 결과의 평등 세 가지로 나눠본다면, 기본적으로 스웨덴 사민당에서는 가능성에 있어서의 평등을 중시하고, 더불어 고등학교를 나오면 어느 정도 목표, 결과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원합니다. ADHD 학생에게는 교사를 붙여주고, 중동 아프리카 난민 출신에게는 원어민 교사를 붙여주는 등 교육 비용이 가장 높은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스웨덴 교사들은 방과후에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교사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도요. 그리고 스웨덴 교육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교사들은 교사의 희생, 개인의 노력에 힘써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의 제도 변화를 바래야 하는지도 의문이 남습니다.” “스웨덴 교사들도 한국 교사들과 비슷하게 삽니다.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잡무도 많고, 퇴근하면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연애도 하고 그렇게 삽니다. 그러나 우리 교사들의 희생? 제 생각에는 희생도 하려면 잘 알아야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논술형 시험을 잘 내고, 평가 체제를 쇄신할 것인가. 인지 복합도를 높이는 문항을 내고, 이에 대해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채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사회에는 그런 전통이 부족하고 사범대에서도 그런 식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
“한 명의 교사로 어떻게 입시를 넘나요” 라는 강의 말미의 질문은 우리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장님 역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동감하면서, 이런 한국 교육의 문제를 완전히 공론화 하고 지혜를 모아 사회적 합의를 구하면서 국가가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각 교사가 여기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되겠지요.
스웨덴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의 문제는 비단 교육의 문제만이 아닌 토론식 문화와 비판적 창의적 사고, 평가에 있어서의 정직성 등이 자리잡지 않은 사회 문화 전반의 문제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웨덴 사례의 벤치마킹을 넘어, 우리의 실정에 맞는 우리만의 교육 개혁을 해야 할 것이겠지요. 부러운 마음은 이제 떨쳐버리고, 교사등대지기학교 3강을 준비해야겠습니다. 3강은 모금 전문 기업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님이 “교사, 미래 사회의 변화를 내다보다”는 주제로, 인문학적 통찰에 기반한 미래의 변화상에 대해 생생하게 말씀해주실 것이니,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