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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등대1강 강의스케치] "30년 교육 공직생활을 통해 우리교육 40년사를 돌아보다"

51, 저녁 7시 삼각지역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 입시 경쟁 교육을 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려는 열정어린 교사들이 강의실에 속속 도착하고, 드디어 교사를 위한 등대지기학교 1강이 서남수 차관님의 우리 교육, 40년을 말한다강의로 시작되었습니다. 30년간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뼈대를 만들고 다듬는 데 힘을 기울여 오신 서남수 전 차관님께서는, 그 동안 교육부에서 교육정책과 씨름해 오며 우리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기 때문에 이곳에 모인 선생님들과 그 동안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선생님들이 정부 정책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다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초청에 응했다는 말씀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서 차관님께서는 실제 교육정책의 가장 큰 영향은 대통령이라고 하시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40년 역사를 역대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 정부시절에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가 도입이 되고, 고교 평준화 제도를 시행하였는데 지금까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생명력 있고 영향력 있는 정책이라 하셨습니다.

이 후 전두환 대통령 정부 시절엔 여러 민주화 운동이 우리 교육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때 국보위에서 ‘7.30 교육개혁을 통해 과외금지, 본고사 폐지, 내신 성적 반영 의무화, 졸업 정원제 등을 시행했는데요, 과외금지의 경우 국민의 90% 지지를 받을 정도로 그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에 사교육 열풍은 감당하기 벅찼다고 합니다. 1985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개혁 심의회의를 설치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교육개혁이란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 정부 시절은 민주화, 자율화 바람이 크게 불었던 시기로 교육에 있어서도 중앙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개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영국이 1988'Education Reform Act(교육개혁법)'을 제정하여 국가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자율화·분권화가 전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큰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정부에서도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교육 정책 자문회의가 구성되었습니다. 한편 이때 전교조 교사의 대량 해직사태가 발생하여 우리 교육현장에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고교 평준화제도가 너무 규제적이라고 판단하여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였지만 교육부는 중학교 교육이 지나친 입시경쟁 교육화될 것을 우려하여 그 대안으로 외고를 특목고로 지정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91년에는 ‘94학년도부터 적용되는 새 대입제도를 발표하여 기존의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시험 제도와 복수지원제 등을 도입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 학력고사 출제 범위는 과외 수요를 줄이기 위해 교과서 범위 안에서만 낸다는 원칙을 고수하였는데 학력고사가 거듭될수록 출제에 한계가 있었고, 그 결과 교과서의 사소한 내용 즉 교육적으로 크게 의미 없는 내용까지도 출제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교과서 외의 내용 중 고등 사고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 수 있도록 수능 제도를 등장시킨 것이라고 하네요.

 

 

김영삼 대통령 정부 시절엔 수능시험 등 새 대입제도를 시행하였고 교육개혁위원회가 발족되었습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지금까지도 우리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5.31 교육개혁안을 마련해 발표했습니다. 이때를 전후해서 교육부도 새로운 정책 개발 역량을 크게 확대해야 했기 때문에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공무원들을 중요한 부서에 많이 배치했다고 합니다. 김영삼 정부 임기 마지막에는 7차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기에는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 간다.’라는 구호가 있었지만 실제 ‘2002 대입제도안은 시험 점수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반영하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 제도야말로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정책이었다고 하네요. 또한 김영삼 대통령 정부 시절에 고시한 7차 교육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학교를 신·증설하는 7.20 교육여건 개선 사업을 실시하게 됩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가 발표했던 ‘5.31 교육개혁안은 그 많은 부분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정책화되었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시절에는 교육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진보적 관점을 교육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이념적 균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다만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상정을 계기로 교육 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이 크게 확대되었고 교육현장에도 이념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언론 정책에 반발한 보수적 언론들이 거의 모든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2008 대입제도‘3불 제도를 둘러싼 논란 등이 그 예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 시절에는 역대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교육 정책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정책이 많이 도입되었는데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대입 자율화, 조기 영어교육 정책, 학업성취도 평가, 자사고 등 고교 다양화 300정책 등이 그 내용입니다. 또한 2007년에 교육과정이 개정되었는데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나오고 또 2011년에도 교육과정이 대폭 개정되어 앞으로 이것이 실행될 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려된다고 하네요.

 

 

차관님께서 얘기해 주신 우리 교육의 신랄하고 다이나믹한 교육사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주셨는데, 먼저 우리 교육 40년의 성과는 방대한 공교육체제를 인류 교육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구축했다는 점! 양적으로 초·중등교육은 완전 취학, 고등교육은 보편화 단계로 진입하였고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점! 국제 비교적으로 높은 학업성취 수준을 달성하고 있고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교원 집단을 확보한 점! 미래 세계화·정보화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평생학습 인프라도 구비된 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적 성장을 위한 진정한 교육열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한 출세열에 기반해 교육이 성장함으로써 서열화 구조 속에서 상급 명문학교 입학을 위한 입시경쟁 교육이 만연해 있는 것, 교육의 본질적 가치보다 수단적 가치를 중시하며 교육의 선발 기능이 사회화 기능을 압도하는 형국. 입시 경쟁 교육 극복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교육개혁 시도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공교육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사교육이 번창하여 교육개혁 피로감 내지 패배주의가 확산된 점이 우리 교육의 한계라고 짚어 주셨습니다.

이와 함께 이념적으로 편향된 현 정부 교육정책은 역대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방향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하셨는데요. 박정희~노무현 대통령까지 역대 정부의 최대 교육정책 과제는 입시경쟁 교육의 해소 혹은 완화였는데 현 정부는 고교평준화 등 역대 정부의 입시경쟁 완화 정책을 평등주의적 획일화 정책으로 폄하하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외고 및 자사고 정책 등으로 학교 서열화와 입시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대책, 학교폭력 방지대책 등도 기본정책 기조와 불일치하여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 정치와 사회에 만연한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교육적 난맥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당 간 이념적 대립이 첨예하고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언론도 정론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원단체와 교원노조, 학부모 단체와 시민단체도 각각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헌법 가치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외면하고 교육정책을 주로 이념적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타협과 균형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난망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입시 경쟁 교육 극복을 위한 정책적 접근은 대학 입학제도 정책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요, 역대 정부(현 정부를 제외하고) 대학입학제도 정책의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 성적(내신 성적)의 비중 확대를 통한 학교 교육 정상화였습니다. 수능이나 본고사 혹은 논술 성적의 비중이 크면 입시경쟁 교육에 유리한 사교의 번창을 초래하기 때문에 내신 성적 반영은 교실 붕괴방지의 전제조건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대학, 학생과 학부모, 고교들 모두 내신 성적 비중 확대에 부정적,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대학들은 내신 성적을 불신하거나 고교 간 격차를 의식해 기본점수 부여 등 실질 반영률을 축소하고 있고, 학생, 학부모들은 수험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내신 성적 반영 비중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지요. 고교들은 교내 학생 간 경쟁 격화가 부담되어 평가결과에 대한 항의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객관식 평가 등에 주로 의존하고 일부 고교는 성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의 신뢰도 및 타당도를 제고하여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절대평가 일변도로 가게 되면 학교생활기록부가 사실상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기에 세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덧붙이셨습니다. 

 

 

차관님의 말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 중 하나는, 교육개혁의 출발점은 우리 아이들이 이 입시경쟁 교육의 질곡(桎梏)에서 고통 받도록 방치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시경쟁 교육은 형평성의 측면에서나 수월성의 측면에서나 용인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대립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미래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것에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법과 제도의 개혁은 교육개혁의 필요조건이고 교사의 진정성 있는 참여가 교육개혁의 성공조건이라는 말씀은, 고된 수업을 마치고 현장강의를 찾은 여러 교사들에게 다시금 뜨거운 무언가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절대평가를 하면 성적 부풀리기 등의 문제가 없느냐고 질문하자 어떻게 교육자가 거짓말을 할 수 있죠?”라고 오히려 반문했다는 한 영국 교장의 사례가 더 이상 놀라운 것이 되지 않도록, 힘들지만 서 있는 이곳에서 정직을 소통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30여 년을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뼈대를 만들고 다듬는데 애써오신 정책전문가 서남수 전 차관님의 강의는 역설적이게도 교육 정책이나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 즉 우리 자신의 마음과 태도의 문제에 대한 것으로, 그리고 어린왕자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의 인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무엇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로 부족한 첫 번째 강의스케치를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