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입 자율화’등 17대 의원때 발의 법안과 판박이

논란 많아 폐기됐다 ‘청와대 힘’으로 살아나 활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정점으로 이명박 정부 정책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정책도 교육현장과의 소통 없이 특정인이 좌지우지하는 양상이어서 “위험하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 교육정책이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손에서 정해져 그대로 집행되는 등 ‘1인 드라마’에 가깝다는 지적은 교육단체들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 안에서도 들을 수 있다. 실제 현 정부 주요 정책들은, 이 수석이 국회의원으로서 17대 국회 때 발의했으나 결국 폐기됐던 법안들과 ‘판박이’다.

8일 <한겨레>가 이 수석이 17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 40여건을 분석해 보니, 10여개 법안이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영어공교육 완성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교원평가 등 현 정부의 교육분야 10대 국정과제와 거의 같았다. 문제점 등 때문에 논란이 많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죽은 법안들이, 현 정부에서 특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정책으로 부활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처음 빼들었던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정책은 대학 입학과 관련한 정부 업무를 대학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이 수석은 2005년 8월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넘기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사회에 끼치는 파장이 크고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등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영어전용 교사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영어공교육 완성 정책은 이 수석이 지난해 2월 발의한 영어교육지원특별법 제정안이 뿌리다. 이 법안도 “특정 언어 교육만을 위한 법률 수준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나라가 없다”는 반론이 나와 진전이 없었다.

자율형 사립고 100곳 설립 등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이 수석이 2005년 8월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출발이다. 두 법안은 “시범 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 수렴이 필요하고 고교 평준화가 붕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교과부가 최근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수석이 2005년 4월 발의한 교육 관련 정보의 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영향이 크다. 국립대 예산 편성권을 국가에서 각 대학 총장에게로 넘기는 교과부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시안’은 이 수석이 2005년 5월 발의한 ‘국립대 재정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보완한 것이다. 국정과제 정책들인 교육과정·교과서 선진화, 교원평가,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등도 이 수석의 법률과 거의 같다. 교과부 한 간부는 “정책 입안과 집행은 교과부가 맡아야 하는데도, 정권 초반이라 그런지 청와대 입김이 세서 솔직히 운신 폭이 좁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수석의 죽은 법안들이 그대로 국정과제가 되고 집행까지 되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교육 공약 개발을 이 수석에게 의존하다시피 한 데 이어, 교과부 장관에 과학기술계 학자를 임명함으로써 교육정책을 청와대가 장악하도록 하면서도 견제세력은 약화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인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책을 일단 정하면 되돌리기가 힘든 만큼,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교육정책을 청와대 한 사람이 끌고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조정 기능을 해야 할 청와대가 정책 집행까지 좌지우지하는 건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아주 드문 현상”이라며 “현장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신고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