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새끼가 강물에서 4~5㎝ 정도 자라면 마침내 바다로 나가게 된다. 강물 속에 사는 많은 물고기들이 넓은 바다로 나가 사는 걸 두려워하며 어린 연어에게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일러주지만, 어린 연어가 보기에 그들은 좁은 울타리 속 삶에 만족할 뿐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며 살기를 포기한 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린 연어가 쉽게 바다로 나가지는 못한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 나갔다가는 되돌아오기를 하루 이틀 사흘 거듭하면서 짠물에 몸을 적응시킨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과 희생이 따른다. 피부색도 바뀌고 몸 속의 살색도 바뀌며 영혼마저도 무쇠처럼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저 멀리 그들이 한 평생 살아갈 북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어린 연어가 바다로 나아가는 과정에 담금질을 시켜 몸과 마음을 강인하게 해주지만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 12년을 받은 어린 학생들이 성인 사회로 나아가는 관문에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는 사회가 인위적으로 설치한 장벽이다. 그 중에서 성인사회의 일부인 대학사회로의 진입은 어린 연어가 바다로 나갈 때의 시련보다 더 혹독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3년간의 내신경쟁을 거치고 수능이라는 장애물도 넘고 논술이라는 관문도 넘어야 한다.이 과정에서 젊음이라는 생애 최고의 선물은 거의가 소진되고 만다. 어린 연어가 짠물에 담금질 하는 건 자연의 위대한 섭리이지만 고등학교까지의 정규교육을 마치고 대학을 선택하고자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입시라는 성인식 속에는 어떠한 신비스러움도 담겨있지 않다. 있다면 오직 어른들의 추악한 계산만 있을 뿐이다. (2001.12.15 조선일보/ 일부고침 2008.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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