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의 일입니다.

갑자기 제가 아는 중학교 1학년 엄마로부터 전화연락이 왔습니다.

중간고사가 막 끝난 시기였는데, 그 엄마는 저에게 자기 아이를 만나 상담 좀 해주기를 원했습니다.

 

그 아이는 저랑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년간 과학실험을 했던 친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를 많이 좋아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갑자기 전화를 한 것도 이상하고 아이의 상담을 요구하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들으니 아이가 6학년 겨울방학이 되면서 영어 학원을 다녀오더니 갑자기 모든 학업에서 손을 놓고 방안에만 틀어박혀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반에서 줄곧 1등을 하던 아이였습니다.

겨울방학 내내 이리 설득하고 저리 설득을 해 보았지만 애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겨우 설득해낸 것은 중학교에 입학해서 등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중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아이가 학교에 등교해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간 다음 식사시간이외에는 두문불출했다고 합니다.

 

갖은 수를 써도 아이 마음을 돌이킬 수 없던 그 아이 엄마는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와 친하게 진했던 저에게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듣고 저도 그 아이가 안쓰럽게 여겨져 약속을 잡고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어 그 집으로 찾아갔는데 그 아이는 저의 방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여 엄마에게 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냐고 화를 냈습니다.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아이의 허락을 얻어냈고, 그 아이 방에서 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왜 갑자기 공부가 싫어졌는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너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2시간가량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몇 마디가 저를 꼼짝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자기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해 왔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엄마가 시키니까! 그리고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정도의 힘든 일은 참아야 한다고 하시니까!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렇게 공부를 해서 과연 어떤 미래가 나에게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중학교가고 공부를 또 해서 고등학교를 가고 또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공부를 또 해서 아빠처럼 삼성 같은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그러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였습니다.

아빠도 예전부터 공부를 계속해서 삼성에 들어갔지만 맨날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근무하는 날이 많고, 자기가 보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아빠가 불쌍하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아이에게 딱히 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거짓미래를 제시하며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앞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수학문제 한문제를 풀기보다는 자기 인생에 대한 계획 한 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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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신문


* 희동이 회원님의 글입니다.
 http://news.noworry.kr 의 자유게시판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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